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그가 최후의 순간까지도 이와 같은 결말을 전혀 예기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두 여인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끝까지 호통치고 오만하게 굴었던것이다. 그가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허영심과, 자기도취라고 부르는 편이 더 나을 듯한 자신감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만한 성공을 이루어낸 뾰뜨르 뻬뜨로비치는 병적일 정도로 자기자신에게 도취되어 있고, 자기 능력과 지성을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어서, 때로 혼자 있을 때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넋을 잃고 쳐다보기까지 하는 인물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가 제일 사랑하고 높이 평가하는 것은 온갖 수단과 노력으로 일궈 낸 자기 재산이었다. 이 재산이 그를 그보다 높이 있는 사람들과 동등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 P447

그럼에도 그는 두냐를 자신의 위치까지 상승시키려고 한 자기 결단을 여전히 높이 평가하며, 그런 결심이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두냐에게 이것에 대해 토로한 것도 그가 벌써 몇 번씩이나 도취되어서, 생각만 해도 기뻐서 어쩔줄 몰랐던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각을 발설한 것뿐인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그의 영웅적인 행동에 도취될 수 없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448

복도는 어두웠다. 그들은 전등 옆에 서 있었다. 잠깐 동안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았다. 라주미힌은 평생토록 이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타는 듯이 날카로운눈동자는 매 순간 더욱 강렬해져서, 그의 영혼을 꿰뚫어 영혼 속까지 다다를 것 같았다. 문득 라주미힌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언가 이상한 일이 그들 사이에 일어난 것 같았다…………. 어떤 상념이 마치 암시처럼 스쳐지나갔다. 뭔가 무시무시하며 끔찍하고, 갑자기 두 사람 모두가 이해하게 된 그런 어떤 상념이……… 라주미힌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졌다. - P458

「나는 당신에게 절한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고통에 절을 한거요.」 - P470

내가 그렇게 말한 건 당신의 수치와 죄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위대한 고통 때문이야. - P471

어떻게 당신 내면에는 그런 치욕과 저급함이 그와는 정반대인 성스러운 다른 감정들과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냥 이대로 거꾸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으로 모든 일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더 정당하고, 맞아, 수천배는 더 정당하고 이성적인 일은 아닐까? - P4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성이란 정열의 노예니까 말이에요. - P410

「사람들은 말하지요, <너는 환자다. 그러니까 네게 나타나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일 뿐이다.〉 엄격히 말해서 이 말은 비논리적입니다. 나는 유령이 환자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유령이 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 P422

<유령, 이것은 말하자면 내세의 작은 조각과 파편들이고, 그것들의 시작이다.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그들이 보일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은 가장 현세적인 사람이므로 완전과 질서를 위해 반드시 지상에서의 현세적인 삶만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병이 나서, 유기체 속의 정상적인 지상의 질서가 조금이라도 파괴되면, 다른 세계의 가능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병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다른 세계와의 접촉이 더욱 빈번해지고, 그러다가 완전히 죽게 되면 그는 곧바로 그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 것이다.> - P4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일종의 생각들이나 생각의 파편들, 어떤 상념들은 있었지만, 그것들은 어떠한 연결도 질서도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어렸을 때 보았거나 어디선가 꼭 한번 만났지만 전혀 기억할 수가 없는 사람들의 얼굴, V 교회의 종루, 어떤 음식점의 당구대와 그 당구대 옆에 있던 장교 한 사람, 어떤 지하 담배 가게에서 나던 담배 냄새, 선술집, 구정물과 달걀껍질이 잔뜩 널려 있던 아주 어두운 검은색의 계단, 어디선가 들려오는 주일의 종소리…… 여러가지 대상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뒤바뀌며 회오리바람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꼭드는 것들도 있어서 그것에 매달려보기도 했지만, 그것들도 곧 사라져 버렸다. 전체적으로 무언가 내부에서 그를 억누르는 것이있었지만, 그것이 대단한 정도는 아니었다. 때로는 기분이 아주 좋기까지 했다…………. 가벼운 오한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나, 그것마저 역시 유쾌한 감촉이라고 할 수 있었다. - P396

〈아니, 그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어. 진짜 《거인》,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는 사람은 툴롱을 호령하고 파리에서 대학살극을 벌이고, 이집트에서 군대를 《잃고》, 모스끄바로의 진군에서 50만의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빌니우스에서는 그 일을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그런데도 죽은 후에는 그를 우상으로 떠받들지 않았는가. 즉 《모든 것》이 허용된 것이다. 아니, 아마도 이런 사람의 몸은 살로 되어 있지 않고 청동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 P398

나는 《전 인류의 행복》을 기다리고 싶지 않다. 나는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살지 않는 편이 더 낫다. - P399

<다음의 이유 하나만 봐도 나는《이》이다. 첫째, 지금 내가 스스로를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하나만 봐도 그렇다. 둘째, 한달내내, 자신의 육체와 욕망을 위해서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위대하고 훌륭한 목적을 염두에 두었다고 전지전능한 신을 증인으로 세워 가면서 괴롭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하하! 셋째로, 일을 저지르면서도 가능한 한 공정성을 지키려고, 즉 무게, 정도, 수학을 고려해서 《이》 중에서 가장 무익한 《이》를 선택해 그것을 죽이고, 첫걸음을 위해서 더도 덜도 말고 내게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그로부터 빼앗으려고 했단 말이다………. - P400

과연 이 두려운 일에 비길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오, 저속함이여! 오, 비열함이여………! 오, 나는 칼을 들고 말을 탄 《선지자》의 심정을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다. 알라신이 명하니, 복종하라.
《떨고 있는 피조물이여!> 어디선가 거리를 가로막고 훌륭한 포병들을 세워 놓은 다음, 죄가 있든 없든 마구 쏘아 대고도 변명하지 않은 《선지자》는 정당했다! 복종하라, 떨고 있는 피조물들이여. 그리고 《바라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은 너의 일이 아니니까………! 오, 결단코 결단코 나는 그 노파를 용서치 않으리라!> - P4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그가 내 가치를 인정하고,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확신 없이는 그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스스로 그를 존경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 채 그와 결혼하지는 않아요. 다행히도 나는 그걸 거의 확신할 수 있었고, 그건 오늘 이 시간에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결혼은 오빠가 말하듯이 비열한 짓이 아니란 말이에요.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오빠 입장에서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세요? 왜 오빠는 자기도 갖고 있지 못한 영웅적인 용기를 내게 요구하는 거지요? 이건 독재이고 폭력이에요! 만일 내가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있다면,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고요……. 나는 아직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 P339

「죽은 자에게는 안식이, 산 자에게는 더 나은 삶이 있으라! 그렇지 않은가요?」 - P3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성과 빛의 왕국이 도래했다………. 의지와 힘의 왕국이 온 거야.………. 어디 두고 보자! 한번 겨뤄 보자고!> 그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도전하듯이 오만하게 덧붙였다. <나는 이미 1 아르신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살 각오도 하지 않았던가…………!> - P274

힘, 힘이 필요하다. 힘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힘은 힘으로 얻어야하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모른다. 그는 거만하고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간신히 떼어 놓으며 다리를 떠났다. 교만함과 자신감이 그의 내부에서 시시각각 자라났다. 그다음 순간이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엇이 그를 이처럼 변화시켜 놓은 것일까?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문득 <자기가 살 수 있고, 인생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자신이 노파와 함께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을 내린 건지도 몰랐지만, 그는 그런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 P274

<당신의 종, 로지온을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었지.>
갑자기 이런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그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런 거야!> 이렇게 말하고 나자 그는 곧 자신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 P274

어떤 때는 그 행동이 아주 그럴듯하기도 하고 교묘하기조차 할 때가있지요. 하지만 행동의 경과나 행동의 시작은 혼란스럽고, 여러가지 병적인 인상에 의해 좌우되거든요. 꿈과 비슷한 것이지요. - P328

「그런데 네 방은 정말 형편없구나, 로쟈. 꼭 관 속 같아.」 - P3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