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체는 어렸지만 사고는 노숙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색을 하였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인생 협로의 난관들과 들판의 모랫길을 엿볼 즈음에 이미 형이상학적인 안목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나는 처음으로 마음이 설레고, 쾌락에 눈뜨고, 모든 것이 맛있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연령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학업으로 연장된 사춘기와 뒤늦게 피어나는 남성다움의 중간에 있었다. 어떤 젊은이도 나만큼 만물을 느끼고, 사랑할 준비를 갖추지는 못했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입은 거짓말을 모르고, 욕망을 억제하는 수줍음의 무게로 눈꺼풀이 내려앉아 가려진 눈빛은 솔직하고, 세상의 위선에 물들지 않고, 가슴속에서 두려움과 용기가 서로 힘을 겨루는 꽃다운 시절로 되돌아가야 한다.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