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정도로 땅을 파젖히는 그를 보고 페르난다는 그의 고질은 근면함이요, 그의 탐욕은 극기 (克己요, 그의 멍청함은 참을성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게으름을 탓했던 자신의 독살스러움을 가슴아파하면서 내장이 쥐어뜯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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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에게는 결혼이 행복의 시초이면서 동시에 종말이기 했다. - P237

"그럼 이렇게 말씀드려요." 대령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람은 꼭 죽어야 할 때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을 수 있을 때에 죽는다고 말입니다." - P273

그는 기절을 했다. 그는 개처럼 입에서 거품을 뿜고 고통스럽게 신음을 하면서, 뼈다귀가 수북한 접시에 얼굴을 파묻으며 고꾸라졌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면서 그는 누가 자기를 높은 탑의 꼭대기에서 바닥이 보이지않는 구덩이로 집어던진 기분을 느꼈고 마지막으로 잠깐 지나가는 불빛처럼 의식이 들었을 때, 그는 자기가 빠져들어가는 수렁의 밑바닥에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의식했다. - P289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자부심이 강하고, 언제나 레이스가 달린 풍성한 속치마를 입고 오랜세월과 나쁜 추억을 잘도 견뎌 온 아마란타는 이마에 처녀성을 상징하는 재로 그린 십자가라도 달고다니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의 처녀성은 빨아서 다리미질을 하고 다시 손에 감아 잘 때에도 풀어놓지 않는 검은 붕대 속에 고이 담겨 있었다. 아마란타는 자기의 수의를 짜느라고 평생을 보낼 것 같았다. 낮이면 그것을 짜다가 밤이면 다시 풀어버리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는데, 이 뜨개질은 그녀가 고독을 물리치려는 뜻에서가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고독을 누리기 위해서 하는 일인 듯싶었다. - P291

"한순간의 화해란 평생동안의 우정보다 훨씬 값진 것이란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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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콘도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산맥을 넘었던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결심과, 헛되어 끝나버리고 만 전쟁을 이끌어가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맹목적인 긍지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우르슬라의 광적인 참을성을 가슴 속에 지닌 채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조금도 쉬지 않고 페르난다를 찾아다녔다.


그는 안개낀 갈래길에서 방향을 잃었고, 망각 속에서 헤맸으며, 실망의 미로(迷路)에서 방황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 소리로 메아리치고 불안한 마음이 불길한 신기루가 되어 피어오른 샛노란 평원을 건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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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삶에 대한 아무런 향수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이 거짓죽음처럼 느껴지는 죽음으로 인해서 여태까지 마무리짓지 못한 많은 일들의 결말을 못 보게 된 것만이 좀 섭섭할 따름이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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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과 피로 때문에 머리에는 열이 오르고 정신이 흐릿해져서 그는 어느날 새벽 동틀녘에 자기의 침실로 찾아들어온 백발노인을 보았을 때 그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다. 찾아온 사람은 푸르덴치오 아귈라였다. 자기가 누구라고 신분을 밝혔을 때 죽은 사람도나이를 먹고 늙는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지나간 옛날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푸르덴치오」그는 감격해서 불렀다. 그 먼길을 용케도 찾아왔구나!」 그는 여러 해 동안 죽어서 지내려니까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강해졌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말동무가 필요했으며, 죽은 사람들하고만 함께 살자니 죽음이 더욱 소름끼치는 것 같아서, 결국 가장 미워하던 원수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긴 얘기를 늘어놓았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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