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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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난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입니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처음 작가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그는 인간의 여러 모습들 중 하나를 포착하는 문학의 특성, 그리고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은은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 소설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201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절필을 선언하기 직전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이라 더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네터필드 부인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는 인간의 특성, 인간이 자기 자신의 허물과 잘못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또 서서히 드러나는 고향의 의미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먼저 인간은 과거를 되짚는 존재라는 겁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아마도 주인공이 어린 아기였던 시절에 네터필드 부인이 나타난 에피소드입니다. 정신줄을 놓은 것으로 알려진 네터필드 부인이 골목길에 나타나자 주인공의 어머니는 혼비백산하여 아기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부인이 집안을 들여다보는게 사라진 에피소드입니다.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런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가 나중에서야 밝혀지게 되었는데 네터필드 부인이 과거에 주인공이 살던 집에서 살았었기 때문입니다. 그제서야 독자는 이 장면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내 어머니는 그 사실을, 우리 집에 네터필드 가족이 살았던 것을 몰랐을까?”

 

그 노부인이 한때 자신의 집이었던 곳의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것도?”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손때가 묻고 삶의 흔적이 남은 옛 집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부인의 모습에서 과거를 되짚으려는 본성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인간의 삶을 시간적 순서대로 단순하게 구조화 하면 과거, 현재, 미래로 표현되는데 사실 한 인간에게 과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입니다. 과거에 연연한다 과거에 집착을 하면서 현실을 많이 실패하게 만듭니다. 이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현재는 매우 짧게 흘러 지나 가지만 과거는 태어난 후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과거를 떠올리고 그것을 되짚으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앞으로 살아갈 미래보다는 살아온 과거의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더욱 과거를 생각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 소설 역시도 사실 나이 든 주인공이 자신의 옛 시절을 회상하며 과거를 되짚는 내용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처럼 이 소설도 용서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용서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가정폭력 때문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미 가족과의 사이가 꽤 많이 벌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에 조차 참석하지 않았다고 자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주인공은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라도 소통할 사람을 찾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내가 정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사람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내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에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너무나 잘 드러나는 대목인데

그러면서도 뒤이어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마지막 이 문장을 끝으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떠날 수 없기에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생전에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장례식 조차 참석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른 자기 자신을 그대로 용납하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죠. 많은 사람들이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 친구 관계등 좋게 매듭지지 못한채 생을 마무리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작가는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라는 문장으로 너무나 선명하게 표현해 냅니다. 이 문장은 스스로의 잘못을 알면서도 이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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