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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방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4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2년 1월
평점 :
박노해 사진에세이 세트- 내 작은방 완독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 자궁의 방,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방에서 태어났다.-박노해 시인
살아있는 동안 한 인간인 나를 감싸주는 것은 내 작은 방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 내 작은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감합니다. 그리고 모든 꿈과 내일의 희망도 나의 방에서 시작하며 인생의 모든 출발점이 됩니다. 시인은 내 작은 방은 하나의 은신처이자 전망대라고 했습니다. 이 은신처에서 나는 영혼의 파수꾼이 되고 상처 난 인간의 위엄을 가다듬어 세우고, 그 순간 이 은신처는 희망의 전망대로 전화한다고 지난 시간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방 <내 작은방>에서 읽어 보겠습니다.
안데스 산정의 집터는 삶터이자 일터이자 놀이터다,- 박노해 시인
세계는 넓다고 하나 우리는 언제나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듭니다. 박노해 사진 에세이를 읽으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 듭니다. 남아메리타 대륙의 서부, 남태평양 연안을 따라 세계 최장의 산맥 높고 험준한 안데스의 만년 설산 아래 겸손하게 작은 돌집을 들어 앉힌 마음으로 지상의 작은 집은 하늘에 가까운 고원에서 모든게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대지의 품에 안겨 대를 물려 이어가는 사랑은 또 얼마나 클까요.
이번 작은 방의 사진은 따뜻한 부성애가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결혼한 딸이 첫 아이를 안고 홀로 사시는 아버지를 찾아 왔습니다. 아버지는 아내를 일찍 떠나 보내고 홀로 딸아이를 키워 출가를 보냈습니다. 딸이 제일 좋아하는 망고를 손수 깍는 아버지는 많이 여윈 모습이지만 딸은 아버지가 그립고 아버지는 딸이 많이 걱정되고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부녀의 모습이 보기 좋은 사진입니다.
“사막에는 길이 없다. 가는 곳이 곧 길이다.”- 박노해 시인
생텍쥐페리가 어린왕자를 집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몽골고원 내부에 펼쳐진 거대한 고비사막 끝없는 초원과 황무지가 펼쳐지는 고비 사막, 사막에는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는 곳이 곧 길입니다. 초원에는 터가 없다. 천막 방이 그의 터다. 사진에 보이는 천막 간소한 살림살이만이 단단하게 이고 지고 내일이면 다시 새 풀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들 내가 덜어온 등 뒤에는 푸르름만 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지상에 나만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그 무게가 오늘도 나를 걷게 하는 힘인 것을”- 박노해 시인
안데스 산맥 동쪽에 있는 고원, 한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차는 높고 깊은 길에 보따리 장수 델 솔라스가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오르고 있습니다. 등짐 속엔 자녀와 친구들에게 전달받은 생일 선물과 편지들까지 가득 담겨있습니다. 반가운 선물을 빨리 전달하고자 하는 노인이 짊어지기에는 많이 버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는 30년 이상 이 일을 했다고 합니다. 내 다리가 허락하는 한 이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하네요.

1957년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16세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에 다니며 1984년 스물일곱 살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합니다. 박노해 시인은 느린걸음에서 사진에세이 4권을 출간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지상의 가장 멀고 높고 깊은 마을을 찾아다니며 지구시대의 유랑자로 지도에도 없는 마을을 찾아 다니며 쓴 시와 사진을 감상할 좋은 기회입니다. 2010년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작품으로 처음 시인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좋은 말들이 난무하는 시대 거짓 희망이 몰아치는 시대 박노해 시를 읽고 아프다면 그대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시인은 말합니다. 얼굴 없는 시인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1991년 체포되어 무기징역에 처해집니다. 1998년 옥중 에세이<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하고 1998년 7년 6개월의 수감 끝에 드디어 석방이 됩니다. 파란만장한 시인의 삶은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라 카페 갤러리’에 방문해 하루 展 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의 하루, 내가 살고 싶은 하루는 어떤 것일까요. 오늘 하루 얼마나 감동하며 깨달았는가 얼마나 감사하며 나누었는가, 얼마나 감내하며 사랑했는가. 티베트에서 페루, 에티오피아 등 지구 인류의 다양한 하루를 담아낸 37점의 흑백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내가 살고 싶은 하루’를 그려보기를 원하는 시인의 마음입니다. 누구나 주어진 ‘하루’라는 의미가 어떻게 생활하고 쓰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소중히 주어진 하루를 아낌없이 나누고 사랑하라는 시인의 <하루>의 울림을 줍니다. 광대한 우주의 별들 사이를 전속력으로 돌아나가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이 격변하는 세계의 숨 기쁨 속에서 나 자신을 지켜낼 독립된 장소가 필요하다고 박노해 시인은 ‘사진에세이 04 내 작은 방’에서 이야기 했습니다. 누구나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작아도 나만의 방을 갖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