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야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그 곳 광주의 슬픈 눈물을
감쪽같이 그렇게 모르고 있었다

벌써 8년이 지난 지금에야
우리는 너의 다섯살 때 사진을 신문에서 봤다.
아버지의 영정을 보고 앉은 너의 착한 눈을

미국 서부의 인디언 아버지들처럼
남아메리카의 잉카와 마야의 아저씨들처럼
찢기고 찔리며 죽어간 아버지들처럼
그 때 인디오의 꼬마들도 슬프게 울면서
몸부림 쳤겠지

저 뜨거운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하루 아침 습격해 온 백인들의 쇠사슬에
짐승처럼 끌려갔던 흑인 어머니 아버지들
그 날의 아프리카 정글에서
도천호 같은 아이들이
발을 굴리며 목이 쉬도록 울었겠지

천호야
정말 우리는 몰랐다고 말해도 될까
바보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우리는 텔레비젼의 쇼를 구경하고
싱거운 코메디를 구경하며 못나게 웃고
있었다.
그 긴 세월 8년 동안을

그러나 천호야
지금 이렇게 늦었지만
넌달래꽃 한 다발 꺾어
너의 가슴에 안겨 주면서 약속할께
우리 함께 따뜻하게 참을 나누며
우리들의 슬픈 어머니를 위로하며
저 백두산 꼭대기까지
남북의 아이들 모두가 하나 되어
이 땅의 거짓을 쓸어내고
다시는 피흘리는 일 없이 살아갈 것을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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