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을 사랑한댔지. 나를 사랑했던 것처럼. 이제는 아니지만"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했던 이야기잖아, 필립."
"진짜라는 거네"
"응. 나는 결함을 사랑해." 그녀는 움찔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이제 입 밖으로 내기가 편안해진 듯했다.
"나는 당신에게 너무 현실적이었던 건가? 상상 속 존재를 만나고 싶어 하는 줄 몰랐네."
"결함은 진짜야, 필립. 우리를 찾아온 거야. 외계인처럼."
"앨리스, 결함은 하나의 관념일 뿐이야. 당신을 투영해 만들어진."
그녀는 반항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결함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그 누군가보다 훨씬 나은 관념이야. 완벽함과 사랑, 완벽한 사랑 그 자체야."
"석류에 대한 사랑, 계산자에 대한 사랑이 완벽하단 말이야?"
"맞아. 결함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사랑. 순수한 사랑이야." - P154

"나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거야. 결함보다 더 수수께끼처럼 굴 수는 없으니까. 존재하는지조차 알기 어렵게 굴잖아" 앨리스는 붉어진 눈으로 나를 빤히 보았다. "당신은 여기 있어. 나는 갈게. 여기서 흔자 울어.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거기에서 혼자 울게. 똑같이 처참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섬이 되는 거야. 당신은 여기 아래에, 나는 저 위에" - P157

우리는 둘 다 눈물을 흘렸다. 두 장님과 아파트를 떠올리니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는 공허하고 황량한 우주가 아닌 지구 어딘가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침실과 침대가 있는 평범한 장소. 자동차와 우리 집, 결합이 삼킨 소리굽쇠, 도자기, 재떨이와 두 장님의 딱딱거리는 지팡이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이 무거운 추가 되어 우리를 공허에서 꺼내 주는 것 같았다. - P158

나는 우리 사이 공간을 기어가 그녀를 안았다. 내 팔을 그녀의 어깨에 두르고 얼굴은 그녀의 머리칼에 묻었다. 우리는 함께 울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하나였다. 빈 곳 없이 서로에게 딱 맞는, 대체할 수 없는 두 개의 조각이었다.
우리는 우리 자체로 하나의 시스템이었고, 우주였다. 그 순간만큼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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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린네의 용어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인간/남자 man ofwisdom"를 뜻하는데, 이는 거의 전적으로 백인 남성에 귀속되는 특징인 이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 P173

<가장 가까운 친족>에서 파우츠는 자신이 과학자의 가장요한 규칙을 어겼다고 썼다. "연구 대상을 사랑하지 마라."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계속 그 규칙을 깨뜨려주길 바란다. - P182

동물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나는 이것이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서 분리시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 P189

동물과 비교당하는 것이 우리에게 강도 높은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가 동물들에게는 주체적이며 정서적인 삶, 즉 우리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대하게 만드는 종류의 삶이 결여되어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서구 전통에서 동물은 우리에게 거의 아무런 의무도 요구하지 않는 존재들의 범주다. 우리는 그것들을 사고팔고 물건처럼 처분할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를 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를 아무런 책무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존재로, 어떤 죄책감도 없이 대상화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 P195

"종차별주의 담론은 언제나 하나의 인간 집단이 다른 인간 집단을 공격하는 데 쓰일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종에 속한 사회적 타자 혹은 종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계급 등으로 구분된 사회적 타자들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 P195

인간과 동물의 전시는 종교적·과학적·식민주의적 실천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는 하나의 계보를 공유한다. 중세시대에 왕의 힘을 상징했던, 살아 있는 기형의 존재들을 대상으로 한 컬렉션부터 서구 식민지 세력의 승리를 과시하기 위한 19세기의 동물원, 사이드 쇼, 만국박람회까지, 인간과 동물들의 전시 혹은 소위 "식민지 상품들"은 오랫동안 경제적·문화적으로 얽혀왔다. - P197

그들은 과연 동물 취급을 받아도 괜찮은 존재인 걸까.
동물들이 인간의 손에 끔찍한 폭력을 당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폭력은 흔히 인간들이 서로에게 휘둘러 온 폭력과 같은 계보를 공유한다. 동물들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우리가 동물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뿐 아니라, 동물들이 우리의 친족kin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의 사례로 본다면 어떨까? 동물임을 자처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동물화와 종차별주의의 폭력에 저항하는 방식일수도 있다면 어떨까? 즉 동물해방이 우리 자신의 해방과 얽혀 있음을 인식하는 방식이라면? - P198

장애 문화에 동물로의 전환 animal turn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이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동물들을 전적으로 친족으로 간주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묻는 조짐 등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을 장애와 결부시켜 고찰하는 것이 여전히 비하적인 함의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풍부하고 생산적으로, 그리고 통찰력이 돋보이도록 만들 수 있을까? - P207

애초에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나의 자연스러운 몸이란 무엇인가? 어디에 있는가?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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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물고기는 없다. 단 한 마리도, 당신은 접시 위에 오른 물고기가고통스러워했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물고기는 정말로 고통스러웠다." - P150

닭 역시 자주 홀대받는 동물 중 하나다. 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사회적인 생물체다. 닭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지능을 실험하는 복잡한 과제들을 수행해내며, 산술 능력이 있고, 인과관계를 파악할 줄 알고, 100마리 정도의 얼굴과 모이 쪼는 서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또한 닭은 미래를 계획하고 문화적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다양한 위협을 구분하기 위해 최소한 30가지의 다른 발성을 사용하고, 태양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방향을 잡아 이동할 수 있다." - P150

동물들에게 감각이 있고, 따라서 그들이 즐거움과 고통은 물론이고 다른 감각이나 정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쾌고감수능력sentience은 아주 중요한 윤리적 함의를 띤다. 왜냐하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철학자가 말하는 "이해관계interests"를 갖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어떤 측면에 "마음을 쓴다 care". 의자나 휴대폰과 달리 우리는 "상처 입을hurt" 수 있기 때문이다. - P153

우리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능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셈이고, 인간의 능력은 그 다양한 능력들 중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있지만 우리는 갖지 못한 지능과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중심적인 세계관 탓에 우리로서는 우리 자신의 것 너머에 있는 지능과 경험을 상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삶에서 무언가 배우려는 시도를 멈춰선 안 된다. - P154

이 책에서 "동물"에 대해 논할 때, 여기서 말하는 동물이란 무엇이고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는,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질문에조차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류학적 기제를 이미 확정되어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동물"에 대한 나의 정의definition를넓게 열어두고자 한다. 우리의 환경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 우리가 수립한 제한적인 정의를 완고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 P157

"아프리카인에 대해서는 원숭이의 특질을 강조한반면, 유인원에 대해서는 인간적 성격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그런 관행들은 (다른 인종화된 인구 집단에 했던 것처럼) 동물과 아프리카 출신 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 노예제와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고 영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직립보행 능력은 자연학자들이 인간의 고유함을 논할 때 초점을 맞춘 특성들 중 하나였다. 당시 학자들에 따르면 유인원들이 인간의 한 유형으로 간주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발로 직립보행할 수 있어야 했다. - P164

인간의 진화를 상상하는 방식에서 직립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진화의 행진> 삽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삽화는 제작 당시인 1965년부터 진화를 "인간"을 정점에 둔 단선적 과정으로 오도했다. <진화의 행진〉은 점차 직립하고 두 발로 보행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맨 마지막에는 두 발로 직립한 유럽남성이 있다. 진화의 정점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 비장애 신체를가진 백인 남성인 것이다. - P166

"동물이란 하나의 말이다. 그것은 인간/남성이 만들어낸 호명이고, 그는 다른 생명체에게 이름을 부여할 권리와 권위를 스스로에게 준 것이다." 많은 동물학animalstudies 연구자들처럼, 데리다 역시 "동물"이라는 말이 게으르고 모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저작 전반에 걸쳐그는 동물이라는 이름이 포괄하는 존재들이, 바로 그 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다양성을 제거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들에 대한 명명을 조사하기 위해 <창세기〉를 참조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명명과 지배가 같은 순간에 발생하는 양상을 살핀다. 신은 아담을 자신과 닮게 만들고는 그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나는 것들,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복종케 하라"고 명한다. 그러고는 아담에게(이브가 창조되거나 명명되기 전에) 동물들을 명명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창세기>에서 인간/남성은 이미 짐승들과 분리되어 있는데(그리고 여성과도 분리되는데 이 또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분리 과정에서 명명은 그 자체로 결정적이다. - P168

성서에서는 인간에게 영혼이 주어졌다고 하는데, 영혼은 종종 이성이라는 관념과 긴밀히 연결되었다. 이성에 대한 강조는 인간이 이성적인 영혼을 소유한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짐승을 인간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인간의 영혼이 세 가지 측면을 갖는다고 했다. 그중 이성적인 면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고, 영양적인 면은 식물과 함께 갖는 것이고, 감각적인 면은 동물과 함께 갖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동물지》에서 인간을 동물이라고 부르며 태생적 네발짐승 범주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이후 2000년간 논란의 대상이 된다. 참고로이 책은 유럽 분류법의 토대가 된 문헌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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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확한 답을 회피하는 중이었다. 시간을 끌고 싶었다. 하지만 소프트 교수가 앨리스와 결함 사이에 끼고 싶어한다 한들, 내가 그걸 도와야 할까? 나와 앨리스도 서로 원하는 게 매번 같지 않은데 말이다. - P135

그날 아침 북쪽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붉게 물든 하늘이 잿가루로 덮었었다. 동쪽에서는 주황빛 태양이 빛나며 아침부터 석양이 지는 것 같은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앞 유리와 현금 인출기와 공공 조형물 위에 회색 가루가 곱게 쌓였다. 온종일 해 질 녘이 이어지는 듯했다. 마침내 내린 밤은 신의 은총처럼 느껴졌다. - P140

나는 두 장님을 차단한 채 외로운 전사로서 혼자 상황을 처리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앨리스가 사라진 것이 나만의 문제여야 했다. 에반과 가르스나 소프트 교수의 문제가 되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 P143

"시간이 주관적인가요 객관적인가요?" 가르스가 뒷좌석 어둠 속에서 단조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에반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손목시계가 5시 30분을 가리키고 나는 온종일 내 시계를 믿고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당신의 시계는 반 시간 늦은 5시를 가리키고 있는 거예 요.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산 거죠. 당신이 2시일 때 나는 2시 30분이었고, 당신이 4시 15분일 때 나는 4시 45분이었으니 당신은 나에 비해 반 시간 과거에 살았던 겁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을 확신하면서 말이죠. 우리 는 말다툼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붕괴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우리 둘만 남았다고 칩시다. 이제 참고할 만한 것도 없고 시간을 관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나는 5시 30분을 살고 있고 당신은 5시를 살고 있으니 시간여행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간여행?" 에반이 말했다.
" 5시가 5시 30분과 소통하는 거지" 가르스가 말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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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어학자들은 설령 유인원들이 복잡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그들의 수어를 언어라고 부를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 다수는 유인원들이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또다른 이들은 부이나 와쇼 같은 침팬지들이 단지 기계적으로 그러한 반응들을 보이도록 훈련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커스의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유인원에게 언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은 이들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한다. 침팬지들이 보여준 역량은 흔히 어린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한데도, 어린아이들의 성장 중인 언어 능력이 분명하게 인정받는데 비해 침팬지의 그것은 부인된다는 것이다. 많은 유인원들은 언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아예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으며, 보통 인간이나 다른 유인원에게 먼저 대화를 건다. 동물들이 인간 교육자가 아닌 서로에게서 수어를 배운 사례도 수없이 많다. - P115

"무엇이 언어인가에 대한 기준은 철저하고 확고하게 인간의 관점에 입각해 있다. 인간에게 종속된 동물들의 언어학적 위치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간의 탁월성을 이미 확립해두는 것이다". 언어가 인간에게만 특유한 것이라는 시각은 당연히 인간에게 유리한 것이다. - P116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동물의 언어나 소통 능력이 어째서 그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는가? 미국 수어를 모르는 침팬지는 외롭게 감금되고 실험당하는 삶을 선고받는 반면, 수어를 쓰는 침팬지는 어째서 해방을 촉구하는 대중적 항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걸까? - P116

우리가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떤 동물의 언어나 소통 능력이 어째서 그 동물을대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는가? 미국 수어를 모르는 침팬지는 외롭게 감금되고 실험당하는 삶을 선고받는 반면, 수어를 쓰는 침팬지는 어째서 해방을 촉구하는 대중적 항의를 불러일으킬 수있는 걸까?
의심의 여지없이 부이는 수어를 배우기 이전부터 감정을 지닌 존재였다. 부이가 미국 수어를 습득한 것의 특별함은 그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갑자기 감정을 가진 지적 존재로 거듭났다는 데 있지 않다. 그건 그의 언어 사용이 인간인 우리를 그의 지적 역량 그리고 정서적 삶과 비로소 대면시켰다는 데 있다. - P116

우리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특정한 신체들과 특정한 행동 방식을 우선시하는 문화 아래에서 가치절하되거나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인간의 동물 지배에 대한 정당화는 거의 항상 인간과 동물이 가진 능력과 특징에 관한 비교에 의존했다. 우리 인간은 언어, 이성, 복합적 감정, 두 개의 다리 그리고 다른 네 손가락과 마주 볼 수 있는 엄지손가락opposable thumbs을 가진 종이다. 동물들은 이런 특징 및 능력을 결여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도덕적 책임 바깥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그들을 지배하고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물을 어떤 능력을 갖거나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은 비장애 중심주의적이지 않은가? - P119

"장애를 가진 사람을 소외시키는 비장애 개인able individual이라는 개념은 동물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인간은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신앙부터 인간이 진화의 정점이라는 믿음까지, 비장애중심주의는 우리의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떠받치고 있다. - P121

동물을 연상시키는 인간들(유색인종, 여성, 퀴어, 빈민그리고 장애인 등) 또한 지적으로 모자라고, 가치가 적은 존재로, 때로는 심지어 인간 이하less human의 존재나 비인간 non-human 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특정한 능력이나 역량들이 인간을 정의할때 핵심 요소가 되고, 인류와 나머지 동물 세계를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이런 식으로 비장애중심주의는 동물과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인간으로 여기는지 구체화한다. - P121

장애가 아우르는 체현embodiment, 인지cognition, 경험experience의 다양성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 장애에는 결핍lack과 무능inability의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다르게 알고, 존재하고, 경험하는 방식들을 양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름otherness에 대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런 가치 부여는 장애 문화를 동물 정의justice 관련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동물은 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우리와 닮았으면서도 동시에 극도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종들 사이의 다양성은 그 자체로 포용되고 소중히 여겨져야지,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 P123

"목소리 없는 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침묵을 강요받았거나, 듣지 않으려 하기에 들리지 않게 된 자들이 있을 뿐이다." - P127

세인트클레어는 이렇게 썼다. "불훅을 가진 잔인한 조련사를 짓밟고, 조롱하는 관객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학대하는 조련사들을 물에 처박은 것은 동물을 소유물로, 이익을 뽑아내는 엔진으로, 착취와 학대의 무심한 대상 mindless object 으로 다뤄온낡은 질서에 균열을 낸 것이다." 여기에 나는 재닛이 동물들을목소리 없는 존재로 보는 낡은 질서에도 균열을 냈다고 덧붙이고 싶다." 동물 옹호가들이 동물들을 목소리 없는 존재처럼 그릴 때, 설령 은유로 쓴 것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동물을
"무심한 대상"으로 여기는 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 P132

다른 모든 동물들에게는 없고 오직인간만이 가진 "도덕적으로 중요한 능력"이란 없다. 예컨대 모든 동물이 언어를 갖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언어를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 P136

신경전형적이며 비장애 신체를 지닌 인간의 능력이 어떤 존재의 가치를 재는 척도로 사용될 때, 비인간 동물과 장애인 모두 손해를 본다. 인간들이 인지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해온특징들은 분명 어떤 종류의 복잡한 인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징표지만, 그것들이 지능을, 더더군다나 가치나 의의를 측정하는유일한 방법일 수는 없다. 게다가 그런 기준들은 인간적 능력으로 식별되는 한에서만 높이 매겨진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적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무시하도록한다는 점에서 비장애중심주의적이다. - P142

우리는 동물이라고 하면 인지적 결핍을 떠올리는 것을 문제삼아야 한다. 많은 종들이 인간적 지능의 흔적을 보여주며, 동물들의 정신은 단연 (인간적 능력과 쉽게 비교되거나 대비될 수 없을만큼)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존재의 가치 그리고 그 존재가 받아야 할 보호 여부를 지적 능력을 기준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47

1960년 제인구달Jane Goodall은 야생 침팬지들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Louis Leakey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도구를, 인간을 다시 정의해야 하거나 침팬지를 인간으로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도구사용은 더 많은 동물들에게서 뚜렷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영장류, 돌고래, 문어, 다양한 종류의 새들, 설치류, 어류(예컨대 새조개 껍질을 깨기 위해 돌멩이를 사용하는 종들이 발견되었다)가 포함된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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