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확한 답을 회피하는 중이었다. 시간을 끌고 싶었다. 하지만 소프트 교수가 앨리스와 결함 사이에 끼고 싶어한다 한들, 내가 그걸 도와야 할까? 나와 앨리스도 서로 원하는 게 매번 같지 않은데 말이다. - P135

그날 아침 북쪽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붉게 물든 하늘이 잿가루로 덮었었다. 동쪽에서는 주황빛 태양이 빛나며 아침부터 석양이 지는 것 같은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앞 유리와 현금 인출기와 공공 조형물 위에 회색 가루가 곱게 쌓였다. 온종일 해 질 녘이 이어지는 듯했다. 마침내 내린 밤은 신의 은총처럼 느껴졌다. - P140

나는 두 장님을 차단한 채 외로운 전사로서 혼자 상황을 처리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앨리스가 사라진 것이 나만의 문제여야 했다. 에반과 가르스나 소프트 교수의 문제가 되도록 두고 싶지 않았다. - P143

"시간이 주관적인가요 객관적인가요?" 가르스가 뒷좌석 어둠 속에서 단조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에반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손목시계가 5시 30분을 가리키고 나는 온종일 내 시계를 믿고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당신의 시계는 반 시간 늦은 5시를 가리키고 있는 거예 요. 우리 둘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산 거죠. 당신이 2시일 때 나는 2시 30분이었고, 당신이 4시 15분일 때 나는 4시 45분이었으니 당신은 나에 비해 반 시간 과거에 살았던 겁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을 확신하면서 말이죠. 우리 는 말다툼을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붕괴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우리 둘만 남았다고 칩시다. 이제 참고할 만한 것도 없고 시간을 관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나는 5시 30분을 살고 있고 당신은 5시를 살고 있으니 시간여행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간여행?" 에반이 말했다.
" 5시가 5시 30분과 소통하는 거지" 가르스가 말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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