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화가 나서 작성했습니다. 다소 편향적인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계약서대로 하면 아무도 농사 못 짓고, 얘네들 전부 보따리 싸서 고향에 가야 해.“ “임금 체불 신고액 1천억원.”

이런 환경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 국가 간 빈부격차로 인한 임금차이 때문이다.

질문 하나. 농장주가 주장하는 대로 임금을 제대로 주면 농사를 못 짓게 되는 것이라면 이는 지나치게 값싼 농산물 가격 때문일까?

질문 둘. 이 가격은 시장경제가 만들었을까 아니면 국가가 만들었을까?

값싼 농산물이 있어야 한국인 노동자가 받는 월급으로도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 노동자의 월급은 최저임금 이상을 주게 되어 있다. 최저임금은 노사합의라는 이름으로 매년 정해진다. 아마 월급 대비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순간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요구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질문 셋. 누가 이것을 막고 싶을까? 사업주?

질문 넷. 왜 사람들이 월급노동자 대신 사업주가 되고 싶어할까?

임금생활자로 살면 노동의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주가 되는 순간 노동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보다도, 노동의 값을 절감해야만 사업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더 중요하게 맞닥뜨린다. 사업이 지속되어야, 임금을 줄 수 있으므로, 노동자의 생계가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만 생각하며 노동자를 사업자가 먹여살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손해가 생기면 임금을 체불하되, 이득이 생기면 나누지 않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2020년 기준 31,998명의 이주노동자는 이 틈새에서, 임금체불을 당한다.p89 그럼에도 밥상에는 채소가 싼값에 올라온다. 따라서 임금체불을 하고도 이주노동자는 노동을 하고, 농장주는 고용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을 일러 왜 임금체불에 저항할 제도를 활용하지 않느냐고 이주노동자에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질문 다섯. 제도를 만들어도 그걸 알고 활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제도는 의미가 있는지? 제도를 몰라 활용을 못하면 제도를 확실히 알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한 게 아닌지? 제도를 활용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제도가 제도로서 역할을 하는 건 맞는지?

이 책에 따르면 해마다 임금체불을 당한 사람과 임금 체불액은 늘어나고 있다.

질문 여섯. 그렇다면 해마다 얼마나 많은 농장주가 임금체불을 하고 있을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더 많은 농장주가 이런 상황 속에서 임금을 적게 주도록 강요당하거나, 적게 주는 유혹에 빠지게 될까? 이들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종 혹은 출신국 차별을 하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국가간 빈부격차로 임금을 다르게 주려고 하는 것은 국가간 차별일까 아닐까? 피부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흔적을 찾으려는 공무원들을 본 적이 있는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한국이름을 갖고 있음에도 다른국가에서 온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건 인종차별일까? 빈국부국에 따른 차별일까?

다른 근거를 찾지 않더라도 국제 노동기구가 정한 8가지 기본적인 협약에는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대한 협약'이 있다. 고용과 직업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2019 업종 지역 연령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타당하지 않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오 이럴수가 성별은 여기 없네요_)





질문 일곱. 그렇다면, 왜 이 협약은 지켜지지 않는가? 왜 고용노동부의 발언은 지켜지지 않는가? 

질문 여덟. 왜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이주민이 되기를 선택할까? 


합법 체류자는 단기간의 노동만 제공하도록, 다시말해 한국에 정착해 살지 못하도록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가 설계되어 있다. 이들은 사업장을 옮기는 데도 횟수가 정해져있고, 고향에 돌아가기 않고 돈을 벌려고 여러 억압들을 견딘다. 미등록 이주민은 그들을 원하는 일자리가 있는 한 일할 수 있다. 미등록이기 때문에 협박을 하든 안하든 돌아가야한다는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원하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농사일은 때가 있어서 일을 해야 하는 시기에 일을 해아한다. 미등록 이주민은 원하는 만큼 일자리를 옮기는 편이라, 꼭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협상력이 생긴다. 협상력이 생기므로 제대로 된 돈을 받고 일하며,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일할 곳을 정할 수 있다. 어떤 경우 여러 제도때문에 발이 묶여 합법체류자일때 가족과 함께 살며 일할 수 없었던 때에도, 미등록 이주민 일 때는 가능하다. p153~179


질문 아홉. 왜 미등록자가 된 이주노동자를 사업주는 고용할까? 


(내국인) "청년층 건설현장 유입문제는 앞으로 장기간 개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처우개선이 문제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자기 자식 공부시켜서 노가다 보낼 부모가 누가 있겠습니까? ... 수주산업이라는 것은 일정 기간 내에 건물을 완공해야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공사 일정 못 맞추면 안 되니까 불법 고용을 하는 것이 편한 해법이겠지요. 미등록 체류자를 못 쓰게 하면 공사가 멈출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불법 고용 하지 말라고 해도, 현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p179


질문 열. 합법 고용이든, 불법 고용이든,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들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을까?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명 동법) 제39조에 따르면,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법적인 구제를 받지 못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제조업 분야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설문 조사에 응한 385명 가 운데 45명(11.7퍼센트)이 성희롱과 성폭행을 겪었다고 대답했 다. 같은 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농업 분야의 여성 이주노동자 성폭력 실태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202명 가운데 25명(12,4퍼센트)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한국인이 80퍼센트를 차지했는데, 고용주를 비롯해 고용주의 가족, 관리자, 직장 동료, 이웃 등이었다. 나머지는 한국 외 타국 동료(12퍼센트)와 같은 나라 동료(6퍼센트)였다".p189


질문 열 하나. 이런 실상에,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은 지켜지고 있을까?


2019년 7월 16일 이후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는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되어있다. 소득과 재산으로 산정되는 내국인 보험료와 달리, 이들은 내국인 평균 건강보험료를 낸다. 이는 그들의 소득수준보다 높게 산정된 금액이다.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체류자격에 문제가 생기며, 이들은 접근성문제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p200~203


질문 열 둘. 그러니까, 국가간 빈부격차를 이용하여 이주노동자를 농업,공장,건설업에 종사하도록 만든 이는 누구일까? 누가 아직도 이들을 필요로 하는가? 이들의 자발적 노동이 자발적일까? 언제까지? 


p242"한국에서도 이주민, 특히 미등록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더 늦지 않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임금체불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방한도 안되고 냉방도 안되는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면서 거의 거주비만 달에 2백을 낸다는 것도 부당하다. 거주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닌데다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같이 사는데 합해서 그 정도 금액이라니. 주거지 조건이 안좋아서 병이 악화되어 2020년에 죽은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그 노동자가 죽은 지역만 기숙사가 더 좋은 곳으로 바뀌었다. 그 후 기숙사비가 2배 비싸져서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가 더 싸니까 낫지 않나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는데, 그걸 비닐하우스가 더 살기 좋다는 말로 받아들이는 것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여러 이유로 차별에서 무관한 국가가 아니다. 법의 테두리, 제도의 태두리 내에서 살 수 있도록 여러가지로 논의가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P.S. 질문 열 셋. 그래서 국가간 빈부격차가 왜 생겼다고?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화 때문에? 



원인이 뭐든 간에, 이 일이 잘 논의되어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면서 노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이 상황이 제국주의시절의 식민지와 얼마나 많이 다를지 의구심이 들었다. 한강의 기적 이전의 노동자들의 여건과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했다. 이렇게까지 해야만 지속될 수 있는 걸까도 궁금했다. 이러한 질문들은 아마 많은 것들을 생략한 후에 할 수 있는 질문이기는 하다, 다만 이들이 일하는 환경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게 보였다. 내가 그들이 키운 야채를 먹을지도 모르는 한, 이 일은 나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YDADDY 2023-02-14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국 문제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폐단이라 여겨집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국가의 차이는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 침탈로 가속화되어 지금의 차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자본으로 선진국과 타국가의 격차가 심화되었죠.
그 이후 자본주의 체제의 심화로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이 첨예해집니다. 자본가는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여러가지 수단을 쓰는데 가장 악질적인 것이 임금체불인 것이죠.
자본주의의 심화는 사람(노동자)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체제이기에 복지나 노동친화적인 사회주의 정책들을 도입하여 그나마 숨은 쉬고 살 수 있는거죠.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얘기지만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좋은 리뷰를 쓰셨는데 댓글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주절주절 떠들었습니다.

우끼 2023-02-17 19:17   좋아요 2 | URL
답글 감사드립니다 ㅠㅠ 뭐라 답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답이 늦었어요. 같이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식민침탈에 보상이 이루어져야,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요? ㅜㅜ 이 일이 무 자르듯 답이 나오지 않는 건 이미 유지하고 있는 생활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포기하지 않을지 서로 논의하는 것조차도 어떻게 가능할지 알 수 없어서일까요?? 말할 수록 답을 모르겠지만, 같이 고민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감사드립니다

DYDADDY 2023-02-17 19:28   좋아요 2 | URL
우로보로스처럼 세계적으로 모두가 맞물린 초연결사회에서 오히려 ‘이것이 답이다‘라고 외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은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환경과 입장에서 조금씩 실천하면서 타인의 실천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이 현재로는 그나마 대안인 것 같습니다. 실천이라는 것이 대단할 필요도 없이 길가다 재활용품 있으면 주워서 재활용품 장소에 버리거나 환경단체에 매달 소액 후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추운 밤을 나는 펭귄들처럼 모여 버텨나가다보면 더 많은 펭귄들이 모이고 그러면 좀더 나은 세상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끼 2023-02-18 10:40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그정도로 충분한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ㅠ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이 경감되는 게 아니고. 공적 발언은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그와 더불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앞서서 찾는 사람도 필요하고, 그를 지지하여 함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개인이 자신의 실천방향을 어떻게 할지는 대신 결정할 수 없지만, 공적발언이 누군가에게는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DYDADDY 2023-02-20 12:26   좋아요 1 | URL
며칠간 우끼님의 공적발언에 말씀을 고민해봤는데 최근 읽은 법고전 산책에서 ‘법규나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는 이 같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같으며, 수많은 촉수로 단단히 들러붙은 해파리를 제거하는 일과 같다.‘ 라는 글을 읽고 간단히 해결하거나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완전비례대표제에 대한 것도 고민해보았습니다. 양당제로 구성된 국회가 아닌 기본소득당, 녹색당 등도 원내 구성을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목소리가 공적으로 인증 즉 법제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도 여러모로 고민하고 실천해보겠습니다. 깊은 물음을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