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면서 많은 동물이 얼어 죽었다. 눈이 녹자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야생은 때때로 이렇게 흉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그들의 몸은 대지로 스며들고, 땅을 비옥하게 한다. 그리고 찬란하게 아름다운 봄꽃을 피운다. - P210

"록마우스는 강에서 살았대요.
비버들이 어기적거리며 다가오자 로즈가 말했다.
"그런데 여러분이 댐을 쌓는 바람에 이곳에 갇히게 되었대요. 그것 때문에 계속 화가 나 있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내 아들을 해칠 권리가 있는 건 아니잖소!" 비버 씨가 소리쳤다.
"당연하죠!" 비버 부인이 소리쳤다.
"저라도 기분 나빴을 거예요. 집에서 멀리 떨어지는 건 정말 싫잖아요. 록마우스 씨, 왜 진작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패들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록마우스는 낙담한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어‘라는 의미였다. - P213

"당연하죠! 다들 엄마를 좋아해요! 엄마는 내가 본 로봇 가운데 가장 멋진 로봇이에요. 정말이에요. 전 로봇을 많이 봤잖아요." 아들이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브라이트빌은 겨울을 나는 동안 수많은 로봇을 보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로즈와 달랐다. 그들은 로즈처럼 동물의 언어를 배우거나, 혹독한 추위로부터 동물을 구해내거나, 어미 잃은 새끼 기러기를 입양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브라이트빌은 동물을 닮은 엄마의 말과 몸짓을 보면서, 엄마가 얼마나 특별한 로봇인지 새삼 깨달았다. - P228

로즈는 일어나서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팔다리가 없는 로봇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로즈는 그저 말만 할 뿐이었다.
"제발 저를 비활성화하지 말아 주세요." 레코 1은 로즈의 말을 무시했다. 커다란 손이 로즈의 얼굴을 지나 뒤통수에 있는 무언가를 눌렀다.
딸깍. - P264

안개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파도가 바위를 때렸다.
갈매기들이 그 위를 빙빙 돌았다.
아니, 갈매기가 아니었다. 독수리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은색으로 반짝이는 뭔가를 발톱으로 꽉 부여잡은 채 땅으로 내려왔다. 레코 3의 소총이 바닷가에 철커덕 떨어졌다. 기러기와 해달들이 재빨리 소총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레코 1을 향해 소총을 겨누었다.
사냥꾼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동물들이 소총을 갖고 있는 거지? 총 쏘는 법을 알고나 있는 걸까?
동물들은 알고 있었다.
기러기들은 방아쇠를 당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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