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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평점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출판사)제공 도서
“작가로서, 엄마로서, 교사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재창조해내야만 하는 인간으로서 단 한 명의 가이드를 둘 수 있다면, 내 가이드는 레슬리 제이미슨이었으면 한다.”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묻은 것>이라는 에세이는 『공감 연습』,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의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의 에세이입니다. 동시대 최고의 에세이스트가 쓰는 모성과 싱글맘 되기의 경험을 통해 누군가를 보살피거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은 용감한 글쓰기에 관한 빛나는 통찰로 기대가 됩니다. 한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는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율적인 주체성을 가지고 깊게 들여다 보고 싶은 책입니다.
‘모난 구석 없고 깔끔한 사람’, ‘결핍 없이 사랑만 받고 큰 사람’. 그리고 표백된 듯 깔끔한 문장과 공간. 세상은 그런 ‘깔끔함’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것만이 아름다움일까. 동시대의 가장 매력적인 에세이스트 중 한 명인 레슬리 제이미슨은 더 나아가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모든 아름다운은 이미 ‘때 묻은 것’이라고. 싱글맘인 그가 ‘모성과 싱글맘 되기’라는 내밀한 경험을 격렬하게 탐구하는 이 책은, 그래서 애초에 상황부터 ‘깔끔할 수 없다’. 아이를 먹일 젖과 우유. 그리고 자기 몸에 남아있는 제왕절개의 수술 흉터와 그 위로 불룩 솟은 살.... 삶의 가공되지 않은 흔적은 문장에 그대로 노출되고, 여성으로서 그의 탐구는 뜨겁고도 지적이어서 읽는 과정 자체가 거대한 쾌감을 줍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존재를,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결핍을 표백하지 않는 힘이다라고 말합니다.
책은 남편과 별거를 결정하고 13개월 난 아이와 함께 임대 원룸에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엄마와 작가라는 강렬한 정체성의 충돌을 솔직하게 그려냅니다. 저자는 아이에 대한 소유욕에 가까울 정도의 사랑을 사진 평범한 여성으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망과 온전한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망의 사이에서 양육이라는 것이 예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절박한 감정도 책에는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 책은 이땅의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성장 이야기입니다. 엄마이자 작가인 저자는 강의를 하다가도 아이에게 젖 먹일 시간이 되면 아이에게 달려가는 일상에서 오는 고단함도 기록합니다. 두 역할을 동시에 한다는 것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힘든 일이라는 걸 어찌 모를까요. 그녀는 두배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고무 밴드에 매달려 반쪽짜리 정체성에 손을 뻗다 다른 쪽 밴드에 낚아채지는 일”이라고 실감나게 비유했습니다.

글쓰기가 나의 위대한 사랑이라면- 그리고 나는 글쓰기가 아마도 그 어떤 남자보다도 위대한 사랑이라 믿기 시작하던 차였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기애의 한 형태이자 일종의 독이 아닐까. ---P.92
엄마, 저자, 비평가로 이어진 저자의 이야기는 결국 보편적인 삶과 연결시킵니다. 양육과 나란히 전개되는 또 다른 이야기는 결혼 생활의 불화, 이혼 과정입니다. 이혼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저자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흠 없는 가정을 갖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을 것입니다. 실패한 결혼이 안겨줄 불충분한 가정을 자신의 아이에게 주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책은 모성을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절반만 엄마이고, 절반만 작가이며, 거의 아내가 되지 못하고, 진짜 사람은 더더욱 되지 못하는, 너무 많은 경쟁의 끈에 끌려다니는 기분을 이렇게 작가는 강력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로서 엄마로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을 생각합니다. 출산과 동시에 너무 많은, 큰 짐을 엄마에게만 지워주는 우리 사회도 이제 변화해야 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