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노끈 이 쪽을 좀 잡아 주세요. 그럼 우리 사이가 이어졌죠. 이 전엔 난 나고 당신은 당신이었는데, 이 노끈으로 우린 연결되어서 ‘나와 당신‘이 된 거죠. 지금 당신과 내가 각기 반대편으로 뛰어가면 당신은 날 끌어당기게 되고 난 또 당신을! 한 줄에 매인 메뚜기처럼, 아무도 도망갈 수가 없어요. 또는 마치 부부처럼. (잠시 멈춘다) 하지만, 이 비유는 별로 좋지 않군. - P11
노끈 한쪽 끝을 다 내게 줘 봐요. 한쪽 끝은 당신들이 잡고 있고, 그럼 난 여러분들과 각기 다른 관계를 갖게 되죠. 느슨한 관계, 팽팽한 관계, 먼 관계, 가까운 관계, 그리고 여러분도 각기 내게 영향을 주겠지. 우린 각자 이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서로를 당기고 있는 셈이지. (멈춘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럼. (멈춘다) 또 거미처럼. (멈춘다) - P12
이 노끈이 마치 우리 손 같아. (그가 손을 놓자 상대방도 손을 놓고, 노끈은 바닥에 떨어진다) 길게 빼고 있는 더듬이 같기도 하고. (그가 손을 놓자 상대방도 손을 놓는다) 또 우리의 언어 같기도 해.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 처럼. (또 한 노끈이 바닥에 떨어진다) 또 마치 우리의 눈길 같아. (또 노끈 하나를 대신 한다) 우리 생각까지 포함해서 (상대방을 등지고 서나 둘은 서로 교통하는 바가 있다) 당신이 그녀를 그리워하거나 아니면 그녀가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겠지. (그녀와 어깨를 스치며 지나친다. 그녀는 또 다른 사람과 마주보고 있다) 그 노끈 하나 하나가 무리들을 당기고 있지. - P13
(자기 얼굴에 종이를 붙이며) 이건 아주 공평해. 그래. 물론이야. 지면 벌을 달게 받아야지. 다들 벌로 종이 한 장씩 붙였어. 종이 안 붙인 사람이 도리어 이상한데? 겁나는 걸. - P32
다들 말하는 거 들었지? 그런데 왜 넌 스페이드가 아니라고 고집하는 거지? 겁이 나나? 너 쥐새끼 먹어봤어? 팔딱팔딱 뛰고 입안에서도 여전히 찍찍 울어대고, 긴 털도 없고 눈도 안 뜬, 마취시켜서 실험용으로 쓰는 쥐새끼 말이야? 먹어봤다면 감히 진실을 말하게 되지. 친구.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말해봐. 스페이드야 아니야?
내 생각엔 그래도 허탕인 것 같아.
정말 재미없는 작자야. 다들 김빠지게 하잖아. 이런 자는 정말 싫어. 안 그래?
(술병을 돌려 사람마다 한 모금씩 마시며 한마디씩 한다) 싫어. 싫다고, 싫어. 싫어. 싫다니까. 싫다고. 싫어. 싫어. 싫다고······
(술병을 가져간다) 이렇게 보기 싫은 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둘러싸며) 쫓아버려! 꺼지라고 해! 모두를 불안하게 한다니까. 정말 지겨워. 왜 우리들 술도 못 마시게 만들지? 혼을 내 줘! - P35
이 사람이 손해 보는 건 너무 우직해서지. 그래야 한다는 게 뭔가?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뿐이지 꼭 그래야 한다는 게 어쨌다는 거야?
그럼 왜 그래야 한다는 게 있어선 안 되지?
(화가 나서) 뭐가 꼭 그래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만 하는 거야? 그래서는 안 되는 거야?
(곧장 사람을 떼어내서) 그래야 한다는 말을 하지 마!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 P36
너 거짓말할 줄 모르냐?
어머닌 거짓말 못하게 하세요.
넌 아직 어린애로구나. 어른치고 거짓말 못하는 사람 없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가 없거든. - P41
나랑 말하는 사람은 누구지?
네 그림자. 네가 낸 소리의 사상----
넌 죽어라 날 따라 다녀----
네가 네 자신을 읽어 버렸을 때----
날 일깨워주려고? 날 더 고통스럽게 해----
넌 그렇게 지쳐 빠져서까지 찾는 게 뭐야?
날 정신이 나게 하는군! 난 정말 잃어버렸어. 근데 어디서 찾아야할지 모르겠단 말야.
(아픈 곳을 찌른다) 찾으려는 게 무언지도 모를 걸?
그런 것 같아······ 다들 찾고 있지 않아? - P46
(또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당신도 꿈을 찾고 있소?
아니, 난 말 한 구절을 찾고 있어.
시를 짓고 있소?
누구나 시를 지을 수 있어.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럼 당신은----
생각! 누구나 머리는 있지만, 누구나 다 생각이 있는 건 아니거든.
맞아. 당신이 찾고 있는 구절은 분명 멋진 경구겠군요.
그게 꼭 굉장한 경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문제는 그 구절을 못 찾겠다는 거지. 내 생각의 맥이 끊겨버렸어. 끊겨 버린 생각은 줄이 끊긴 연처럼 다시 되돌릴 수가 없지. 그 구절을 찾지 못하면 생각도 찾을 수가 없어. 생각은 하나 하나 꿰어 있는 쇠사슬 같죠. 이해하겠소? - P48
사람들은 다 여기서 찾는데 저쪽 가서 뭘 하게요?
여긴 내가 찾는 게 없어서요.
뭘 찾는데요?
(괴로워하며) 뭘 찾는지 나도 몰라요.
다들 봐요. 이 사람은 참 이상해. 뭘 찾는지 모른대요!
다시 한 사람 그는 이미 뭔가를 찾은 게 분명해. (사람들이 금방 그를 둘러싼다)
아뇨. 정말 아니에요. (비켜난다)
(사람들 가운데서 나와) 어디로 가려고?
지나가려고.
아무 것도 못 찾았잖아? 근데 왜 그냥 지나가고?
난 안 찾을 거야. 난 저리로 가겠어.
우린 다 아직 여기서 찾고 있는데 너만 저쪽으로 가겠다고?
가게 할 거야?
안 돼! - P49
찾고 싶지 않다! 좋아. 그래. 찾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찾으랄 수는 없지. 당신이 찾고 싶지 않아도 모두가 찾지 않을 수는 없지. 다들 찾는데, 당신만 찾지 않을 수 없어. 다들 찾지 않으면 너도 물론 찾지 않아도 돼. 다들 찾으려는데 넌 찾지 않고, 다들 모두를 찾는데, 넌 모두를 찾지 않고, 다들 찾도록 찾지 않고, 넌 찾든 아니든 넌 찾지 않아도 다들 찾아, 넌 찾든 안 찾든 다들 찾지 않아---- 너도 찾고 다들 찾고---- - P50
넌 이곳의 규칙을 알고나 있는 거야? 계속 알려줬잖아. 넌 어쩌자고 아직도 고치질 않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뻣뻣해! 손 좀 봐야겠어!
잠깐. 그건 안 돼. 야만적이야. 아직도 돌아서지 않겠다면, 억지로 그럴 것도 없어. 그럼 이 사이로 지나가라 하지. (바지 가랑이를 가리킨다) 어때?
(와---- 하고 웃는다) 좋아! - P51
사실 이건 너의 자아연민일 뿐이야. 넌 이렇게 끝내버리고 싶지 않겠지. 이 허영 덩어리야. (퇴장해 버린다) - P55
(가볍게 노래한다) 그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아내를 놀려 아내를 놀려 아내를 놀려 자기 아내를 자기 아내를 자기 아내를 - P82
그럼 들어보시오! 마디마다 정이요, 열 손가락마다 마음이지요. 이 세상 남녀 간에 뜻을 전하고, 온갖 매력을 드러내는 거야 다 손에 달려 있지요. (독백으로) 장주야, 장주, 넌 남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위로 하늘의 모습을 알고 아래로 유명한 세계를 알며, 깊고도 오묘한 것을 모르는 게 없다지만, 여인의 손에도 이렇게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는 것, 그리고 네 아내의 손이 이렇게 곱다는 건 더더욱 몰랐구나! (참지 못하고, 아내의 손을 당긴다) - P86
(독백으로) 이 여자 제멋대로군, 대단한 바람둥이야! 장주야, 너 오늘 한번 일 치지 않으면 부부로 산 게 억울하겠다! (방백으로) 그 장주가 범속한 세상을 초월한 듯만 여기더니, 어디 이 더러운 가죽을 벗어날 수 있더냐? - P88
(연거퍼 손을 비비며, 독백으로) 너 장주야, 장난아 연극을 하든, 정말 아낼 시험하든 여기까지 왔으니, 안하면 안했지 그만두진 못하리라. 어디 체면 볼 경황이 있느냐! (방백으로) 지금은 내가 장주이든 아니면 바람둥이 귀공자가 희롱을 하는 것이든, 또 희롱하는 게 자기 아내이든, 남의 집 바람둥이 여인이든 가릴 것 없다. 무조건 하는 거야! - P89
판관 나리······ 제발······ 나리, 저희를 굽어 살피사······ 하늘같은 나리······ 저희는 떠돌 만큼 떠돌았어요······ 떠돌 만큼······ 제발······ 나리······ 저희를 살피시어······ 하늘같은 나리······ 저희를 살피시어······저흰 떠돌 만큼 떠돌았어요······ 저희······ 떠돌이귀신들은······ 떠돌 만큼 다녔어요······ 낮도 없이······ 밤도 없이······ 떠돌았어요······ 낮도 없고······ 밤도 없이······ 이젠 처분을 내려주세요······ 해도 없고 달도 없이······ 선 것도 선 게 아니고······ 앉은 것도 앉은 게 아닌 채로······ 이제 판결을 내려주세요······해도 달도 없이······ 어떤 판결보다도 견디기 어려워요······ 선 것도 선 게 아니고······ 앉은 것도 앉은 게 아니고······ 해도 달도 없이······ 해도 달도 없이······ 이제 죄를 정해주세요······ 갈 곳으로 보내주세요······ 어떤 형벌보다도 괴로워요······ 선 것도 선 게 아니고······ 앉은 것도 앉은 게 아니고······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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