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도시 탐구 - 우리나라 도시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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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이 전하는 아주 색다른 도시 이야기

 

산이나 강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면, 노동자들의 땀으로 건설된 거대한 울산 공업 단지의 모습도 멋진 풍경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곽재식의 도시 탐구> 책을 읽으면 유명관광지가 아니어도 우리나라에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팔도에서 10개의 도시를 선정하여 그곳의 유래와 역사, 상징과 특산품, 그리고 연관된 과학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책입니다. 작가가 직접 이곳저곳을 방랑자처럼 여행했던 곳, 과학자와 함께 하는 도시는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내가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청주와 두꺼비에 관한 이야기가 놀랍고도 흥미로웠습니다. 두꺼비는 산비탈의 높은 지역에서 살다가 알을 낳을때가 되면 물이 더 많은 낮은지역으로 내려오는데 도시화가 계속되면서 알을 낳으러 가는 길은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서 두꺼비를 방해하게 되고 죽음을 맞이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청주시민들의 노력 끝에 청주 삼나동 근처지역을 생태 보존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고 보존지역으로 만들어 두꺼비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생겼다고 합니다.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때 꼭 필요한 배터리 생산 시설과 기온에 민감한 두꺼비의 집단 서식지가 있는 청주 과학자의 눈으로 본 도시는 역시 달랐습니다.

 

여름에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속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궤적이 있다고 합니다. 강원도 속초시의 조양동에서 발견된 청동기 시대 유적은 <미이라><인디아나 존스>시리즈 같은 영화를 보면 고대 유적을 찾아다닐 때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황무지나 외딴곳에 있는 잊힌 사원 같은 곳에서 발굴 작업을 합니다. 속초에는 그냥 21세기의 사람들이 사는 곳 사이에 수천 년 전 청동기 사람들의 유적이 있고 특이하게도 검이 아닌 칼이 나왔다는 점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안토사이아닌 성분이 식물을 괴롭히는 해충을 쫓아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단풍나무는 겨우철을 앞두고 몸이 약해질 때를 대비해서 해충을 막기 위해 붉은 약인 안토사이아닌을 가득 뿜어 내는 작전을 펼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을 설악산을 온통 물들이는 붉은 단풍나무의 빛깔은 마치 사람들이 여름철에 모기떼를 쫓기 위해 집집이 모기향을 피우며 불을 밝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p.119 속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궤적

 

화학 산업에 사용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는 석유다. 혹시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라크에서 나오는 석유는 까만색인데, 자동차에 넣는 기름은 왜 투명한 색에 가까운 것인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가? 그것은 원래 땅속에서 캐낸 석유 자체인 원유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분리하고 정제하여 여러 가지 다른 기름을 만들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까만 속유를 커다란 강철탑에 넣고 기계 장치를 이용해서 분리하면, 가장 끈끈하고 새카만 찌꺼기는 아스팔트가 되고, 가장 가볍고 쉽게 마르는 부분은 휘발유가 된다. ---p.269 여수, 청동검사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화학 도시로

 

 

속초의 울산바위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증이 생긴 저자는 그걸 해결하기 위한 시작은 흔히 알려진 전설을 떠올렸고 바위가 움직였다는 유사한 전설을 언급하기도 하고, 떠오르는 지식을 하나둘 꺼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수원이라는 이름의 뿌리를 알아보며 넉넉한 삶을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화물이 오가는 항구의 도시 부산 읽을거리는 10개도시를 여행하듯 살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시리즈로 연재해도 좋은 작품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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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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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이었던 그가 갑작스러운 실직에 운좋게 광부가 된 에티엔은 끊임없이 대중 앞에 선 자신의 모습에 취하게 되면서 광부들의 파업을 이끌었다는 영웅심에 도취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추락할 것이 없는 광부들은 폭도가 되고 에티엔은 비로소 그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헌병대가 투입되고 시위대는 흩어지며 무력 앞에 광부들은 마지막 까지 침묵시위로 맞서고 극한 대치상황에서 군대는 발포를 하고 파업은 어느정도 예상한대로 패배로 끝이 납니다. 총성이 울려 퍼지고 처음에는 세발, 그리고 다섯발 그러더니 일제사격이 가해지며 모두가 경악한 때 백보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싸움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쓰러졌고 한발은 무케의 입으로 들어가 그의 머리를 박살냈고 라무게트는 배에 두발의 총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예전과 같은 나들이 흘러갔습니다.

 

 

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뛰어난 노동 소설이나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에티엔과 카트린, 샤발이 이루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온몸이 망가지도록 평생 일한 본모르 노인, 훌륭한 일꾼인 가장 마외와 일곱 자녀를 키우면서 강인하게 가족을 보살피는 꿋꿋한 라 마외드 이야기, 두 남자를 거느리고 사는 라 르바크와 갱내 총감독과 불륜 관계인 라 피에론, 외상을 주는 대가로 여자들을 탐하는 메그라 등 탄광촌 사람들의 빗나간 욕망을 보여 주기도 하며, 한없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결국 불행한 사건을 맞이하고 마는 그레구아르 가족과 남모르게 고통을 품고 사는 엔보 씨 등 노동자의 반대편에 있는 부르주아 계급마저 나름의 슬픔을 지닌 인물로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지상으로 나오자 에티엔은 레키야르의 폐허 가운데서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었다. 자신이 감히 살히 살인을 하지 못한다면 죽어야 할 사람은 그였다. 이미 머리를 스쳐갔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시 살아나 마지막 희망처럼 그의 머릿속에 박혔다. 용감하게 죽는 거스 혁명을 위해 죽는 것, 이것이 모든 것을 끝장낼 것이고 좋든 나쁘든 그의 복수를 해줄 것이며 그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도록 막아 줄 것이다. ---p.192 2

 

 

다윈이 옳았던 것인가? 세상은 종의 아름다움과 생존을 위하여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투쟁의 장에 불과한 것인가? 비록 그가 자신의 학식에 만족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문제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해 왔지만, 이러한 질문은 그를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이 그런 의문을 말끔히 사라지게 했고 그를 매료시켰다. 처음 연설하게 될 때 이 이론에 대한 자신의 예전 주장을 다시 하려는 생각이었다. 한 계급이 먹혀야 한다면, 생명력이 가득하고 여전히 새로운 민중이 향락에 지쳐 버린 부르주아 계급을 잡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피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다.---p.353 2

 

 

노동자가 투쟁의 주체가 되었지만 지하 554미터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탄광 노동자들의 힘들고 고단한 현실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층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자신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고 탄광 노동자들과 부르주아 계습인 경영주들의 대립은 19세기 후반의 산업 사회가 당면한 노동과 자본의 투쟁, 부르주아 간의 계급 투쟁이라는 사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비록 탄광 노동자 뿐 아니라 이러한 문제는 유럽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부당한 계약과 임금 체계, 자의적인 벌금 부과와 수당 삭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건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도 큽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업 현장에서의 위험한 사고는 매일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기계공이었던 에티엔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처음 광부일을 하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혼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인간을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일삼았던 시절은 발아래 땅속에서 두드리는 곡괭질과 찬란히 빛나는 4월의 태양은 분만하는 대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고 항거를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광부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겨 놓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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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 더 잘되는 사람 - 인생 후반전이 만만해지는 4050 두 번째 업 찾기 프로젝트
조성현 지음 / 라온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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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인생을 시작하는 50대 시니어를 위한 책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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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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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책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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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시대를 기억하다 - 사회적 아픔 너머 희망의 다크 투어리즘
김명식 지음 / 뜨인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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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보듬고 희망을 길어 올리는

공감·연민·회복의 기억공간 산책

 

 

<건축은 어떻게 아픔을 기억하는가>의 저자이자 건축가 김명식의 인문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역사적 사회적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 불의한 힘이나 사회적 재난에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는 의미 있는 책 <공간 시대를 기억하다>입니다. 2022년 가을 10.29 참사를 또 겪고 많은 사람들을 갑자기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은 재난 재해, 사회적 참사, 역사적 비극이 지나간 현장 그곳 또한 기억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기억해야만 하는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더 나은 시대를 우리 모두는 기약해 봅니다.



 

 

다크 투어리즘은 흑역사 탐방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되는 불편하고 괴로운 사건들의 흔적과 유물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흩어진 파편의 역사로 방치되거나 우리 기억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공간들 하나하나에는 모두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억 건축은, 주류 역사에 편승되지 못하지만 기억 담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파편화된 기억들을 역사화하는 데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긴 역사에서는 고고학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고 계보학적 의미에서 벗어난 특유의 혹은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p.70

 

예술이라는 수단으로 문명의 파괴를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것의 상징적인 표현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시각예술이라는 도구, 다시 말해서 현대예술의 추상적인 형태 언어를 능가할 만한 매개체가 없습니다. 그것의 불안정한 자기충족은 실수와 진부함을 경계하는 데 그 어떤 것보다 나은 것으로 보입니다.---p.123

 

 

조각공원과 평화기념관을 지나면 위령탑이 나타납니다. 다섯 개의 철기둥이 빛을 바라는 곳엔 쌍굴다리와 피란민의 모습을 주제로 만들어진 위령탑이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와 근대, 힘들고 고단했던 일제강점기를 지나 결국 살아오지 못한 영령을 위해 위로와 추모의 마음을 남기기 위한 공간입니다. 이밖에도 4.3사건 당시 제주민의 비극이 그대로 담긴 조각상 비설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왈우 강우규 의사의 동상, 2011년 우면산 등지 산사태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상의 추념까지 첫째장은 역사화된 기억공간으로 둘째장은 일상의 기억공간으로 마지막 3장은 해외의 기억공간까지 그동안 잊고 지내온 기억공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추억하게 하고 절망과 아픔의 시대를 다시금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잘 알려진 아름답고 멋진곳이 아닌 역사적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할곳을 찾아가는 뜻깊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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