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오감 문해력>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에게 ‘공부 머리를 키우는’ 초격차 오감 문해력이라는 제목이다. 읽어보니 공부 머리는 부제이고 주제는 내 마음을 적절하게 드러내며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이상형일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행간의 의미는 커녕 문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것이 눈치의 문제인지 단어 해석의 부족인지 지능의 문제인지 고민해 보았는데 ‘문해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제대로 듣고 읽을 수 있는데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저자는 오감 문해력에서 듣고 말하고 쓰고 읽는 네 가지 기본적인 언어 기능과 함께 마음을 증요한 감각으로 제시한다. 아비투스, 즉 사회문화적 환경이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분야가 언어, 말하기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가정에서 어떤 말과 단어가 사용되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책에서도 감정 문해력을 강조한다. 부모가 귀 기울여서 잘 들어주고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비계를 잘 설정해 주어야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즉, ‘공부 머리’를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육의 본질을 말한다. 학교에서 ‘행감바’와 ‘인사약’을 교육받은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른들보다 더 감정을 솔직하게 잘 표현한다.말로는 잘 표현하는데 글로 쓰면 단순하고 납작해지는 문제, 어떻게 글을 시작할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도움일 될 구체적인 도움을 제시하고 부록에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예시와 함께 실려있어서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책이다. 아이의 공부 머리를 키워주려면 부모의 문해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바로 아이들이 단순히 잘 읽고 쓰는 능력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문해력'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평소 우리는 아이들에게 '잘 들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말은 결국 관계 안에서 피어나지요. 말을 배우고 자라는 과정에는 늘 누군가의 따뜻한 응답과 기다림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단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자세히 보고 느끼는 감각과 그 감각을 풍성한 언어로 풀어내는 힘까지 함께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호텔리어의 말센스>제목을 보고 말을 잘하는 법이나 서비스 직종의 어투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호텔리어로 겪은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다.덕분에 더 흥미롭게 읽었는데 호텔을 이용하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과 경험했던 일들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처음 호텔을 이용하면 궁금할 수 밖에 없는 미니바에 있는 음료나 간식을 어떻게 프런트에서 아는 것인지, 체크 아웃 연장이나 고층 배정을 어떻게 이루어 지는 것인지 등 역시 호텔을 이용하는 입장과 호텔의 입장 차를 보는 재미가 있다.신입으로 들어가서 고객의 말에 뒤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느덧 후배를 이끌어 나가야 되는 선배입장이 되기도한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호텔리어라서가 아니라 사회 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겪는 일이라는 공감대도 생겼다. 단지 예상치 못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좀 더 많다고 할까. 호텔리어의 고충과 함께 고객의 한 마디로 감동을 느끼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 다 비슷 비슷하다.다정함이 다정함을 낳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타인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그때 나는 호텔에서 후배의 실수에 조금의 질책 없이 보듬어 준 선배였을까, 내 마음보다 후배의 마음을 우선하고 진정시켜 주었을까.*실수했을 때 당사자에게 왜 그랬냐며 다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벌어진 상황을 먼저 수습한 후 실수한 사람 에게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얘기해주고 더 이상 그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토록 평범한 혁신>술쟁이라면 칵테일 입문용으로 마셨을 진토닉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부터 나왔다? 사카린은 석탄 타르로 화학 실험 중 발견했다?책을 읽는 내내 지민이 부른 ‘serendipity’가 생각났다. 실험 중 발견한 푸름곰팡이로 페니실린이 나온 뜻밖의 행운과 우연한 발견 사례가 이렇게 많다니… 페니실린보다 더 재미있었던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발견자들을 과학자가 아니었다. 일반 배우, 아방가르드 작곡가, 군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이토록 ‘평범한’ 혁신인가보다.아마존 유역에 자라는 브라질 헤베아 나무의 수액을 라텍스라 불렀는데 양귀비 열매에서 나온 물질도 라텍스라 불렀다. 양귀비 수액을 말린 것이 아편이다.라텍스를 굳힌 물질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포르투갈에서는 고마, 네덜란드에서는 곰이라고 불렀는데 일본어의 고무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어와서 ‘고무’라고 불린다는 재미있는 어원과 고무를 문지르다가 발견한 지우개까지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다.전쟁할 때 무기, 통신 등의 필요로 ‘평범한’ 혁신을 만들어낸 사람 중 장교가 많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전투식량에서 인스턴트가 나왔다니, 평화의 시대가 계속 되었다면 우리의 간편식은 산업혁명 때쯤 나왔으려나.‘종의 기원’의 바탕이 된 논문과 블루투스의 발견, 냉매가 원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으니 호기심 천국인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이토록평범한혁신 #권오상 #세렌디피티 #혁신 #발견 #비욘드날리지
<열심히 살아도 불안한 사람들>단지 불안함이 높은 것을 넘어 고기능성 불안 장애 (HFA, High Functioning Anxiety)를 가진 저자가 자기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고 원인과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기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다양한 사례를 들어 말한다.누가 봐도 불안정해 보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HF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완벽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으며 주어진 일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해내는 수퍼맨과 같기 때문에 이들이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본인 스스로도 생각하기 힘들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의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사고에서 비롯된 신체적, 정신적 한계치를 넘는 일을 하는 행위는 번아웃을 일으키고 결국 스스로 한심하고 무쓸모하다고 느끼게 된다.이러한 불안장애의 기저에는 심리학에서 늘 근원이라 말하는 애착관계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평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인데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부모 교육이 너무 부실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부실하여 방치하거나 너무 과하여 과잉 육아를 하는 부모 사이의 중도를 잘 찾아야 될텐데 건강검진처럼 의무적으로 부모교육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저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민감함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며 자기 자비를 베풀라고 한다. 거절을 해도 괜찮고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리할 필요가 없으며 타인과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누구나 예민하고 민감한 면이 있고 불안을 가지고 있다. 안정된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인정하고 조절하는 연습을 거듭하여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 존귀하다는 것을 품고 살면 좋겠다.*실패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억제하거나 모험하지 않을 때보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통해, 훨씬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는 행동은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타인의 반응을 체계화하려는 생각 때문에 한다.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나의 첫 대만 여행은 튀르키에 카파도키아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대만 친구 덕분이었다. 대만이라면 홍콩과 중국의 중간쯤인 섬 정도로 무지했는데 마침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유명해지면서 단수이를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생각보다 볼 게 많고 많이 친절했던 곳이었다.대만인 친구가 있어서 유독 그런가 했더니 대만에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 같이 하는 이야기가 대체적으로 친절하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정말 친절한가보다. 이 책 제목을 보고 이토록 다정하다는 데 적극 동의했다.타이페이와 그 근교를 여러 번 다녀오면서 도시는 이제 그만 보고싶고, 여름에 대만을 한 번 갔다가 내가 내 돈 주고 이 사우나에서 뭐하는 것인지 한탄을 했던 기억 때문에 다시 대만을 찾을 생각은 없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타이페이 외에도 대만에 가 볼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게 생긴 섬이라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다. 최근 현대미술과 아트페어에 대만에서 지원을 많이 하는 중이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카발란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조만간 대만에 한 번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책 마지막 꼭지가 카발란이어서 반가웠다.저자가 온천에 갔던 에피소드가 종종 나오는데 대만 친구가 대만에 좋은 온천도 많다고 했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일본이나 대만이나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거리의 나라라 겨울에 대만 온천을 가봐야겠다.샹산이 올라갈 때 쌍시옷 욕이 안나올 수가 없어서 그 이름 아니냐는 문장을 보고 온갖 모기한테 뜯겨하며 올랐던 샹산이 생각나서 깔깔 웃었다. 잠깐 잊고 있었던 대만 추억을 되새기며 대만의 다정함에 취한 시간이었다.모든 마음에는 그 나름의 때가 있다. 더 이어질 인연 이라면 애써 붙잡지 않아도 언젠가 길 위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