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털사 트리뷴〉에서 나온 기자는 이렇게 썼다. "잘 차려입은 사업가들이 서 있을 자리라도 확보 하려고 부두노동자들과 다툰다. 사교계 여성들이 화려한 담요를 걸친 인디언 여자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챙 넓은 모자를 쓴 카우보이들과 구슬로 장식한 옷을 입은 오세이지족 추장들이 증언에 홀린 듯 귀를 기울인다.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증언을 더 잘 들으려고 목을 쭉 뺀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이곳, 오세이지 왕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피와 황금의 드라마를 보려고 모여들었다." 지역 역사가는 나중에 오세이지 살인사건 재판이 그 전해에 테네시에서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가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이 합법적인가를 놓고 벌어진 ‘원숭이 재판‘보다 더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고까지 말했다. - P286
판사와 검사와 변호인이 배심원들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지만 재판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질문이 하나 있었다. 백인 남성 열두 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미국 인디언을 죽인 백인 남성에게 벌을 줄 것인가? 한 기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개척지의 목부들 이 순혈 인디언을 대하는 태도는 (…)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 오세이지 부족의 한 유력인사는 이보다 노골적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배심원단이 이번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가 문제다. 그들은 백인이 오세이지족 인디언을 죽인 사건이 살인인지, 아니면 단순히 동물학대 행위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P304
7월 29일에 증언의 무대가 마련되자 수많은 사람이 방청석에 자리를 확보하려고 일찌감치 법원으로 나왔다. 바깥 기온은 32도였 고, 법정 안에서도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검찰 측에 합류한 변호사 존 리가 일어나서 모두진술을 했다. "배심원 여러분, 윌리엄 K. 헤일은 헨리 론의 살해를 교사하고 도운 혐의로 기소되었고, 존 램지는 살해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리는 이 보험금 살인사건에서 이 미 밝혀진 사실들을 사무적인 말투로 간략히 설명했다. 한 방청객은 "법정 싸움의 베테랑인 그는 법정에서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과장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조용하고 과묵한 태도가 그의 의도를 더욱 강렬히 강조해주었다"‘고 지적했다. 헤일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주 흐릿한 미소를 지었지만, 램지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부채질을 하면서 이쑤시개를 씹어댔다. - P305
8월 7일에는 검찰 측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곧 피고 측이 헤일을 증언대에 올렸다. 그는 배심원들을 향해 고집스럽게 말했다. "저는 론을 살해하는 계획을 짠 적이 없습니다. 그의 죽음을 바란 적도 없습니다." 헤일은 증인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화이트는 검찰 측이 혐의를 충분히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버크하트 외에 화이트도 램지의 자백에 대해 증언했으며, 헤일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했다고 증언한 증인도 여럿 있었다. 로이 세인트루이스 검사는 헤일을 가리켜 "무자비한 죽음의 약탈자" 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인디언 부족이 백인 남자들의 불법적인 사냥감이 되었습니다. 인디언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재판에는 위대한 원칙이 걸려 있습니다. 미국 국민들도 언론을 통해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 배심원 여러분이 맡은 바 역할을 할 때입니다." - P307
재판 장이 배심원들에게 물었다. "평결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배심장이 일어서서 말했다."없습니다." 재판장은 검찰 측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세인트루이스가 벌게진 얼굴로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심원 여러분 중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배심원들 중 적어도 한 명이 매수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을 이었다. […] 화이트는 기가 막혔다. 수사국이 3년 넘게 매달리고, 그가 1년 넘게 노력한 사건이 막다른 길에 가로막혀 있었다. 브라이언 버크하트가 애나 브라운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도 배심원들은 의견불일치로 평결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 인디언을 살해한 백인 남자에게 유죄평결을 내릴 백인 남자 열두 명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같았다. 오세이지족은 분노했다. 심지어 범인들에게 직접 벌을 내리자는 이야기도 오갔다. 화이트는 요원들을 보내 헤일을 보호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정당한 법의 처벌이 그에게 내려지기를 그토록 절박하게 바라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 P307
화이트는 교도소의 환경을 개선하려고 애썼다. 나중에 그의 휘하에서 일했던 교도관은 이렇게 회상했다. "소장은 수감자들에게 엄격했지만, 그들에 대한 가혹행위나 조롱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한번은 화이트가 러든스키에게 쪽지를 보냈다. "자신이 오랫동안 나아가던 방향을 바꾸는 데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용기가 당신에게 있다면, 이제 그것을 보여줄 때입니다." 러든스키는 화이트의 이런 응원 덕분에 "희망의 빛을 보았다"고 회상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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