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는 걷기 시작했다. 다리가 짝짝이라 기우뚱기우뚱 걸었다. 평평한 곳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숲으로 들어 가자 문제가 분명해졌다. 잘린 부분이 너무 매끄러워 자꾸 미끄러졌다. 로즈는 왼발로 깡충깡충 뛰었다. 그러다 나무 기둥에 쿵 부딪혔다. 몇 번 더 뛰었고 그녀는 덤불 위로 넘어졌다. "발을 부러뜨려서 정말 죄송해요." 토른이 로즈를 부축하며 말했다. "널 용서할게" 로즈가 말했다. 로즈가 용서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듣기에는 참 좋았다. 그 말을 들은 토른은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 P160
브라이트빌은 단추를 다시 누르기로 했다. 그런데 엄마가 깨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깨어났는데 완전히 다른 존재라면? 브라이트빌은 단추를 누르는 것도, 누르지 않는 것도 겁났다. […]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뒤,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로봇은 동물의 언어로 말했다. "안녕? 우리 아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니? 내가 느끼기엔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몇 분 동안이었지만 제게는 영원처럼 느껴졌어요." 브라이트빌은 엄마를 얼싸안으며 말했다. - P174
"요즘 이상하게 날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호수나 섬 주변 말고, 더 긴 비행을 하고 싶어요. 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게 네 본능이란다. 모든 동물은 본능이 있어. 그건 네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거란다." 로즈가 말했다. "엄마도 본능이 있어요?" 브라이트빌이 물었다. "나도 본능이 있어. 내가 살아남는 데 도움을 주지." "내 본능은 겨울에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단지 엄마가 우리랑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내가 없는 동안 엄마가 어떻게 지낼지 걱정돼요." 브라이트빌이 말했다. "걱정 말거라. 고작 겨울 동안이잖니." 로즈가 대답했다. - P179
"넌 이제 어린 기러기가 아니란다. 아주 멋진 청년 기러기가 되어서 자랑스럽구나." 로즈가 말했다. 브라이트빌은 엄마의 어깨로 훌쩍 날아올랐다. "엄마, 고마워요." - P183
청년 기러기는 눈물을 훔쳤다.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죠?" "그래,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구나. 금방 봄이 올 거야.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고." "보고 싶을 거예요. 엄마." 브라이트빌이 엄마를 꼭 껴안았다. "나도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로즈도 아들을 꼭 껴안았다. - P184
둥지에 묵는 대부분의 동물은 불을 처음 보았다. 그들은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눈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불의 파괴적인 힘과 몸을 데워 주는 치유의 힘을 동시에 느꼈다. 따뜻함을 더 느끼려고 가까이 다가가다가, 두려워서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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