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지만 말이죠. 오래 전부터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었으니, 지금이야말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지금 현재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나였을 때 선택했던 삶을 계속 살 수밖에 없죠. 나는 평생을 일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삼십 년을 바쳤어요. 그런데 정작 지금 내 모습은 어떻습니까?" - P219

날짜를 쓰면서, 문득 봄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차가운 아침의 정적을 뚫고 정원으로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수줍은 지저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녹음의 미로 속에서 헤맸던 학창 시절처럼 높고 낮은 새들의 지저귐에 빠져들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사람의 기분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기 기분도 제대로 설명할 줄 모르는 노인들이나 사용하는 격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 P240

나는 과연 미켈레에게 살아 있는 여자인지, 아니면 그의 어머니처럼 벽에 걸린 초상화에 지나지 않은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나는 분명 벽에 걸린 초상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 초상화의 사악한 마력에서 절박하게 도망치고 싶었다. 두렵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봤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2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이 아이의 가능성을 눈으로 본 적이 없잖소."
"보이니까요. 재능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죠." 사브라스킨이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니콜라이가 그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재능이라는 복사열은 사람 머리 위에 수증기처럼 올라가죠."
"제 머리 위에 그게 있는 것이 보이나요?" 니콜라이가 다시 질문했다.
"선생님이 배우의 재능이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은 1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입니다." - P126

"인정할 건 인정하라고. 바보가 찍는 영화에서 주연을 하는 것 보다 천재가 찍는 영화에 3분 출연하는 게 낫잖아."
"그럼 누가 바보죠?"
"여기저기 다. 안 보여?"
"그럼 천재는 누구죠?"
"누구긴 누구야, 나지······."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열정이 필요했다. 열정이 있으면 멀리 가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빨리 갈 수는 있는 법이다. - P102

니콜라이는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캄무날카는 젊은 사람들한테나 어울리지. 그들은 어디에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누구랑 사느냐일 테니까. 젊은 시절이란 참 쉽게 행복해지는 때로군.‘
니콜라이는 안락한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가난은 생각만으로도 우울해졌다. 그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캄무날 카의 기다란 복도를 걸을 때마다 이웃들이 자신을 향해 던질 ‘오, 늙은 사내가 나왔군······.‘ 따위의 시선을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 P105

나타샤는 니콜라이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돈 많은 사람이니 그 정도 쓰는 건 일도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그게 뭐가 대수라고······. 돈이 뭔가? 종이 아닌가? 하지만 아파트는 부동산이고, 아파트는 테러의 위협만 아니라면 파괴될 염려가 없었다. 게다가 테러리스트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런 동네까지 찾아올 리 만무했다. 무슨 꿀단지라도 두고 갔거나 그들이 찾는 누군가가 숨어 있다면 모를까······. - P107

"새들은 뭐 아무 목적도 없이 노래하는 줄 아니? 걔들도 수컷을 부르거나 영역을 표시하려고 노래하는 거야. 사람들이 새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하긴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 들었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긴 하다." - P114

나타샤는 아침부터 밤까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를 안 볼 때는 양말을 떠서 좋은 가격에 팔곤 했다. 드라마에 등 장하는 인물들이 지인이라도 된 것처럼 낯이 익었다. 옆집 사람들 같았다. 드라마가 추구하는 점이기도 했다. 우리는 자기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염탐한다. 물론 가상의 삶이었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작가들이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보다 그들의 일기를 선호할 때가 많다. 뭐랄까, 문체나 형식이라는 방해물 없이 내용과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글은 문체와 형식을 품고 있고, 좋은 글에서는 그런 것이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 - P21

노트북에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문서를 잠가두거나 아예 노트북을 숨기는 식으로 내 일기를 보호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귀찮은 일을 감수할 만큼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나에게 일기장은 비밀이 담긴 보물 상자가 아니다. 그건 단지, 모든 것이다. 어쩌면 일기에 나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누가 내 일기를 읽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 P24

내가 끊임없이 사람들을 떠난 건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과거의 내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작과 끝이 전부였다. 살아가는 순간, 기록하는 순간, 그리고 기록한 후에는 안전하게 잊는 순간. 그게 전부였다. - P28

한 친구는 이렇게 썼다. 금이 헬륨과 비슷하면서도 헬륨 이상의 무언가이듯, 결혼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다. 전자(電子)의 내부 껍질이 꽉 차면 다음 전자가 다음 껍질을 채우면서 결국 원소의 성질 자체를 바꿔버린다. - P30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 P32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억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뇌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기억을 기억함으로써 오염시킬 수 없는 사람의 뇌 속에 말이다. 기억을 회상할수록, 그 기억에 관한 기억은 더 희미해진다. 기억 그리고 세상의 모든 키스는 어쩌면 두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P34

언젠가, 어쩌면, 누군가는 자신의 조상 중 한 명을 낳은 존재로서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과 내 이름이 나에 대한 마지막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밖의 나에 관한 기억은 더 이상 그 누구의 짐으로도 남지 않고 깡그리 사라질 것이다. - P35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다 문득 내가 가진 오랜 기억의 무게뿐 아니라 부모님이 가진 오랜 기억의 무게까지 느껴질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P36

내가 잊고 싶은 기억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잊을 수 없다. 이토록 끈질긴 기억으로 남은 것들에 대한 예의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아무것도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으니까. 사라진다 해도 완전히 잊히는 건 아니니까. 이미 벌어진 모든 일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크고 작은 상흔을 남긴다. - P37

나는 지금껏 내가 가진 초기 기억의 배경이 주방 한구석이라고 주장해 왔다. 당시 나는 쿠키 단지에서 쿠키를 꺼낸 일로 야단을 맞을 거라고 생각하며 주방 조리대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나의 뇌가 처음으로 학습하고 간직한 기억은 그게 아니다.

육아서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나에게 처음으로 입력된 기억은 엄마라는 존재였을 것이다. - P38

열두 살 때 나는 사진이 내 기억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사건을 담은 사진을 들여다보다 보면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사이에 벌어진 모든 일을 차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많은 기억을 잃는 것을 견딜 수 없었고, 뷰파인더를 통해 내 삶을 구경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사진 찍기를 그만두었다. 그 후 20년 동안 내 삶이 담긴 모든 스냅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어준 것이다. 사진이 많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 P40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그토록 광대하고 지속적인 공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죽음보다 더 죽음 같다. - P42

어떤 기억을 소환할 언어가 없어도 그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가능할까? 혹시 나는 기억을 소환할 언어를 갖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척하며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인식은 불완전하다거나 기억은 그보다 더 불완전하다는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을 왜 기억하기로 했는지, 혹은 왜 기억한다고 생각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신경 쓰인다. - P44

부단히 애를 쓰면 아주 잠깐 동안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죽을 때 내가 가진 의지가 소멸하지 않고 일종의 힘으로 재분배된다는 것. 모든 생명은 이런 힘을 품고 있고, 내가 삶에서 져야 할 막중한 책임은 한동안 이런 힘을 품고 있다가 놓아버리는 일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임박한 죽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 P46

금붕어의 단기 기억 지속 시간은 믿기 어려울 만큼 짧다고들 하지만, 사실 금붕어는 정보—가령 특정한 소리—를 최대 5개월 동안 기억할 수 있다. 한 보고서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어디선가 듣기로는 심지어 신생아도 엄마의 몸 밖으로 나온 직후 몇 달 동안 자궁 안에서 들은 수중음을 기억한다고 한다. - P52

나는 생각했다. 다행이야, 전부 다 잊어버린 건 아니었어. - P53

갓난아이에게 젖을 먹이다 보면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너무나도 많은 텅 빈 시간이 생겨난다. 밤에 젖을 먹이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낮에 젖을 먹이는 동안 나는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 ‘아무것‘이란 수년 전 기록 없이 흘러간 ‘아무것‘과는 달랐다. 이 새로운 ‘아무것‘에는 주관적인 경험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늘 잠들어 있거나 거의 잠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 P58

내 몸, 내 삶은 내 아이의 삶을 이루는 풍경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개체가 아니다. 나는 하나의 세상이다. - P59

내게는 아무런 생각도, 어떤 자의식도 없었고, 다만 소리를 빽빽 지르고 또 소리를 빽빽 지르는 자그마한 생명체와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만 생겼다. - P62

한때 나는 더 온화하고 더 강인했다. 강인함은 고통을 감내하는 능력이고, 강인함이 있어야 고통에 잡아먹히지 않은 채 온화함을 간직할 수 있다. - P63

나는 물리적인 세상에 대해 그야말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때의 기분을, 내 몸이 언어를 위한 도구가 되기도 전에 기억을 위한 도구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애쓰고 있었다. - P73

시간 속에 홀로 남겨진 기억들은 요약본의 형태로 굳어진다. 원본은 복구가 불가능하다. - P80

더 많은 감정을 기억할수록 그 감정은 강해진다. 닳아 없어지지 않는다. 점점 더 커진다. 새로운 사랑이 낳은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 P80

어쩌면 문제는 삶의 형태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사실, 그에 따라 우리가 다양한 층위의 충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있는 듯하다. 그게 아니라면 삶의 충만감을 판단하는 우리의 능력이 형편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공허감과 충만감이라는 개념이 행복에 대한 형편없는 은유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이 행복이라면 말이다. - P83

어쩌면 모든 불안은 순간에 대한 병적인 집착, 인생을 지속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에서 기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P86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다 써버리는 특권, 필멸의 파도가 나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위로 부서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이상의 시간도, 더 이상의 잠재력도 없다. 모든 것을 배제하는 특권. 끝내는 특권. 내가 끝났음을 아는 특권. 그리고 나 없이도 시간은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아는 특권. - P88

결과를 바라보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나 막상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 순간, 내 모든 기쁨은 결과를 위한 길을 닦고 그 길을 밟는 데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끝이라는 형식은 매력적이지 않다. 내가 시작이나 끝보다 지속하는 과정을 즐긴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한다. - P90

지금 나는 일기가 내가 잊은 순간의 모음집이라고, 내가 끝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어가 끝낼 수도 있는 기록이라고, 말하자면 불완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P96

개인적 기록인 일기가 그 자체로 말이 되게 쓰이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일기는 어제에서 벗어나지도, 내일로 향하지도 않았다. 일기는 상위의 형식에서 분리된 형식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일기 자체에는 형식이 아예 없다고 봐야 했다. 일기는 그저 축적, 그저 하루 하루 하루 하루의 축적이었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들은 어쩌고요? 나는 애들을 사랑해요."
"욕심도 많군요. 하긴 이기주의자에게 자식은 자기 자신의 일부죠. 선생님이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자식이 선생님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나쁘지 않아요." - P84

"5년만 더 지나면 두 분은 서로를 지긋지긋해하는 노인으로 변할 겁니다. 뒤를 돌아보면 후회로 점철된 삶이 있죠. 그다음은 죽음을 기다리며 버텨야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고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런 삶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때는 돈 자체가 필요 없어질 테니까요."
"왜 그렇죠?"
"돈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늙으면 하고 싶은 일이 없어져요. 돈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필요해지죠."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알고 보면 굉장히 단순하거든요. 인간은 어린 시절, 유년 시절,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서 쇠퇴기로 향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어요. 그 후에는 자신이 차지한 공간을 비워 주는 거죠." - P85

니콜라이는 문득 ‘존재하다‘와 ‘존재하지 않는다‘를 구별하는 경계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깨달았고, ‘해야 한다‘와 ‘하면 안 된다‘라는 관습에 얽매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누구도 뭔가를 해야 할 의무를 갖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쓰나미가 그를 쓸어가 버릴 수도 있었고, 비행기와 함께 추락할 수도 있었고, 병에 걸릴 수도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러시아 남자는 수명이 짧다. - P88

"무슨 일이 있어도 재혼은 안 됩니다." 사회혁명당원은 공표하듯이 말했다. "아내는 어디까지나 자녀를 낳기 위해 필요한 겁니다. 선생님한테는 이미 자녀가 있어요. 그렇다면 아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애인이 필요한 겁니다. 양질의 오르가슴과 영감으로 충만한 비행이 필요한 거죠. 여자는 남자가 쉽게 질리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싫증 나면 애인을 바꾸세요. 절벽 근처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삶을 누려 보세요. 만약에 모든 것이 싫증 나면 그때는 홀로 고요한 심연에 갇혀 노후를 맞이하는 겁니다. 노년도 인생에서 좋은 시기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 P91

"당신은 그냥 등골이 휘도록 일만 한 게 아니잖소." 인노켄치가 반박했다. "당신은 일과 자신의 작가들을 사랑했고, 그들의 운명에 일조했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잖소."
*뭘 그렇게 거창하게······." 키라 세르게예브나는 한 손을 저으면서 부인했다. - P95

그녀는 두 부류의 남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부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고, 두 번째 부류는 돈 많은 남자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편은 아내한테 붙어서 살아간다. 그러면 여자는 둘이서 함께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물론 힘든 일이다. 반면 돈 많은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무례하며 결국은 아내를 버린다.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가는 당나귀로 살 것인지, 자기를 마구 짓밟고 척추를 부러뜨려도 참고 살 것인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물론 지조와 성공 두 가지를 다 갖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