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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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시간낭비서비스라는 말을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SNS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생긴 것 같다.

저자 한병철은 현대 사회는 긍정성의 과잉이 팽배한 사회라고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부정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 이러한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되는 부정을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결국 투명성을 요구하게 되는 깃이다. 이러한 요구는 타자와 이질적인 면을 제거하게 되며 획일적인 사회가 되게 한다. 개개인에게 이러한 일방적인 요구가 강제되는 면에서 전체주의적 사회라고도 칭한다.
투명사회는 고뇌와 정열을 부정성으로 규정하여 제거하고 이는 소진, 피로, 우울증으로 대체가 된다고 한다.

투명사회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이야기한다. 정치권력의 핵심은 기밀(Arkanum)인데 투명사회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할 것을 요구하여 기밀 또한 해체된다. 실례로 투명성의 정당인 독일 해적당은 ‘색깔이 없는 최초의 정당˝으로 이데올로기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사회 욕구, 유권자들의 선호만 관리하는 정당에 불과하게 되었다.

투명사회는 또한 ˝전시사회˝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만들고자하게 된다. 벤야민이 이야기한 쵷의 요새인 ˝인간의 얼굴˝ 또한 전시가치인 ˝Face˝로 전락해버린다. 신자유주의가 투명성의 요구와 결합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광고를 하게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얼굴 또한 전시가치로 두고 일상 자체를 광고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서사가 없는 사회, 포르노적, 단발적인 시선만이 존재하는 투명사회는 더욱 놀라운 점은 개개인들이 이에 완벽히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들은 본인이 정말 열심히 참여하게 되고 본인들은 참되게 자유로다는 착각 속에 산다는 것이다. 벤담의 것보다 훨씬 무서운 현대사회(디지털 사회)의 파놉티콘인 셈이다.

여러 사회문제를 날카로운 시선과 논리력으로 파악하는 한병철은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놀랍다. 근데 포스트 구조주의 사상가들이 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만 이 현실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거나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한다 이런 점은 기술하고 있지 않아 아쉬웠다.

과연 어떠한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인 것인가? 그리고 투명성의 사회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하는 시스템을 세워야 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 미래세대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투명성은 타자와 이질적인 것을 제거함으로써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가속화한다.˝ p.15

˝너는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무지가 없다면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것이 살아 있는 자가 스스로를 보존하고 번성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란 것을.˝ p.19

˝투명성과 진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진리는 다른 모든 것을 거짓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립하고 관철한다. 그 점에서 진리는 부정성이다.˝ p.26

˝전시되는 사회에서는 모든 주체가 스스로를 광고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것이 전시가치로 측정된다. 전시되는 사회는 포르노적 사회이다.˝p.32

˝투명성은 모든 거을 탈거리화하여 똑같이 거리가 없는 존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p.37

˝스마트폰은 내가 나를 품는 나르시시즘적 공간,상상적인 것의 영역을 열어준다. 스마트폰을 통해 말을 건네오는 것은 타자가 아니다.˝ p.146

˝페이스북 친구들도 무엇보다 숫자로 세어진다. 하지만 우정은 이야기다. ...... 셀 수 없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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