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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삶 ㅣ 워프 시리즈 3
앤 차녹 지음, 김창규 옮김 / 허블 / 2022년 10월
평점 :

제이나는 지난 5년간 전 세계 수소 전기차 소유 현황의 추이를 계산합니다. 5년간의 역사적 흐름과 일치하는 완벽한 곡선 그래프를 이끌어 내는 업무에 돌입하고 현 단계에서 수소에 관해 제출할 수 있는 결과는 특별할 것이 없는 지역별 요약이 전부였고 그런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 그녀가 원하는 것은 시간을 더 할당할 가치가 있는 완전한 투자전략이었고 평균적으로 매주 세 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네 배에 달하는 속도였습니다.
사실 그녀는 이번 여행을 통해 데이브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완전히 끝마칠 생각이었다. ‘탁 트인 공간과 거대한 지평선이라. 그렇게 다양한 하늘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그만한 경험을 ... 정말로 자유롭다고 느끼고, 육체적으로 살아 있다고 느껴야 해.’ 그녀는 바로 지금 그런 느낌이었다. 그야말로 자극적이고 밝은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감각의 태동은 더러운 객실 좌석에 앉으면서 금세 방해를 받았다. ‘지평선이 길게 펼쳐졌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어.’ 그녀가 생각했다. ‘인생은 평범한 생활의 총합보다 더 거대하다는 생각은 감정의 속임수야.’ 그녀의 생각은 낡은 양복을 입은 노인에게로 되돌아갔다. 망상이야말로 가장 뛰어난 방어기제였다. ---p.298
그녀는 운하 다리 밑에서 기다렸다. 주변에는 그녀가 서성이는 모습을 목격할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30분 뒷면 운하 통로에 사람이 불빌 터였다. 그녀는 빨간색과 초록색 페인트를 칠한 철제 골조의 아랫면을 올려다보았다.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그런 구조물이 세워졌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앞으로 거의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구조물이었다. ‘내가 만약 살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운하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내고 비둘기가 아니라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싶어.’ ---.p.349
인간의 범위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 어디에서 끝이날까. 종교계는 연명치료의 경계를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로 규정하고 있고 신학에서 신과 인간의 가장 닮은 젊을 자유의지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를 지닌 복제인간 제이나는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목적으로 조합된 유전자로 설계되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어떻게 하면 남의 주의를 끌지 않고 이전보다 더 많이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그녀는 신발끈을 묶으면서 자신의 인격 자체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외국 문학의 SF 시공간을 뛰어나는 추진체 위프 시리즈 <계산된 삶>은 수백명의 유전자를 조합해 탄생한 체외 배양으로 생산된 복제인간 제이나를 통해 계급에 맞춰 짜여진 근미래 오피스가 주 무대입니다.가장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신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키치 곤든 텐타클상 최종 후보에 오른 앤 차녹 작가는 SF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저항을 주된 주제로 다뤘습니다. 사라진 시뮬런트들과 회사의 감시망이 비정한 미래 사회의 모순에 저항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기억까지 통제당하는 디스토피아에서 자신의 계산된 삶에 어떻게 적응하게 되는지 변화된 세계에 변화된 인간의 참 모습을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