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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은 보았다 - 개정증보판
요시다 타이치.김석중 지음 / 황금부엉이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고 예상했었던 내용보다는 훨씬 더 끔찍 하다고 할까...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 끝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끔찍하다. 이 책의 내용을 읽어 보면 훨씬 더, 생각해 오던 것, 상상 이상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주위에서 웃음과 행복으로 축복을 해 주듯이 죽을 때에도, 그 반대 개념으로 생각한다. 영면한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는 표현대로 그저 조용하게 떠나는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주변에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이 지켜주는 상태에서 먼 나라로 떠나가는 모습을 그려 낸다. 이런 것들이 보통 평범한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려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죽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죽는 일이, 죽음 후의 일이 그저 평범한 일이 아닌 것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죽은 후 남긴 물건이나 추억 등을 정리해 주는 유품 정리인으로서 온갖 형태의 죽음을 겪어 낸,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람이 죽은 후의 뒷 처리를 해 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가 저자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죽음에 관한 각종 다양한 장면과 형태는 실제 벌어졌던 논픽션인 것이다. 더욱 리얼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혹자는 어머낫, 끔찍함으로써 받아 들일 수 있고 혹자는 그렇구나, 정보 차원- 죽은 후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 이런 이야기를 읽어 보면서 어떤 상황이 되는지를 알게 하는- 으로써 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생생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자연사를 하였다 해도 이 책에서 보여지듯이 며칠, 혹은 몇 주, 몇 달을 발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겨져 있다면 그 상황은 어떨 것인가. 그런데 살인현장, 자살로 인한 마감, 그것도 투신을 했는가 손목을 그었는가, 와 같은, 죽기 위한 방법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어지간한 배포를 가진 사람으로서도 견뎌 내기 힘든 장면을 보인다. 하물며 며칠 지난 후나 얼마간 방치되어 왔다면 그 결과는? 상상에 맡기고 싶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현재 살고 있는 이 육신은 죽고 난 이후에도 적절하게 잘 처리해야 남들에게, 특히 살아있는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과 본인이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뒤에 남겨 두게 된 물건들과 추억은 모두 한 사람이 살아왔다는 그 인생의 증거이니 이 또한 적절하게 마땅히 처리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고.
좀 더 젊을 때,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날들이 훨씬 많이 남아 있을 때에는 이런 류의 생각은 전혀 나지 않기 마련인 것이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는 이런 계획, 잘 죽기 위한 계획도 잘 살아가기 위한 계획 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알게 한다. 잘 못 죽거나 인생을 잘 못 마감하게 되면 뒤에 남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걱정을 끼치게 될 지도 모르는 바이다. 살아가는 동안 좀 더 정리하고, 잘 살아 내고, 또 그것이 인생 마감 또한 잘 하게 하는 밑바탕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1인 가구의 증가로 점점 더 홀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죽으면 끝 아닌가, 로 끝나는 일이 아닌 것을 역력히 생각하면 서로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가족이든 친지든 혹은 남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최소한의 안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인사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