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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평점 :
아름다운 배경과 인간미 느껴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서인지
제목부터 재미있는 이번 작품도 굉장히 기대가 됐다.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플라멩코를 추는 남자」도 재미있게 읽었고,
제주도의 여름을 느낄 수 있었던 「하쿠다 사진관」도 힐링하며 읽었다.
이번에는 지니 같은 선여사의 중고거래 이야기로 색다른 따뜻함을 느꼈다.
재계 서열 9위, 부족함이 뭔지 가난이 뭔지도 모른 채 살아왔을 것 같은 한남동 재력가 선여휘 여사.
우연히 알게 된 중고마켓을 통해 이웃들과 물건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 위로가 되며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따뜻함을 넘어 마음이 뜨거워지는 치유 소설이다.
몇 번의 중고 거래를 경험하며 상대와 물건에 대한 이야기, 약속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만나서도 서로를 확인하고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지급하는
단순하고 간단한 짧은 시간을 보내고 헤어진다.
하지만 우리 선녀님은 중고 거래 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읽으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가서 '선녀님 정신차리세요.'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는데,
정작 선녀님은 그 모든 상황이 황당하지만 즐거워 보였다.
사람 보는 눈 좋은 선녀님은 우연히도 다 자신과 관련 있는(?) 사람들과 거래를 했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을 위로했다.
고민이란 걸 해보긴 했을까? 싶을 정도로
해맑고 밝은 선녀님에게도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었지만,
선녀님은 언제나 소녀 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때론 선녀처럼 때론 지니처럼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스스로도 위로받는 선녀를 통해
나의 고민도 가벼워지고 단순해지고 힐링 되는 신기한 시간이었다.
나에게도 선녀님의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니
넓게 펼쳐진 타로카드 사이에서 이 책을 선택한 기분이 들었다.
중고거래가 아니라 고민을 들어주는 선녀님과 함께한 시간 같았다.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손길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건 좀 논외지만, 음주운전은 진짜 강력 처벌이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