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애슐리 도슨 지음,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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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가 스스로를 개혁하여 멸종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은 정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아예 불가능하다. 환경운동 덕분에 기업과 국가가 1960년대 말부터 제기되어 온 지역 위기 해결에 나서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멸종이라는 문제를 살펴보면, 자본주의 체제가 여전히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생태적 기초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주기적인 체계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본주의가 제시했던 해결책은 축적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자본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조차 성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멸종 위기는 규제받지 않고 맹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장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자본주의가 보존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붕대를 감아야 할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자본주의는 자신이 유발한 극심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숲을 파괴하고 그 밖의 자원을 과도하게 추출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시기에 글로벌 남반구의 부채는 계속 증가했다.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는 더 많은 나무를 베고 더 많은 광물을 추출하며 더 많은 석유를 퍼올려서 부채를 갚으라고 부추긴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남반구의 자연 자원은 빛의 속도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멸종률이 대폭 상승했고 전 세계 생태계가 빠르게 황폐화되었다. 


전세계 생태계가 극적으로 무너져가는 와중에도 기후 변화 위기는 축적의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 녹색 경제가 열어 줄 투자 기회에 대한 낙관적인 언급이 위기감을 무디게 만들었다. ...녹색 경제에서 대부분의 사람, 동물, 식물은 지구를 착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태 파괴의 부수적인 피해자로 전락할 것이다. p63-65


[더이상 성장은 불가능하며, 탈성장을 계획해야 한다는 말은 왜 아직 주요한 논의로 자리잡지 못했을까? 탈성장을 계획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하게 어느날 갑자기 추락을 감당해야 하기에 준비하자고 하는 것인데도.인간이든 비인간존재든, 한계치를 넘어서 혹사시켰으면 망가지는게 당연한건데, 언제까지 주어진 선물을 망가뜨리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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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6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장 신화는 너무 강고해요. 성장하지 않으면 모두들 죽는다고 생각하는거 같은데 사실은 그 성장이 우리를 점점 파멸로 이끌어간다는 것을 모두 외면하고 있네요.

우끼 2025-08-18 23:31   좋아요 1 | URL
그만큼 각자도생의 사회로 변한 까닭도 있는 것 같아요. 한 개인에게 무한의 축적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공동으로 돌보고 관리해오던 것들을 무너뜨려야 가능하니까요. 한편으론 공동으로 뭔가 돌보고 관리하는 건 서로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허술할 수밖에 없고, 허술해야 가능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그 틈새에서 소외되거나 착취당하거나 하면 그것엔 문제제기를 해야겠지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성장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자본의 권력‘을 계속 인정하는 한 우리가 우리 자신을 포함한 공간을 공동으로 돌보고 관리해야한다는 논의 자체가 시작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장사회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다시 필요를 충족하는 관계를 다르게 맺는 방도를 찾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비인간존재와의 관계도요.
뭔가 아는 척 말을 덧붙였지만, 어쩌면 뻔한 이야기인 것도 같아요. 돈으로 맺는 교환관계가 줄어들고, 상호 겸사겸사 도움이 필요할 때 돕는, 불특정다수와의 관계가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각자의 삶에서부터, 무엇을 해야 내가 뭔가 돈으로 모든 것을 대비하지 않아도 나도 타존재도 지킬 수 있을까요? 누구나 모순된 삶에서밖에 출발할 수밖에 없다면, 무엇부터 시작할지는 각자가 결정하고 해나가야겠지만 우선적으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