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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평점 :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의 행렬 뒤 쪽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니 로마인들은 현실 속에서 어지간히도 죽음을 상기시키고, 떠올리고 하였나 보다.
그동안 이런 저런 책을 통해서 라틴어 문장으로 된 이야기들을 꽤 접해 왔었지만 이번 책에서는 문법이 좀 더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우선적으로는 발음 같은데에 더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얼토당토하지 않은 라틴어 문법을 접하게 되었다면, 헐, 이런, 등 상당한 심적 부담이 먼저 생겼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라틴어 문장들을 흥미삼아, 그 배경 이야기를 읽어 오던 약간의 근육감, 예비감각이 마련되어 있었던 덕분인지 이번 책에서는 문법이 조금 더 많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사, 형용사 뿐 아니라 그 변화형까지 줄줄이 나오는 설명이 그렇게까지 당황스럽게 하진 않았다. 본격적이라고까지는 아니지만 부록을 통하여 따로 더 소개되어 있으니 내용을 읽어 가는 와중에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니니 미리부터 겁 먹을 이유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라틴어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부담감이 없지 않아 생겨날 지는 모르겠다.
문장 하나에 얽혀 있는 로마 시대 사건과 상황,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주 간단하고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고 이 문장들을 어느 정도 읽고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문법을 소개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라틴어를 보는 독자라 하더라도 읽을 수는 있게 되어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
"Festina lente" 페스티나 렌테, 라고 읽는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뜻이다.
영어의 fast 도 연상되고 late 가 눈에 보이는 듯 하지 않는가? 라틴어와 영어는 이렇듯 비슷한 듯 닮은 구석이 많다. 물론 문법은 영어와 견줄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세상에, 명사가 변형이 된다지 않는가. 바로 곡용이라 불리우는 것인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문법의 광범위성에 약간 질려 졌대도 아주 당연한 구조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이라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결과는 얻어 질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게 만든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니까.
아예 문법 설명 없이 로마 시대상과 그 말의 유래만 있었데도 약간 머쓱, 흥미위주로만 치우칠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면에서 문법 설명이 있어 준다는 것이 상당히 호감간다. 이에 맞춰 어느 정도 읽어 보려고도 시도하게 되고 그 뜻의 의미도 한 번 더 씹어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긴 문장도 혼자 읽어 보려고 해 보았다. 라틴어 공부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 한 문장이 품고 있는 그 사실 하나에만 집중하고 달겨 들어 보니까 어느 새 흥미가 솔솔 붙어지기도 한다. Sole, 태양 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oh, sole mio 하던 가곡도 떠오르고, 그렇다면 오, 태양이여, 나에게로, 이런 뜻이 되는건가?, 라는 제멋대로식의 응용력 같은 것도 생겨나기도 했으니 이 책 한 권 읽고 음미해 보면서 그동안 생각없이 지나쳐 갔었던 여러가지 사물이나 내용들이 새록새록 연관성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것 참, 이런 점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다고나 할 수 있을까?
Non ille diu vixit sed diu fuit. 그는 오래 살았던 것이 아니라 오래 존재했던 것이다. : 242쪽
로마 문명 속 이야기 뿐 아니라 죽음에 관한 일화도, 황제들, 철학가의 이야기들도 함께 하며 교훈과 생각할 거리도 듬뿍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