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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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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정하라고 했을 때,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의미를 저울질해서 어떤 것 하나를 선택할 ‘능력’이 나에게 있을까? 이 책은 그 답할 수 없는 질문을 가지고 끈질기게 탐구한다.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냐, 왜 인간은 어떤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느냐, 등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양상을 바깥으로 끄집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의 말마따나, “ 흑 :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진실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의심하는 사람은 진실 같은 건 없다는 얘길 듣고 싶어하고. 66p” 인가보다. 작가는 흑과 백이 말하는 두가지 내용 전부가 현존하는 진실이면서 거짓이라 여기는 듯 하다. 왜냐하면 결론부분에 가서 소설(아니면 희곡?)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혼란이라고 해봐야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깊어서 감성적으로 짓눌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혼란스러운 결말이라 해도 곤경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결말은 두 힘의 충돌이 빚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삶에 대한 철학적 지식이 짧은 나로서는, 뭔가 알 수 없지만(?하하)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이유 없이 그냥이라서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백’의 삶을 살다가 살기 위해 ‘흑’의 쪽으로 넘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한 삶이란 것에 빗대어 이 책의 내용을 빙산의 일각만이라도 소개해보겠다.


처음 세상에 대해, 내 자신이 왜 사는지에 대해 고민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때 내 자신이 존재하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끊임없이 그 가정을 의심해왔는데, 의심할수록 알 수 있는 것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내 삶은 무용한 것이라는 결론밖에 남는 게 없었다. 나는 그렇기에 자살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흑의 입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정말 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흑 : 모든 걸 포기해버렸어. 그런데 문득 그 말을 해버렸어. 이렇게 말한거야. 날 좀 살려주세요. 그러니까 살려주시더라구. 103p”

그리고 원하는 것 대신 필요한 것을 얻었다. 원하던 것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인지 아닌지 안개처럼 뿌옇게 보였기에,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갔다.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내가 모르는 새 소망하고, 그것을 내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얻어냈다. “흑 : 나는 원하던 것 대신 필요한 걸 얻었소. 그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19-120p”

하지만 흑이 마지막에 백을 돕지 못해 절망하면서 외쳤던 절규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백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백은 애초 흑과 반대지점에 있으면서 평행선이라, 맞닿기 어렵다. 애초 설득이 불가능한 것이다. 생명이 무용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생명이 귀중하다고 설파할 것인가? 생명이 무용하기에 값지고, 그것이 물리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못한다. 애초 아는 바가 없고,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걸 흑은 ‘신의 뜻’이라고 표현할 뿐.

나는 그것을 생명이 살고자 하는 집단적인 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정확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결론을 '백'의 견고한 주장과 실천. 그를 지켜보는 '흑'의 혼란으로 맺은 것은, 아마도 '백'의 입장이 너무 견고하다 해도 하나 힘알탱이가 없는 결론이라서(단순하게 말해 '백'의 입장은 생명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선조로부터 전해받은 생명력을 견고하게 믿고 사랑을 온전히 받는 사람에게는 조금의 혼란도 주지 못하기에, '백'과 '흑'의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라고 나는 판단했다. 실재로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성'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들 때는.



(To be or not to be)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지만, 이 하나의(?)문제가 한 권의 책(얇지만 압축적이라서 더 어려운)에 담길 정도로 길고도 혼란스러운 이야기다. 나는 그렇기에 이 책을 단번에 정리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은 못하겠다. 포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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