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습이 무엇인지 알게 된 푸는 언젠가 가시금작화 숲이 갑자기 자기한테 홱 튀어나온 적이 있다고 말했어. 자기가 나무에서 떨어졌을 때 일인데, 그 가시를 다 뽑느라 엿 새나 걸렸다고 말이야.
"지금 가시금작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아울은 약간 짜증을 내며 말했어.
"나는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건데" - P173

"푸는 그래. 푸는 머리는 좋지 않아도 절대 나쁜 일을 당하거나 하지 않아. 바보 같은 짓을 해도 나중에 보면 그게 잘한 거고. 아울은.......아울은 엄밀히 말해서 머리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는 게 많아. 아울이라면 물에 둘러싸였을 때 해야 할 일도 알고 있을 거야. 래빗은 어떨까? 래빗은 책에서 배운 건 아니지만, 항상 기발한 계획을 세울 줄 알아. 캥거도 있지. 캥거는 똑똑하진 않아. 하지만 루를 무척 걱정하다보니 일부러 뭘 생각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옳은 일을 잘 찾는단 말이야. 그리고 참, 이요르..... 이요르야 맨날 불행해 하니까 이 정도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런데 크리스토퍼 로빈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 P191

"극이라면 남극도 있는데, 사람들은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동극하고 서극도 있을 거야."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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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 길을 나선 건 숲속에 봄기운이 감도는 어느 화창한 날 아침이었단다. 작고 보드라운 구름들은 파란 하늘에서 즐거운 장난을 치는 것만 같았어. 해를 감추려는 것처럼 이 따금씩 앞을 막아섰다가 휙 흘러가버리고, 그러면 또 다른 구름이 그 자리를 넘겨받고는 했지. 하지만 구름이 막아설 때나 비켜설 때나 해는 힘차게 빛을 비추었어. 일 년 내내 전 나무 옷을 입고 있던 잡목림이 낡고 초라해보일 만큼, 옆자리 너도밤나무들이 차려입은 연둣빛 신록은 곱고 예뻤단다. - P70

"다른 물건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고."
"무언가를 넣어 둘 수 있는 쓸모 있는 단지를 선물하게 돼서 정말 기뻐." 푸가 기뻐하며 말했어.
나도 쓸모 있는 단지에 넣어 둘 무언가를 선물하게 돼서 정말 기뻐." 피글렛도 기뻐했지.
하지만 이요르는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
풍선을 단지에서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느라 너무나 행복했거든…… - P128

"나처럼 몸이 아주 작은 동물한테는 용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던 래빗이 고개를 들고는 말했어.
‘"피글렛, 네가 아주 작은 동물이라서 우리 모험에 꽤 쓸모가 있을 거야."
피글렛은 쓸모가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너무 들떠서 겁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렸어. - P136

"이게 1절이야."
준비가 끝나자 푸는 피글렛에게 말했어.
"무슨 1절?
"내 노래."
"무슨 노래?"
"이 노래."
"어떤 노래?
"저기, 피글렛, 노래는 잘 들어보면 들릴 거야."
"내가 듣는지, 안 듣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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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짐꾼이 이마의 땀을 훔치더니 클레멘티나에게서 가방을 받아 기차에 실으며 말했다. "기차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는 민트색 실크 드레스 속에 자기만큼이나 쓸쓸한 여자가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에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은빛 리본처럼 반짝였다. 마치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던 사람처럼, 클레멘티나는 신기하게 그 광경을 보았다. 그때, 그녀의 배 속 무언가가 심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는 이 기차와 함께 가던 길을 계속 갈 겁니다. 이 여행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청년이 대답했다. "아무쪼록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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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야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그 곳 광주의 슬픈 눈물을
감쪽같이 그렇게 모르고 있었다

벌써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는 너의 다섯살 때 사진을 신문에서 봤다.
아버지의 영정을 보고 앉은 너의 착한 눈을

미국 서부의 인디언 아버지들처럼
남아메리카의 잉카와 마야의 아저씨들처럼
찢기고 찔리며 죽어간 아버지들처럼
그 때 인디오의 꼬마들도 슬프게 울면서
몸부림 쳤겠지

저 뜨거운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하루 아침 습격해 온 백인들의 쇠사슬에
짐승처럼 끌려갔던 흑인 어머니 아버지들
그 날의 아프리카 정글에서
도천호 같은 아이들이
발을 굴리며 목이 쉬도록 울었겠지

천호야
정말 우리는 몰랐다고 말해도 될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우리는 텔레비젼의 쇼를 구경하고
싱거운 코메디를 구경하며 못나게 웃고
있었다.
그 긴 세월 8년 동안을

그러나 천호야
지금 이렇게 늦었지만
넌달래꽃 한 다발 꺾어
너의 가슴에 안겨 주면서 약속할께
우리 함께 따뜻하게 참을 나누며
우리들의 슬픈 어머니를 위로하며
저 백두산 꼭대기까지
남북의 아이들 모두가 하나 되어
이 땅의 거짓을 쓸어내고
다시는 피흘리는 일 없이 살아갈 것을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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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다 기억나요. 푸가 기억을 잘 못해서 그렇죠. 푸는 그 얘기를 또 듣고 싶대요. 그럼 그냥 기억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되는 거잖아요." - P35

크리스토퍼 로빈은 트레스패 서스 더블유 같은 이름이 어디 있냐며 믿지 않았고, 피글렛은 이름이 맞다고 대답했어. 그런 이름이 있다고. 왜냐하면 할아버지 이름이 그거니까. 그리고 트레스패서스 더블유는 Trespassers Will‘을 줄여서 부른 거고, 그것도 원래 이름은 Trespasers william 이었대. 할아버지 이름이 두 개인 이유는 하나를 잃어버린가봐 그랬다는데, 트레스패서스라는 이름은 할아버지 삼춘 이름에서 딴 거고, 트레스패서스 뒤에 윌리엄을 붙인 거라나.
그 말을 듣던 크리스토퍼 로빈이 무심결에 말했어.
"나도 이름이 두 갠데"
피글렛이 말했지.
"그거 봐. 그런 거라니까. 내 말이 맞잖아."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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