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물고기는 없다. 단 한 마리도, 당신은 접시 위에 오른 물고기가고통스러워했는지 궁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런데) 물고기는 정말로 고통스러웠다." - P150

닭 역시 자주 홀대받는 동물 중 하나다. 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감정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사회적인 생물체다. 닭은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지능을 실험하는 복잡한 과제들을 수행해내며, 산술 능력이 있고, 인과관계를 파악할 줄 알고, 100마리 정도의 얼굴과 모이 쪼는 서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또한 닭은 미래를 계획하고 문화적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다양한 위협을 구분하기 위해 최소한 30가지의 다른 발성을 사용하고, 태양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파악하여 방향을 잡아 이동할 수 있다." - P150

동물들에게 감각이 있고, 따라서 그들이 즐거움과 고통은 물론이고 다른 감각이나 정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쾌고감수능력sentience은 아주 중요한 윤리적 함의를 띤다. 왜냐하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철학자가 말하는 "이해관계interests"를 갖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의 어떤 측면에 "마음을 쓴다 care". 의자나 휴대폰과 달리 우리는 "상처 입을hurt" 수 있기 때문이다. - P153

우리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능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셈이고, 인간의 능력은 그 다양한 능력들 중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있지만 우리는 갖지 못한 지능과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중심적인 세계관 탓에 우리로서는 우리 자신의 것 너머에 있는 지능과 경험을 상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삶에서 무언가 배우려는 시도를 멈춰선 안 된다. - P154

이 책에서 "동물"에 대해 논할 때, 여기서 말하는 동물이란 무엇이고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는, 언뜻 보기에는 매우 단순한 질문에조차 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류학적 기제를 이미 확정되어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동물"에 대한 나의 정의definition를넓게 열어두고자 한다. 우리의 환경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 우리가 수립한 제한적인 정의를 완고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 P157

"아프리카인에 대해서는 원숭이의 특질을 강조한반면, 유인원에 대해서는 인간적 성격을 부각시켰다"고 한다. 그런 관행들은 (다른 인종화된 인구 집단에 했던 것처럼) 동물과 아프리카 출신 인간 사이의 간극을 좁혀 노예제와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고 영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직립보행 능력은 자연학자들이 인간의 고유함을 논할 때 초점을 맞춘 특성들 중 하나였다. 당시 학자들에 따르면 유인원들이 인간의 한 유형으로 간주될 수 있기 위해서는 두 발로 직립보행할 수 있어야 했다. - P164

인간의 진화를 상상하는 방식에서 직립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지는 우리에게 친숙한 <진화의 행진> 삽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삽화는 제작 당시인 1965년부터 진화를 "인간"을 정점에 둔 단선적 과정으로 오도했다. <진화의 행진〉은 점차 직립하고 두 발로 보행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맨 마지막에는 두 발로 직립한 유럽남성이 있다. 진화의 정점은 단지 인간이 아니라 비장애 신체를가진 백인 남성인 것이다. - P166

"동물이란 하나의 말이다. 그것은 인간/남성이 만들어낸 호명이고, 그는 다른 생명체에게 이름을 부여할 권리와 권위를 스스로에게 준 것이다." 많은 동물학animalstudies 연구자들처럼, 데리다 역시 "동물"이라는 말이 게으르고 모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저작 전반에 걸쳐그는 동물이라는 이름이 포괄하는 존재들이, 바로 그 동물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다양성을 제거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들에 대한 명명을 조사하기 위해 <창세기〉를 참조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명명과 지배가 같은 순간에 발생하는 양상을 살핀다. 신은 아담을 자신과 닮게 만들고는 그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나는 것들,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복종케 하라"고 명한다. 그러고는 아담에게(이브가 창조되거나 명명되기 전에) 동물들을 명명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창세기>에서 인간/남성은 이미 짐승들과 분리되어 있는데(그리고 여성과도 분리되는데 이 또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분리 과정에서 명명은 그 자체로 결정적이다. - P168

성서에서는 인간에게 영혼이 주어졌다고 하는데, 영혼은 종종 이성이라는 관념과 긴밀히 연결되었다. 이성에 대한 강조는 인간이 이성적인 영혼을 소유한다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짐승을 인간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인간의 영혼이 세 가지 측면을 갖는다고 했다. 그중 이성적인 면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고, 영양적인 면은 식물과 함께 갖는 것이고, 감각적인 면은 동물과 함께 갖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동물지》에서 인간을 동물이라고 부르며 태생적 네발짐승 범주에 포함시켰는데, 이는 이후 2000년간 논란의 대상이 된다. 참고로이 책은 유럽 분류법의 토대가 된 문헌이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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