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그 무엇은 발설되건 발설되지 않건 돌처럼 엄연히 존재하고, 그 무엇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것을 성가신 돌처럼 밀쳐버린다. - P65

참된 사랑을 품은 사람은 상대방이 고통을 겪을 동안에는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가볍게 접어버리며, 사랑은 순수하게 동지적인 지원을 배제하지 않고, 또 열정이란 위급한 상황에서는 현명하고 의미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감퇴시키기보다 오히려 고양시킨다는 것을. 희망에 탐닉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떤 것에 탐닉하는 것과 단 한 가지 점에서 구분된다. 희망에 대한 탐닉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희망의 실현에서 지원을 얻지 못하면 희망을 품은 자를 지극히 가파른 경사면으로 몰고 가며, 그렇기에 언젠가 그가 균형을 잃으면 떨어져 부서지게 만들거나 무엇이든 충격적인 일을 당하게 한다. - P66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면, 언제든 다시 잃게 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면, 남는 것은 여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적은 것을 가졌고 이 너무 적은 것이 언제든 다시 잃을 수 있는 것보다도 많다면 그런 것을 뭐라 형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67

그렇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의 움직이는 발끝과 침묵을 의식하고 있으며 나 역시 이 모임에서 아무 것도 말할 것이 없기에, 이를테면 침묵의 공존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침묵은 그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향한 것임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에 의지에 반하여 침묵은 우리 두 사람을 묶어준다. 마치 대립된 두 파가 싸움을 벌이려고 들어선 말 없는 땅 한 조각이 그 두 파를 이어주고 후일 전쟁터라 불리면서 나머지 땅들과는 영원히 구분되는 것처럼. - P71

나는 사진 속의 바다에 갔을 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아직 기억한다. 해변을 걷는 동안 아버지는 바다를 가리키고 흥분한 듯 두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여기는 수백만 년 전에 땅이 갈라진 곳이야. 그 때 단괴들이 생겨났고, 이 단괴들이 서로 분리 되어 유동했어." 아버지는 소리치듯 말했다. "이른바 바다라는 것은 그 단괴들 사이에 넓게 자리 잡은 물에 불과해."
그 때 처음으로 나는 이른바 바다 앞에 서 보았고 그 광대한 넓이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물고기들이 그 막대한 물의 무게를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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