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손그림

1일 1손그림 - 색연필로 만나는 작고 소소한 일상 일러스트
신은영 지음 / 책밥 / 2018년 6월

 항상 부러웠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을.  그것도 쓱쓱 손을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뭔가가 그럴 듯 하게  완성되어 지는 그림들을 그려내는 손을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던, 그림이라곤 어떤 그림이어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던 그림 젬병(?)인 내 손으로서는, 정말 도전적인 그림책을 만났다.

1일 1손그림,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에는 어렸을 적에 인형 옷 그리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종이 인형의 옷과 소품들을 나름대로 그리고 색칠하여 인형에게 이것 입혀 보았다가 저것 걸쳐 보게 하면서 어린 여자아이의 멋부리기 의욕에 한껏 만족감을 주었었다. 오직 그것 뿐이었다. 같은 스타일의 옷 그림 밖에 그릴 수 없었던 빈약했던 손재주는 그 그림들 만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이런 내 손이 과연 이 그림들을 소화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었지만 어디 한 번 슬슬 따라 하다 보면 뭔가 되어 질 수도,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하는 이유는  눈으로 볼 때에는 금방 그려 낼 수 있을 것 같은 종류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종이, 연필, 색연필, 지우개를 준비하여 기본선을 그려보고 선과 면을 그려 가면서 패턴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다양한 패턴들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종이 위의 그림 뿐만 아니라 자수 같은 곳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면서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 그림을 따라 하다 보니 실제로도, 평소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다른 곳, 문양, 패턴에도 손으로 형태를 그려 볼 만큼 관심이 생겨났다. 

간단한 기본 선 만으로 만들어 지는 도형, 사물은 아무 것도 그려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 없어 하던 손에 그림이 그려지네, 하게 했다.  음식, 화장품, 가위 같은 간단한 사물은 금방 그려졌다. 물론 나 스스로 그려낸 것이라기 보다는 번호 순서대로 따라해서 이기 때문에 그려진 것이다.  아무리 따라 한다 하여도 역시 한계는 보이는 법, 패턴에서, 동물에서 아주 힘들었다. 그만큼 곡선 부위와 패턴을 그려내는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아서일 것이고 또 본래부터 솜씨가 없다 보니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다람쥐를 그려내고 꽃송이를 그려내다니 나로서는 대단한 발전인 것이다. 집중하면서 하나하나 그려 나갈 때, 동물이 되어지고 꽃이 완성되어 갈 때 몰입감과 느낌이 대단히 좋았다. 아, 이것이 바로 힐링이라는 것인가, 했다.

밑그림을 이렇게 완성하고 나서 예쁘게 색칠까지 해 놓고 나니 뭔가 그럴 듯 하게 보인다. 이렇게 한 가지 기쁨을 얻는구나, 싶다. 또한 이렇게도 그려 내는 날이 오긴 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