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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체공녀 강주룡』으로 201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을 한 박서련 작가의 신간 『나, 나, 마들렌』은 좀비 아포칼립스, 극중극 판타지를 통해 보여주는 장르적 쾌감뿐만 아니라 모성 이데올로기, 여성의 몸과 노화, 상실과 애도 같은 더 깊고 넓어진 연대의 서사까지, 박서련 표 소설 세계에서도 하이 스토리와 로우 스토리를 두루 포함한 총7편 의 단편입니다.
감염되는 것은 느린 죽음인가, 빠른 죽음인가, 남편은 천천히 죽었을까, 단숨에 죽었을까. 남편은 죽었을 것이다. 주인공은 감염을 피해 연천 군부대로 향하던 중 남자애를 태웠다.그리고 트럭 운전수를 만나 구타를 당한다. 여기서 죽는다면 누가 알아봐줄까.이런 시대에 전염병으로 죽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트럭운전수는 주인공의 머리통을 서너대 연달아 걷어찬다. 남자애의 부축을 받으며 간실히 일어납니다. 사람 같이 않을 만큼 빛나던 눈, 이상하게 뜨거웠던 손바닥, 어쩌면 증상 발현 직전의 잠복기였을지도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이름은 이희강, 21세, 소속사 세컨드 임팩트, 데뷔 케이블 2U 어리기에 아직 순진한 구석이 있고 예쁘다는 것을 영원히 눈치채지 못할 아이 좋은 목소리를 가졌고 연기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 내가 젤로의 목소리를 연기한 세월은 희강의 나이와 대략 비슷, 말하자면 희강과 함께 나이를 먹은 이 작품이 나를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출세작이기도 하고 대표작이기도 하고 평생의 연금이기도 한 나의분신.-젤로의 변성기
노안이라는 낱말의 질감은 오래 도망치다 마침내 붙잡힌 사람이 느낄 법한 무력감과 이상한 안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p.69
나, 나, 마들렌 "나는 마들렌을 그냥 사랑한다기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자기의 마음조차 남이 관찰하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살면서 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과자 친구인 마들렌이 가스라이팅 할 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 그래서 둘로 쪼개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때, 나는 분열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내곁에 누워있는 낯선 사람은 다름아닌 나인 것 처럼 나, 나가 되었고 나중에는 나, 나, 나가 되었다. 너와 생각이 달라. 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한 죄일까? 분열하는 이유는 알아 내었지만 다시 합쳐지는 방법은 알 수가 없었고 나는 그래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곧 목이 잘려 죽어야 한다는 것을 예감. 나 빼고 나와 나는 죽어야 하는 것이다. 진심을 외면하지 말자.
문학이 유대한 이유는 아무리 형설하기 어려운 사건이더라도 이미 그것을 상상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그게 유일한 이유는 아닐지라도 정확히 이런 상황을 예견한 건 아닐지라도 프란츠 카프카식으로 말하기 어느날 아침 목 잘리는 꿈에서 태어난 나는 자신이 침대에서 두 개의 몸으로 분화한 것을 알아차립니다. 2018년부터 2022년에 발표한 이 단편들은 현실과 환상, 절망과 희망, 탄생과 죽음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절묘한 소설 미학을 선보인 작품으로 작가의 세계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꾼이군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는 멋진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다리게 되는 작가의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