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처럼 일로 힘을 쓰는 것만이 아니라, 헤라클레스처럼 쓰는 힘도 필요하다. 일이 아닌 데다 에너지를 들이는 것,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가리켜 흔히 사치라 한다. 그러나 어디 삶이 필수품만으로 이루어지는가. 살아가려면 간혹이라도 사치품이 필요하다. 여유와 틈을 ‘사치‘라고 낙인찍은 건 아닐까.
그렇게 사치라는 말은 ‘분수를 지켜라‘ 하는 말로도 바뀌어 우리 삶을 단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요해서가 아니라 즐거워서 힘을 쓰는 일이 사치라면, 난 내 힘을 하늘을 들어 올리는 데 쓰는 사치를 마음껏 부릴 것이다. - P60

노 젓기는 정말 힘들다. 그러니 노예와 죄인의 몫이었겠지. 나를 채근하는 북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잘해! 죽지 말고!‘라는 대사도 노를 저을 때마다 들려오는 듯하다. 나이스는 로마 장군이 됐다가 북잡이가 됐다가 한다. 한 세트만 노를 젓고 나도 등줄기에는 땀이 폭포처럼 흐른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고통이 아니다. 그야말로 시원한 ‘쾌(快)‘다.
인간은 어찌나 신기한지. 노예가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 그 고통스러운 행위를 실컷 하고서는 쾌감으로 느낄 줄 아니 말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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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잘 먹자‘를 전략으로 택했다.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 P44

체스트프레스를 하다 보면 하늘을 떠받친 헤라클레스가 된 느낌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는 건 원래 거인 아틀라스의 역할이다. 아틀라스는 제우스에게 패했기에 하늘을 떠받치는 벌을 받는다.
헤라클레스는 황금 사과를 구할 작정으로 잠시 아틀라스 대신 하늘을 떠받친다. 형벌로써 아틀라스가 하늘을 지는 고역과 헤라클레스가 자발적인 목적으로 하늘을 지는 것은 다르다. 세상사에서 짊어져야 할 비자발적 고역과 자발적 수고의 차이, 매번은 아니더라도 나는 되도록 헤라클레스처럼 하늘을 지고 싶다.
샤프트만을 들다가 바벨을 조금씩 추가해 무게를 올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면 하늘이 무너진다는 상상을 한다. 버텨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느낌이 온다. 아아! 하늘도 무너지는구나! 아아!! ‘하늘이 무너지면 자칫 바벨에 깔릴 위험이 있다. 그렇게 하늘이 무너질라치면 나이스가 곁에서 바벨을 잡고 버텨줬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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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고 살을 뺀다는 것이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도망치는 것인지 편견과 맞서 싸우는 것인지 자주 헷갈린다. 남의 눈에 들려고 하는 건지 나에게 나를 잘 보이기 위한 건지도 잘 모르겠는 때가 많다.
하긴 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나도 어차피 타인의 눈을 거치기 마련이다. ‘내 안에 너 있다‘는 대사처럼 타자는 다양한 모습으로 내 안에 존재한다. 나와 타자의 경계는 명확히 그을 수 없다.
지름신 때문에 행거에 걸린 옷이 늘어날 때마다 나는 누구의 어떤 눈으로 나를 보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자기답다‘라고 한다. 지름신에 들려 산 내 옷, 저 옷들은 나다운 것일까? - P26

다시 운동을 시작한 날, 막 입학한 새내기의 설렘으로 체육관에 들어섰다. 높은 사다리 위에 올라 전구를 갖고 있던 나이스가 활짝 웃었다.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고 했다. 당분간은 살살 걷기만 하라고도 했다. 나는 트레드밀을 시속 3.5킬로미터로 걷는 달팽이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아무리 느려도 나는 움직이고 있다. 다시 움직인다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분홍 신을 신고 무대에 오른 발레리나처럼, 운동화를 신고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뭔가를 몸에 새긴 것이다.
몸에 새긴다! 이 말이 참 좋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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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적은 뭘까, 친구들은 입 모아 만장일치로 말했다. "계속 마시기 위해서!"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스무 살 때부터 마셔온 인생, 인생에서 이걸 지워버리고 산다면 그런 삶은 내겐 ‘건강한 삶‘이 아니다.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같이 마신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게 내 삶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며 만든 유대가 내 삶이다. 맞다. 계속 마시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 P15

학창 시절 본 스웨덴 영화 「개 같은 내 인생」에서 ‘개 같은‘이라는 말은 ‘아주 좋고 부러워할 만한‘이란 뜻이라 해서 문화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한국에서 ‘개 같은‘의 의미는 정반대로 문명 속에서 살아감에도 인간답지 못한 삶을 강요당하고 자연 속 네 발짐승처럼 구는 비인간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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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었다. 나는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다음을 기약할 순 없는 관광객이란 걸. 인생은 무궁무진하고 갈 곳은 많으니, 나는 애초에 이 나라에 내 다음을 둔 적이 없다는 걸. 쿠바의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관광객을 스쳐 보내는 사람들이니 적당히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때론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는 걸. 어쨌든 나는 거짓말쟁이란 걸. - P169

쿠바에서 만나 술잔을 부딪친 사람들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다음에 보자고. 그는 답했다.
No promise, 다음을 약속하지 말자고. 그는 이어 말했다.
No podemos entender, podemos entender. 우리는(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어.
Recuerda este momento para siempre. 지금 이순간을 영원히 기억하자.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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