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은 영혼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선곡해 온 음악을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데 이야기 도중 귀를 사로잡는 순간 ‘이거 뭐야?’ 했는데 ‘베토벤 현악 4중주’였다. 13번 op130 4악장을 지금도 즐겨 듣는데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후 쓴 말년의 이야기가 책에 나와서 반가왔다. 그저 피아노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게 좋아서 신나게 쳤던 때, 백건우의 모짜르트 공연을 보러갔다. 길 가 식당 앞에 통창으로 보이는 식사를 하시던 아저씨가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이같은 웃음을 지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분이 백건우 피아니스트였다.‘건반 위의 구도자’라는 별칭이 딱 어울리는 그와 여행하며 베토벤과 음악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오래 견디는 것이 승자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그가 지금까지 건재하게 리사이틀을 하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여전히 연인이라 부르며 그리는 부인 윤정희씨와의 사랑과 젊은 예술가에게 하고 싶은 말, 음악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 좋다는 섬 연주회에 대한 이야기까지, 1946년생인 백발의 연주자가 들려우는 음악의 깊이가 따뜻하고 다정하다.2027년은 베토벤 사후 200년이 되는 해다. 2027년,백건우 피아니스트의 베토벤 연주가 기대된다.*내가 본 백 선배는 '준비된 우연'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 역시 언제나 우연을 사랑하는 탐험가가 되길 바라는 인간이었다.*이루어진 사랑이 사람을 따뜻하게 한다면 이루지 못한 사랑은 사람을 깊게 만들죠. 베토벤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의 음악은 ‘깊은 인간성'을 품게 된 겁니다.*고야는 인간 내면의 그림자에 빛을 던지는 화가, 베토벤은 인간의 절망 속에서 희망의 문을 여는 작곡가. *아이의 과정은 부모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는 아이에게 묻지 않는 것입니다.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걷는 할머니’로 불리는 엠마 게이트우드. 66세의나이로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한 할머니다. 1887년 남북전쟁 중 다리에 부상을 입고 전쟁이 끝난 후 도박과 술에 찌든 아버지와 농사를 짓기 위해 스코트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엠마는 사촌의 소개로 가정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남편 페리를 만나 11명의 자녀를 낳는다.남편의 폭력 속에도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온갖 일을 하며 견뎌온 엠마는 산책을 좀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시작한다. 60여년 동안의 노동이 만든 그녀의 몸은 다섯 달 반이 걸린 시간을 견디게 해 주었고 그녀는 순례자가 순례길을 걷듯 자연 속에 자신을 맡긴다.날이 어두워지면 자루에 낙엽을 모아 자고 산딸기나 식용 식물 잎을 먹으며 하루 하루를 이어나가는 것이 경이로웠다. '그저 걷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이 일생을 참고 견딘 한 여성의 수행과 깨달음으로 다가왔다.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언젠가 한 번은 애팔래치아 트레킹을 하고 싶었는데 엠마 게이트우드를 알고 나니 그 바람이 더 견고해졌다. 66세 할머니도 해냈으니 나도 해내야지.*그렇게 그녀는 추억이라는 씨앗을 뿌렸고, 세상과 자기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며, 작은 공책에 도전과 그에 따르는 보상을 기록했다.*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고 이름을 방명록에 적고 났을 때는, 인생에 있어 그렇게 고독한 순간은 다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이게 철학이구나!>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부터 어째서 제 시간에 자야 하는지, 인간은 왜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는 왜 환경을 지켜야 하는지 수많은 ‘왜’에 대한 질문을 철학자의 생각을 빌어 대답해 주는 책이다.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읽었는데 다 읽고 보니 동서양의 대단한 철학자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크라테스부터 플라톤을 넘어 홉스, 마르크스와 공자, 맹자까지 시대를 바꾼 철학자들과 함께 어린이와 밀접한 루소와 학교를 팬옵티콘이라 주장한 푸코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친밀하게 등장하여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플라톤의 뜻이 ‘넓은 어깨’라거나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 중 1퍼센트만이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도 있다.규칙을 왜 지켜야 되는지, 왜 폭력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아이들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궁금증들을 철학을 기반으로 답을 해주기 때문에 이 책으로 철학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늘 생각해 왔던 질문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여 근본적으로 철학이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근간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조금 더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책이다.#아이게철학이구나 #초등학생책추천 #어린이철학책 #어린이책
<사실은 불안하기 때문이야>불안을 주제로 네 명의 작가가 쓴 청소년 단편 소설이다. 불안이 청소년에게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고민과 삶을 다루고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무방한 이야기다. 어른 또한 그 시기를 겪어왔기 때문이다.싱크홀 사고로 어느날 갑자기 아빠를 잃은 금비는 불안이 엄습하면 자해를 한다. 금비의 엄마도 남편의 사고를 혼자 감당하면서 불안하고 우울한 날을 보내는데 결국 불안을 이겨내는 건 유심히 자신의 상태를 알아봐주는 친구 예림과 같은 불안을 안고 나아가는 가족이다.다른 이야기는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고등학생이 일으키는 사고를 막는 아이돌과 좀비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각자의 불안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나온다. 특히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장강명 작가가 쓴 ‘졸업식’이었는데 설정도 흥미로웠고 이중섭의 그림과 미술관을 글감으로 쓴 것도 재미있었다. 마지막 부분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읽었다. 이 글은 장편으로 나오면 좋겠다.네 편의 단편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것이 친구와 공동체다. 청소년에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소년만 불안하고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나이와 경험을 막론하고 누군가의 온기와 관심이 필요하다.*그런 엄마를 보고 있는 내 마음은 하루에도 온갖 감정으로 널을 뛰었다.*분명 다행이라는 마음은 드는데 어딘가 모르게 서운함도 들었다. 보지 못한 척 해 줘서 고마운데, 진짜로 못 본 것 같아서 외로웠다. *특히 열아홉 살에 그 분명한 대안을 거부한 사람들은 이후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현대의 생활 방식을 더 강하게 옹호하게 된다고, 사회 전체가 그런 자기합리화를 유도한다고.*체력이라는 거, 재능 같은 게 아니야. 그냥 버티는 거야. *일단은 살아남는 것부터가 훈련의 시작이지.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을 남긴 비트겐슈타인의 문장을 기반으로 언어가 만들어내는 생각과 세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관찰하여 약속을 말하면서 정작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쎄함을 알아채고 '나는 불행해'와 '나는 불행한 상태야'의 차이를 드러내는 문법의 변화로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나온다. 불행을 규정하지 않고 지금 그러한 상태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용하는 언어가 세계를 만든다는 명제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왜 우리가 익숙한 표현을 내려놓고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언어 습관을 살펴야 하는지, 침묵이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존중의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는 부분은 AI시대를 관통하는 핵심을 이미 비트겐슈타인은 말하였다.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문장의 철학책이 아니라 언어로 세계를 규정했던 철학자답게 쉽게 와닿고 공감됐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라는 책 제목이 다소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쉽지만 깊은 책이다.*좋은 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어떤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나오는가다. *누군가의 인성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버릇, 말의 표현, 말의 진실성을 유심히 보면 된다. 그리고 이 원리는 나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