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열정이 필요했다. 열정이 있으면 멀리 가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빨리 갈 수는 있는 법이다. - P102

니콜라이는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캄무날카는 젊은 사람들한테나 어울리지. 그들은 어디에 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누구랑 사느냐일 테니까. 젊은 시절이란 참 쉽게 행복해지는 때로군.‘
니콜라이는 안락한 삶에 익숙해져 버렸다. 가난은 생각만으로도 우울해졌다. 그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캄무날 카의 기다란 복도를 걸을 때마다 이웃들이 자신을 향해 던질 ‘오, 늙은 사내가 나왔군······.‘ 따위의 시선을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 P105

나타샤는 니콜라이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돈 많은 사람이니 그 정도 쓰는 건 일도 아니다 싶었던 것이다. 그게 뭐가 대수라고······. 돈이 뭔가? 종이 아닌가? 하지만 아파트는 부동산이고, 아파트는 테러의 위협만 아니라면 파괴될 염려가 없었다. 게다가 테러리스트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런 동네까지 찾아올 리 만무했다. 무슨 꿀단지라도 두고 갔거나 그들이 찾는 누군가가 숨어 있다면 모를까······. - P107

"새들은 뭐 아무 목적도 없이 노래하는 줄 아니? 걔들도 수컷을 부르거나 영역을 표시하려고 노래하는 거야. 사람들이 새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지. 하긴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 들었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긴 하다." - P114

나타샤는 아침부터 밤까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드라마를 안 볼 때는 양말을 떠서 좋은 가격에 팔곤 했다. 드라마에 등 장하는 인물들이 지인이라도 된 것처럼 낯이 익었다. 옆집 사람들 같았다. 드라마가 추구하는 점이기도 했다. 우리는 자기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염탐한다. 물론 가상의 삶이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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