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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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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매력적이라 판명되고 그들이 사랑을 받을 때, 그들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주장을 필요할 때 명료하게 할 줄 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은 특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를 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편리하게 얻어낸다.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이용할 줄 안다. 세상엔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곧잘 주목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신중한 사람>이라는 단편집에 작가가 자리를 마련한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사랑받기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현실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기에 현실상황에서의 매력적인 사람들과도 대치된다. 자신에게도 답답한 사람이지만, 타인에게도 답답한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은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그 이외의 사람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소설의 주제가 되지 않아도 그들을 분석하는 책들은 시중에 많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 언급될 때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 뿐이다. 그렇기에 현실 상황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책으로부터도 소외된다. 그들은 소외되기 이전에도 소외되었지만 책으로부터도 소외되었기 때문에 더욱이 소외된 자로서의 자신에 대해 성찰하거나 소외된 자 그대로 있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소외된 자의 권리가 무시당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소외된 자가 권리에 집중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발돋움 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소외된 사람이 아니다. 

소설이 지목하고 있는 점은 소외된 자들이 소외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방식들이 어떻게 그들을 소외시키는 지에 관한 것들이다. 권리를 주장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어떤 것을 주장한 만큼 성취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늘상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신중한 사람>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단지 적극성으로부터 소외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적극성을 가지고 행동을 하지만, 그들의 적극성은 세상과 타협하지도 않고, 세상에 와 닿지 않는다. 그 행동들은 각기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이유들은 <<하지 않은 일>>에 나오는 것처럼 ‘하지 않은 일’이기에 아무리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해도 아무도 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중한 사람>>에 나오는 인물처럼 트러블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마음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병적으로 침해받기도 한다. <<이미, 어디>> 에 나오는 사람은 자신이 존재하던 곳에서 떠난 사람이 되어서 온전하게 있을 공간을 찾고자 하지만 적극성에도 불구하고 옮겨온 곳에서도 점차 없는 사람이 된다. <<어디에도 없는>> 에 나오는 사람은 자신이 존재하는 곳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고, 스스로를 여기에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하지만 몸이 있는 곳을 여러가지 조건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행동할 자유를 잃는다.

이 책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지어 자신의 권리를 잘 주장하는 사람들도 겪을 수 있는 소외들에 관해 집중하여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매력적이지 않든, 매력적이든 많은 사람들이 소외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다소 극단적으로 치닫는 면들은, 치우친 것으로부터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본연의 모순을 부각시키고 세밀하게 파고든다. 소외된 모습을 거울의 단면처럼 비춘다. 그렇기에 도리어 매력적인 인물들로서 소설을 이어나간다.

‘신중한 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함은 불편함으로 발전한다. 그가 그린 인물들이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각각의 내용이 삶의 진실을 닮아서 두 번 읽고 싶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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