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三月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각각의 주제를 담고 저마다의 제목으로 나왔다.
"포근한 밤 졸음이 떠돌아라." 라는 제목이 3월 시화집이다.
이들 중에 특별히 3월을 맞이하고 싶었던 이유는 말하나마나 지금이 봄을 한참 지나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봄, 하면 우선적으로 설렘을 들 수 있겠는데 거기에다 윤동주, 정지용, 박인환, 변영로 등 그들의 시가 있는 힘껏 마음을 울려대고, 그런 시들로 가득 차 있는 시집이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 만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 아닌, 그림이 함께 곁들여 있다는 점이 여늬 다른 시집과는 약간 차별적이다.
어느 누가 이런 기특하고 기발한 생각을 해 내었는지 눈으로 즐기는 아름다운 명화까지 곁들인 시화집으로 이 봄에 간들어지는 시를 읽게 만든다.
그런데, 처음 이 책을 고대할 때의 그 기대감은 손 안에 쏙 들어와 버리는 그 크기에 그만 살짝 위축되고 만다.
조금 더 늘이고 크게 만들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그림을 감상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생겨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림과 사진은 크게 보면 크게 볼수록 살아있는 느낌이 다가온다는 생각에서이다.
귀스타브 카유보트, 그림을 그린 작가는 1800년대에 활동하던 사실주의 화가이다. 그러나 그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무시 못했던지라 사실주의에 속해 있으면서도 함께 했었던 사람들은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렸기에 그림 또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것처럼 화사하기도 하고 부드럽게 닿아오기도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카유보트의 그림들이 시 옆에 차지하고 있다는 그것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그림을 볼 때에는 제목 좀 옆에 넣어 줬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눈에 익었던 그림은 제목 없이도 아, 이 그림, 하며 지났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와도 제목이 없으니,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런데 걱정 마시라, 뒤 편에 이 책을 장식한 시인들 뿐 아니라 화가의 작품과 제목이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으니 한꺼번에 둘러 보면 될 터이다.
오히려 작품 아래에 제목 붙이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한꺼번에 소개 받는 것도 좋다,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할 정도였으니.
"님이여, 이 밤에 한 번 오시어 저 꽃을 따서 노래 하소서" (노자영의 봄밤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이, 봄이 왔어도 약간 몸을 떨게 하는 올 해 이 봄에 설렘과 나긋함을 안겨준다.
시에 푹 빠져 매일같이 시 한 편씩 음미하는 친구에게 살그머니 선물하고픈 앙증맞고 예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