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 염상섭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
염상섭 지음, 정호웅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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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분량이 많다. 당연히 등장인물도 많다.

 작가는 그들 하나하나를 생생한 인물로 만들어 놓았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건들은 마치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 처럼 상상이 되고 그들의 목소리도 실생활에서든 영화에서든 한번쯤은 들어본 것 같이 들려온다.

 작가가 그들을 바라보는 감정은 연민같다.

 만세전의 이인화나 삼대의 조덕기 같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비교적 편안하게 성장했기 때문인지 염상섭의 작품에는 극단적인 분노나 울분가 보이지 않는다.

 염상섭은 그 시대의 두 부류였던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친일과 항일에 있어서도 염상섭은 중립적이었을 것 같다. 그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해방후 서라벌예대의 학장이 되었어도 그는 출근하는 날 보다는 집에 칩거하는 날이 더 많았다고 한다. 살림도 넉넉하지 않아 상으로 받은 시계를 팔아야할 정도 였다고 한다. 지식인의 곤궁한 삶에 대해서는 '두파산'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토마스만이 떠올랐다. 그 역시 독일의 문학가로 형인 하인리히 만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그것을 예술로 형상화하기 노력했다.

 나는 소설의 목적 또한 다른 예술분야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예술성의 추구이다.

예술성이란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담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화해시켜 개인적 차원의 완전함을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때 염상섭의 작품은 목표에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욕망이나 감정은 사실 언어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이나 미술이 그런 정동을 표현하기에는 더 쉬운 수단인것 같다. 언어는 이성의 활동으로 여겨졌었다. 이성의 힘으로 비이성적인 것까지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소설은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소설을 누구나 쓸수는 있지만 걸작이 나오기란 확률적으로도 매우 적다. 그만큼 고된 작업일것이다.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고 마음과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은 소설이 제 할 몫을 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염상섭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이 분명한 생기는 그가 뛰어난 소설가이며 예술가임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염상섭은 진정 대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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