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성원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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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

사로잡힌 영혼들의 이야기

 


 

 

끝나지 않은 일,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사나운 애착으로 미리 만나본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회고록 작가인 비비언 고닉의 작품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에세이, 칼럼, 비평, 회고록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비비언 고닉의 신작입니다. 비비언 고닉은 스무 살 무렵의 자신에게도 큰 충격과 외상을 입혔던 일련의 사태와 1956년 흐루쇼프의 폭로를 다시 한번 소환해내면서 공산당 경험의 아이러니를 포착해 낸 책으로 흐루쇼프 보고서가 기대가 됩니다.

 

나는 내가 유대인이라거나 여자아이라는 것보다 노동계급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먼저 자각했다.”---p.27

 

작가를 알고 작품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낍니다. 비비언 고닉 선집을 읽을 때 좀 더 알았다면 독서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비비언 고닉은 공상당원인 부모 밑에서 유대 이민자 노동계급이라는 자신의 위치성을 평생 예리하게 인식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저자가 공산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지한 적개심은 그에게 항상 체증처럼 단단히 얹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체증을 책으로 풀어 내기로 마음 먹은 고닉은 미국 전역을 돌며 과거 공산주의자였던 수십명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처참하고 비루한 삶 속에서 경이로운 열정을 피워낸 공산주의자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20세기 100대 논픽션에 꼽힌 사나운 애착의 작가 고닉은 1977년 펴낸 미국 공산주의라는 모맨스가 47년만에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기록이자 고닉 자신의 또 다른 자기 서사로, 새로운 저널리즘으로서 르포 문학의 탄생을 알린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책입니다. 책은 역사의 한 시기에 존재했던 급진 사상이 아니라 그 사상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에 집중합니다. 송산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자에 대한 책이라는 정체성도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오롯이 안고 삶을 헤쳐 나갔던 이들에게 바치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그 사회주의자 친구들과 함께 주방 식탁에서 보낸 그 시간만큼은 우리가 가난하다는 걸 알지 못했고, 그건 그 세계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주었다. ---p.31

 

 

공산당에서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떤 거였는지 내가 어떻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못해요. 그 정취를 온전하게 포착하는 건, 그 시절에 흘러 다니던, 너무 강렬해서 제대로 식별하기도 힘들던 그 감정들과 분위기를 우리가 했던 것처럼 경험하게 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 연애는 당과 당의 업무와 당원으로서의 우리 정체성과 완전히 뒤얽혀서 꽃을 피웠어요”. ----.116

 

우린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 없었고, 우리가 아는 건 우리가 품은 의심에 대해 너무 불안하고 끔찍하게 죄책감이 든다는 것뿐이었죠, ---p.117

 

급진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은 저자의 삶과 이력에서 핵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작가로서 본격적인 이력을 쌓기 전인 1969-1977년 그는 빌리지보이스 기자로 페미니즘 운동을 취재하고 기록하면서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이 시기를 뒤덮은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은 깨달음의 충격을 선사하며 고닉이 살아온 세계를 뒤휘든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여성 운동 판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서 내몰리게도 되는군요.

 

미국 공산당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회주의 국가에 부응하느라 힘썼고 전체주의 사상이 강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단지 기록이 아닌 미국과 서방세계의 그 당시 흐름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로맨스란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공산주의자들의 경험과 독자 사이에 연막을 드리우는 어조에 저항하려는 고닉 저자만의 태도이자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이상을 꺽지 않고 공산주의자로 살아가는 것과 조직의 안위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공산당원으로 살아가는 것 사이에서 평생 갈등하면서 이 책이 전하는 주제가 단지 미국 공산당만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운동이자 우리가 지금 민주주의를 외치며 자유와 평등을 위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일 것입니다. ‘작정하고 읽는 자는 늙지 않고 영원히 성장한다라는 89세의 비비언 고닉의 말을 좋아합니다. 그의 전작들에서 보인 사랑과 애증의 실랄한 문체들이 왜 나왔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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