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성 성격장애 - 순응 뒤에 감추어진 분노 이상심리학 시리즈 23
민병배.이한주 지음 / 학지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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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격중에는 꼼꼼한 부분이 있고 그것은 나의 자부심이다.

그런 나에게 강박성 성격장애라니...

처음 그런말을 들었을때 너무 화가났다.

내가 나의 꼼꼼한 면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나의 그런면을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강박적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후로 10년정도 지나는 동안 나의 인생은 이 책에 나오는 강박성 성격장애 환자들이 겪는 황폐화의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세세한 것에 신경을 쓰느라 큰것을 놓치고, 나의 단점과 상대의 단점에 지나치게 신경쓰느라 인간관계를 이어나가기 힘들고, 감정을 억압하며 지내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전형적인 문제들이었다.  내 자신이 미덥지 못하니 버는 돈을 행복하게 쓰기보다는 미래를 위해서 무조건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기운이 있을때는 비판적이고 기운이 없을때는 우울했다.

 

 이 책은 나의 이런 상태에 대해 진단을 해주었고 원인이 무었인지를 알려주었고 해결도 제시해주었다.  이 책에 따르면 제시된 증상들중 4가지 이상을 만족하므로 나는 강박성 성격장애가 맞다.

이런 증상이 형성된 원인으로 반동형성과 동일시 라는 방어기제가 나오는데 이부분이 나의 증상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런 미성숙한 사고에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할만큼 어린시절의 기억에 붙잡혀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부지런하고 참을성이 많은 엄마와 동일시 하고 있었고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빠의 모습이 나에게 나타날때면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더 일을 많이하는 반동형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나의 눈에 엄마는 선이자 옮음이고 아빠는 악이자 그름이었다. 나의 판단력은 거기서 한발짝도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몇년은 내가 성역화했던 엄마에게 뒤늦은 사춘기의 반항을 하면서 보냈던것 같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부지런하고 주위사람들을 챙기는 삶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다. 세상은 부정한 사람이 오히려 더 잘사는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더 화가났고 더 외로웠다.

 

이 책의 정말 좋은 점은 해결책이  단순하고 실천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중 하나는 상황을 볼때 흑백으로 보지말고 점수로 보라는 것이다.

0점과 100점이 아닌 60점도 되고 70점도 되는게 인생인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사는게 가볍게 느껴졌다. 몇년전에 바이올린 개인레슨을 받은적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은 실력이 좋으셨고 참 잘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레슨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마칠때가 자주 있었다. 나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레슨비를 냈으니 그에 합당한 시간만큼 레슨을 받는것이 내 기준으로는 정의였다. 100점짜리 선생님이 0점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레슨을 그만두었다. 그때 내가 좀더 융통성있게 이 선생님은 시간약속을 잘 못지키지만 다른면이 훌륭하니니까 그래도 80점 이상은 된다고 판단했다면 그렇게까지 화를 내고 레슨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을 이렇게 볼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니 마음이 정말 가볍다. 이제는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를 결정하기 위해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진짜 괜찮은 말이 있었다. '해야한다에서 하면 좋다'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나는 의무감이라는 큰 부담을 지고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것 같다. 그런데 '하면좋다'로 생각을 바꾸니 진짜 날아갈것처럼 편해졌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한다에서 아침은 먹는게 좋다로 바뀌니 할수있는 만큼만 하면 되고 부담도 없어져서 좋다. 운동은 꼭 해야한다에서 운동을 하면 좋다로 바뀌니 역시 운동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정말 고마운책이다. 내가 세상으로 다시 나갈수 있도록 나를 고쳐주었다.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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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1 1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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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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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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