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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평점 :

좁은 문 완독
사랑하는 사람이 신앙심이 깊다면 좋은 일이지만 그 신앙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 작품은 일반적인 세속의 사랑과는 다른, 마치 그 자체가 한 편의 지난한 고행이자 순례와도 같은 정신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 『좁은 문』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는 성서의 누가복음 구절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좁은 문은 어려운 구원의 길이며 문이 좁기 때문에 그만큼 힘써 도달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또한 그것이 좁기 때문에 행복을 가져다줄 수가 없어 보입니다. 천상의 지복에 이르기 위한 통로가 되는 한편, 지상의 행복을 억압하는 가혹한 틀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좁은 문을 계속 통과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대략의 스토리는 알고 있었으나 앙드레지드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꼭 읽어 보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고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자가 적음이라. -마테복음 7장13-14절
독실한 청교도 집안에서 엄격한 윤리 교육을 받고 자란 작가 지드에게, 순수함의 지향과 관능적 천성 사이의 갈등은 평생 동안 그를 따라다닌 화두였습니다. 그만큼 알리사의 고뇌는 지드 자신의 고뇌의 한 극단이기도 합니다. 좁은 문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면적 고행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결말로 이루어질지 읽으면서 예상이 되었습니다. 지극히 폐쇄적이고 금욕적이며 청교도적인 그러나 다정한 가족적 분위기가 어느 날 관능적인 혼혈아 출신 외숙모 뷔클랭 부인의 불륜과 가출로 인해 큰 충격에 휩싸입니다. 특히 큰딸 알리사는 이 사건으로 인해 크게 마음이 동요되고 그 순간부터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종교적 감정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제롬과 알리사 사이 어린 시절 친구 아벨이 끼어들면서 작품은 더욱 흥미로워 집니다.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는 설교집들, 명상록들을 모두 읽어야만 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말씀일지라도 가슴에 와 닿지 않을 겁니다. 제롬은 알리사가 점점 자신에게서 빠져나가고 피하는 것처럼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늘 분주하게 자잘한 일까지 하면서 자신에게는 무심하게 미소를 지으며 제롬의 곁을 빨리 지나쳤고 멀어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크나큰 행복을 기대했던 날들이 흘러가 버리면서 그날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을뿐 그날들을 늘려 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 흐름을 늦추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제롬의 고통은 점점 더해갈 뿐입니다. 7장에서는 서로간의 마음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체 무엇에 대한 일편단심이었을까? 더 이상 일편단심은 아닌 것이고 현명한 길을 찾기 위해 아테네 학원 추천을 받고 도피아닌 도피를 선택하게 되면서 제롬은 또 알리샤를 만나게 되는데... 만남 보다 헤어짐이 더 어렵고 힘들다는 말 세삼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너무도 좁은 길에 막혀 있는 기분입니다.
법학 교수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이후 엄격한 개신교 신자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앙드레 지드는 로마 카톨릭 교회에서 그의 작품이 모두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내 마들렌 롱도가 2살 연상의 사촌 누나였다는 점과 24년간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상태로 별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그래서 자전적인 소설입니다. 작가의 생애를 통해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길은 좁으니 ...... .보티에 목사는 계속했다. 그리고 모든 고행, 모든 슬픔, 벌써부터 내 영혼이 이미 갈망하는 기쁨을 나는 상상하고 느낀다, ---p.29
작품은 어느 누구도 알리사의 길을 그저 비판한다기엔, 그는 너무도 깊은 사랑과 연민이 담긴 아름다운 필치로 알리사와 그녀의 고뇌를 투명하게 그려 냅니다. 제롬은 알리사가 추구하는 길을 따라 갈 수 없었습니다. 평범한 결혼생활에서 행복을 누리는 그녀의 동생 쥘리에트나 인기 작가가 된 친구 아벨을 통해 세속의 기쁨 속으로 알리사를 이끌지도 못하는 모순과 망설임 속에서 고뇌를 겪는 두 주인공의 아픔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내면적인 고행과 인간의 본성 두 가지를 놓고 저울에 올려놨을 때 인간이기에 흔들리는 심리 묘사를 잘 표현한 책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의 비극적 결말은 어느 정도 처음부터 예상이 되었습니다.
지상의 삶을 부정하는 가혹한 종교적 열망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으나 어느 한 쪽도 섣불리 비판하거나 편들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작품이 오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독자는 생각됩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앙드레 지드의 소설 『좁은 문』은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열린책들 243번째로 출간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