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됐지만 말이죠. 오래 전부터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되었으니, 지금이야말로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지금 현재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나였을 때 선택했던 삶을 계속 살 수밖에 없죠. 나는 평생을 일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삼십 년을 바쳤어요. 그런데 정작 지금 내 모습은 어떻습니까?" - P219
날짜를 쓰면서, 문득 봄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차가운 아침의 정적을 뚫고 정원으로부터 들려오는 새들의 수줍은 지저귐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녹음의 미로 속에서 헤맸던 학창 시절처럼 높고 낮은 새들의 지저귐에 빠져들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사람의 기분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기 기분도 제대로 설명할 줄 모르는 노인들이나 사용하는 격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 P240
나는 과연 미켈레에게 살아 있는 여자인지, 아니면 그의 어머니처럼 벽에 걸린 초상화에 지나지 않은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나는 분명 벽에 걸린 초상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 초상화의 사악한 마력에서 절박하게 도망치고 싶었다. 두렵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봤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남편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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