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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사는 늙지 않아 - 글 쓰는 71세 환경미화원 할머니의 일상과 행복 나눔
정연홍 지음, 백미정 기획 / 대경북스 / 2022년 9월
평점 :

내가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은 아주 오래된 아파트다. 거기에도 청소하는 여사님들이 계셨다. 우리 동을 담당하는 여사님은 연세가 76세였다. (현재는 83세) 늘 웃는 얼굴과 활달한 몸짓이 너무 좋았다.
"어머님, 커피 한잔 드시고 하세요."
"맨날 재민 엄마한테 커피 얻어먹어서 어떡해~"
"별거 아닌걸요~"
아주 작은 친절일 뿐이었는데 여사님은 가끔 출근 가방에 호박, 오이, 상추 같은 채소를 담아가지고 오셔서 나눠주셨다. 청소 일이 끝나고 집에 가면 텃밭을 가꾸는데 거기에서 수확한 것이라며. 늘 주는 것보다 많은 것을 받고 사는 나는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이다.
71세 환경미화원 할머니가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여사님이 생각났다. 나에게 본인도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웠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여사님이 쓴 책은 아니지만.
70여 년을 살아온 인생 경험은 그 어떤 지혜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다. 그 시간을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을 담백한 글로 풀어냈다.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정연홍 작가님의 동선이 그려졌다.
한 입주민이 아파트 경비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기사,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 때문에 자살했다는 경비원에 대한 기사 등 우리 사회에는 아직 어두운 면이 많다. 기본과 상식이 바로 서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여사님이 나를 붙잡고 한동안 억울함을 토로하셨다. 젊은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말하며, 자기 집 앞에 있는 재활용을 치우라고 시켰다고........ 그럼에도 이야기의 마무리는 이랬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하죠."
이 책 [나의 감사는 늙지 않아]는 화려하거나 강한 임팩트가 있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의 희로애락을 잔잔한 글로 표현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 자신을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매 소제목마다 자신을 향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서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책을 읽고 선물로 드리고 싶은 분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래서 당장 10권을 주문했다. 아파트 청소를 몇 년 동안 했던 우리 엄마, 예전 아파트에서 일하는 여사님, 지금 아파트에서 일하는 여사님 등 몇몇 분께 드리고 싶다. 71세에도 책을 쓰고, 자신의 삶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