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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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과연 그럴까.. , 로 말하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시선은 항상 남달랐다. 검사와 맞은 편에 맞서서 싸우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 검사, 형사들의 관점과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그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대사 같기도 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을 읽을 때 마다 마음 속에 심어 주는,  또 다른 시선을 두라는 표식이 되어주는 울림 같기도 했다. 그런 것이 이번에는 공허한 울림처럼 가슴이 답답하게 들려왔다. 진상을 파고 들면서 더욱 드러나게 되는 진실 앞에 과연 어떻게 되어 가던가를 지켜 보는 독자로서는, 늘상 보아오던 저자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속도감 넘치는 긴박함도, 미코시바가 보여주던 대 반전도 존재하지 않는 듯이 느껴졌다. 미코시바 변호사가 맡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종횡무진의 느낌보다는 지지부진하고 답답하게, 그럴수록 더욱, 아주 일관적으로 밀어 부치는 피의자의 태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로 소년원에 있을 때에 그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던 교도관, 이나미를 25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 미코시바 변호사. 자신에게는 아버지같았던 그 이나미가 살인을 했다 한다. 소년원 시절에 보아왔던 이나미의 인품으로 보아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미코시바는 이나미를 변호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난파 직전의 배 위의 상황이다. 구명조끼가 턱없이 부족한 침몰 직전의 상황,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에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구명 조끼를 빼앗는 행위는 용납될 수 있는 것인가.


참 좋은 재료를 가지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도 법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타자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 이런 것들이 맞물리면서 어느 새 연결 고리가 형성되어 지는 구조는 역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 위한 저자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한다. 물론 미코시바 변호사가 보여주는 능력을 통해서 독자의 판단을 구하는 구성인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어느 덧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사건과도 연결지어 보게 된다. 정당 방위와 긴급 피난의 차이점, 그 개념들이 좀 이해하기 힘들다. 집 안에 침입한 도둑을 잡기 위해 집 주인은 도둑을 의식 불명에 빠뜨리게 되었고, 이 행동으로 인해 집 주인은 법의  처벌을 받아야 했던 사건과 같은 이것은 정당방위인지 아닌지 실제 다뤄졌었다만,  그 선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그리고 이 소설에서 보여줬던 긴급 피난의 해석,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해석으로 본다면, 해당되어지는 그 한계선은 또 어디까지 인가, 모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이나미가 머물던 노인 요양 시설의 실태 같은 것도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던 상황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은, 실제 상황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늘상 이기기만 하던 미코시바 변호사가 이번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지는 저마다의 시간 속에서  독자들이 각자 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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