집은 그리움이다 - 인문학자와 한옥 건축가의 살고 싶은 집 이야기
최효찬.김장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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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좋은 한옥집 지어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한옥이 이렇게나 멋있고 매력있던 집이었던가, 새삼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저자의 한옥 집, 채효당을 비롯, 관훈재, 일우재, 교월당 등 집 마다 제각각 이름이 있어서 함부로 대하지 못할 기품까지 느껴진다. 북천 한옥 마을을 익히  들어왔지만 은평 한옥 마을도 채효당을 시작으로  차츰 명물이 되어질 성 싶다.

 

이 책을 만나기  얼마 전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 들어 온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내 마음에 꽂혔다.

"아파트 = 중산층,  공식 깨진다. "  이 제목을 보고 언뜻 들었던 생각이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고려해 두었고 그 중산층이 무너진다는 뜻인지, 아파트는 곧 중산층 이라는 의미가 이제는 안 맞게 되었다는 뜻인지, 라는 생각의 가지가 제멋대로 뻗어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아파트, 그것이 무엇이간데 이렇게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고, 중산층의 잣대로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이 물밀듯이 마음으로 밀고 들어와 잠시나마 짧은 생각을  끄적이게 했던 일이 있었다. 아파트와 집에 대한 소감, 그것은 자연히 어렸을 적 살았었던 아파트 아닌 주택에 대한 회상 등으로 연결 지어가며 어린 시절 추억과 겹쳐 떠올랐다. 이런 일이 있고 그 후 거짓말처럼 이 책, 집은 그리움이다, 를 만나게 된 것이다. 


집을 중심으로 하여 관심가질 만한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집은 머무르며 사는 공간이지만 그 집을 떠나 유랑하는 사람들, 방랑으로 얻은 인생의 맛, 그리고 그들이 죽고 난 후에도 남아있는  정신과 일화는 독자로서 감동도 있었고, 읽어가는 맛을 쏠쏠하게 한다. 살아 생전 5채의 집을 남겼다는  퇴계 선생, 그의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해 본 적이 있기에  옛 사람들의 정자와 공부방이 부러웠던 생각도 났다. 은자의 모습을 취한 우리네 옛 사람들의 집이 있었던 만큼 서양에서는, 몽테뉴의 서재가 있었다.  한적한 성의 4층에 차지하고 있던 서재, 몽테뉴는 38살에 은퇴하고 이곳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색을 즐겼다 한다. 왕 보다도 더 멋진 삶이었으리라 확신한다. 



자연히 저자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합천댐에 수몰된 고향집, 그리고 자라면서 옮겨다닌 집들, 33번의 이사 이야기는 한 사람의 자서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세한 이야기와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침내 나 만의 집을, 채효당이라고 이름 붙인 한옥집을 구축하기 까지의, 그 목표로의 한 점까지 모아지는 그 일련의 궤적들인 셈이다. 저자 본인만의 역사이지만 채효당의 탄생을 이끌어 낸 과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힘겨웠고 때로는 행복했던 추억과 소중한 시간들이 단단하게 일궈내는 밑거름으로써 잔잔하게 다가온다.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평생을 몸부림 치듯 살아가는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나와 가족의 역사를 추억하고 남길 수 있는 한옥집을 구축하는 과정 이야기는 한낱 꿈이었던 생각을 현실로 드러나게 하는 실천사로 다가가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파트 만이 집은 아닌 것이고 어떤 누군가에게 의미있고 소중한 기억의 총체로써 집을 은근한 그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참에 지난 날의 기억을 더듬어 집에 관한 나 만의 단상을 글로 남겨 보고픈 의욕도 생겨난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집 한 채 남기는 대 서사시,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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