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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불안사회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 받은 책입니다.
“민주주의는 불안에 굴복하면 무너지게 됩니다.
불안과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화해와 대화의 분위기 속에서 그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10년전 피로 사회에 이어 이번에는 불안 사회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로 제목에서 오는 공감대가 매우 큰 책입니다. 팬데믹, 전쟁, 기후위기가 불러 일으키는 거시적 불안부터 취업난, 노후빈곤, 물가 상승이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불안까지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다중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저자 한병철은 불안사회에서 이 시대의 질병을 ‘불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끊임없는 경쟁과 성과에 대한 강박은 연대를 끊고 개인을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불안 사회의 해법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불안’을 뜻하는 독일어 ‘Angst’는 원래 ‘궁지’라는 뜻으로 불안은 확장 가능한 모든 폭과 관점을 질식시키며, 시야를 좁히고 차단합니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은 궁지에 몰린 기분을 느낍니다.
오늘날 만연한 불안은 실제로는 영구적인 재앙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구조적인 이유와 연관된,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넓게 퍼진 불안에 괴로워한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불안의 체제다. 사람들을 서로에게서 떼어 내, 각자 자기 자신의 기업가가 되도록 했다. 총체적 경쟁과 늘어 가는 성과 강박은 공동체를 침식시킨다. 자기애적 고립은 외로움과 불안을 낳는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점점 불안으로 채워진다. 실패에 대한 불안,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충족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 뒤따르지 못하거나 도태될 거라는 불안. 그러나 고루 퍼진 이러한 불안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준다. ---p.30
사랑뿐 아니라 희망도 자체저인 인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사랑과 달리 희망은 기존의 것이 아닌 앞으로 도래할 것으로 향해 있다. 희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식한다. ---p.115
저자는 희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희망은 낙관주의와는 다릅니다. 희망은 전진이지만 미래도 없고, 연대도 사라지고 깊은 무기력에 빠진 현시대에 필요한 것은 희망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인에게 희망에 관한 긍정적인 기억은 없습니다. 예전부터 희망은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고 의미 없는 환상을 만들어내며 실제 삶으로부터 사람들을 멀어지게 한다고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희망한다는 것은 도피하는 것, 발 디디고 살아야 하는 현재의 삶을 거부하는 것과 동일시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사춘기에 접어든 불안이를 보면서 우리 모두는 불안이가 아닐까 생각한 적 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걱정하면서 불안해 하던 불안이는 기쁨이를 만나 불안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갑니다. 현대사회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면 행복은 영영 찾아 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같은 불안의 공포 대신 희망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