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 이광수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9
이광수 지음, 김철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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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다니는 국어학원에서 이번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서 다음학기까지 근대 한국 문학을 다룬다고 한다. 첫번째 소설은 이인직의 '혈의 누' 였고 두번째 소설이 바로 이 '무정'이다.

 나도 30년전 쯤에 이 소설의 제목과 소설가의 이름을 들었다. 시험을 치를 때도 만난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아이를 키우다보니 또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그냥 눈 감아버리고 싶은 과거사였는지 이상하게 조선말 부터 일제 강점기 시대의 소설은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다. 이제 마흔이 넘고 보니 소설속의 형식도 나보다 20년이 넘는 청년이라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의 눈으로 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겹쳐보였던 소설은 데이비드 허버트의 '아들의 연인' 이었다. 물론 허버트보다 형식이 훨씬 숫기가 없고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몇명의 여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 그 소설을 떠올리게 한것 같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떠올랐다. 근대는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시대였다. 러시아는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근대화가 늦었고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러시아 문학은 지성과 자유에 눈을 뜨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묘사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중학교 시절 부활이나 죄와 벌은 읽었지만 '무정'을 읽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햇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시작되는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춘원 이광수는 일제말기에 조선민족말살 정책에 동조한 문인이어서 그런지 그의 책은 읽고 싶은 생각이 더 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행적이 어땠든 소설 '무정'은 참 잘 쓰여진 소설이고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참 감사한 일이다.

 등장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변해가는 모습도 수긍할 만 했고 의문없이 받아들였던 과거의 가치가 삶을 더 피폐하고 고단하게 만들때 그들이 선택했던 새로운 가치들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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