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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몇 가지나 되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아간다는 것일까. 그래서 슬픔을 몸에 축적한다는 의미일지도.


밀란쿤데라가 <무의미의 축제>라는 책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의 말은,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죽게 될 운명이라는 것도,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남성으로 태어난 것도 어느것 하나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닌데, 이런 것들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냐고, 인권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사실 이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라고. 바꿀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고통받으나, 애초 바꿀 수 없기에 논쟁하지 않고, 다른 걸 가지고 무수히 많이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저 사람들 전부 좀 봐라! 한번 봐! 네 눈에 보이는 사람들 중 적어도 절반이 못생겼지. 못생겼다는 것, 그것도 역시 인간의 권리에 속하나? 그리고 한평생 짐처럼 추함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너는 아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네 성(性)도 마찬가지로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네 눈 색깔도. 네가 태어난 시대도. 네 나라도. 네 어머니도. 중요한 건 뭐든 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권리들이란 그저 아무 쓸데없는 것들에만 관련되어 있어, 그걸 얻겠다고 발버둥치거나 거창한 인권선언문 같은 걸 쓸 이유가 전혀 없는 것들!(133p) ” <무의미의 축제>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147p) ”<무의미의 축제>


아이러니다. 우리가 인권을 생각하고 있는 건, 사실 우리가 차별적 요소를 문화적으로, 신체적으로, 시대적으로 물려받았기 때문인데. 물려받은 것을 동등하게 여기고 누군가를 차별함으로서 내가 차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인권을 주장하는 것인데,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에서부터 차별을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을 만들어가려 하는 것인데,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었나. 위대한 진리로서 인권을 숭상하는 것보다, 애초 모든, 바꿀 수 없는 타고난 특징들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고, 무의미를 무의미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하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는 소설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 그때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나는 지금은 그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들도 걱정해야 한다고 여긴다. 정치도 중요하게 여겨서,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공멸을 막기 위한 다른 방법들을 논의해야 하는, 전지구적 차원의 사고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그렇다 해도 나는 작가의 말대로, 내 주변을 통해서 남을 챙길 수밖에 없겠지만.

사실, 내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누군가가 내 삶이 고통스러우라고 해서도 아니다. 내가 돈이 많지 않아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다. 돈은 있는 만큼 쓰고, 소비는 줄이면 또 상황에 맞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때로는 내가 공평하게 대해져도 고통스럽다. 대체로 관계문제때문에 나는 고통받는데, 그건 남과도 관련이 있지만, 내가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현대의 개인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모두가 다른 것들을 원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을 찾기도 어렵고, 찾는다해도 균형을 잡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관계가 어긋나지 않고 잘 흘러간다면, 그걸로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그리고 관계에서의 공평함이란 '인권선언문'같은 위대한 진리의 증거물 같은 것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 복잡한 것들이 얽혀있는 것을 잘 풀어갈 때, 이루어진다.  



 근데 나는 단지, 체계는 없고,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말을 하고 있던 적은 없을까?


나는 그런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게 좋다.


이번에는 무슨 책을 고를 수 있을까. 










윤대녕의 책은 재미있었고, 이번에도 재미있으리라 기대한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부

" 오하이오 주 작은 마을 와인즈버그를 배경으로,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막막하고 절실한 갈망과 그 좌절에서 오는 뼈저린 외로움의 정서를 섬세하게 그려낸 연작단편집이다. "





산업화시대에 살기 때문에, 나는 자급자족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잘 살려면 옆 사람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나는 작가가 시대상을 어떻게 고민했는지 궁금해졌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일부 

일상 속의 균열과 파동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작가 최정화가 등단 이래 활발한 활동으로 쌓아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온전해 보이는 세계 안에 스며 있는 불안의 기미를 내성적인 사람들의 민감한 시선으로 날렵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자세가 야무지고 미덥다. 


나는 약점을 가진 사람이 좋다. 약점을 가진 사람은, 그 약점만큼이나 살면서 많이 아파했고, 그랬기에 나의 약점도 조금 더 편안하게 보아줄 것 같기 때문이다. '내성적인'것도 자기 어필을 못하여 상품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나는 작가가 그려낸 '지극히 내성적인'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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