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어두운 시대의 삶 시대의 아이콘 평전시리즈 2
앤 C. 헬러 지음, 정찬형 옮김 / 역사비평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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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_ 어두운 시대의 삶

아마존이 기획한 짧고 강력한 평전 시리즈

 

한나 아렌트는 1906년에 독일의 쾨니히스베르크 칸트가 평생을 보냈던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조부모까지는 유대계 상인의 생활을 했지만,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파울 아렌트와 어머니 마리아는 독일의 보통 중산계급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과 어울리며 살았고 한나가 어릴 때 집에서는 유대인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그러나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유대인이라고 놀리는 소리를 학교나 거리에서 듣게 되고, 그것이 큰 충격이었습니다. 외동딸을 어엿한 독일 시민으로 키우려는 부모의 교육열에다 그런 충격이 겹쳐, 소녀 시절의 한나 아렌트는 친구들과의 놀이보다 책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다. 16세에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할 만큼, 조숙하고 명석한 소녀였습니다.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고 우리라고 즐겨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P.10 한나 아렌트_ 요하임 페스트와의 인터뷰. 1964

 

 

 

니체를 비롯한 니힐리스트의 서구사상 해체를 목격하고, “어떤 고정관념도 배제하는 엄밀한 철학을 내세운 후설의 영향을 받은 하이데거는 인간의 참된 존재와 각자 세계 속에 던져져서 시간에 따라 소멸해 가는 존재자사이의 차이에 주목했다. 말하자면 인간은 본래 이성적 존재이자 자유로운 존재인데, 개별적인 욕망과 필요에 좌우되어 언제나 삶에 치이며, 죽음이라는 유일한 절대적 목표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다. 개인의 주관성을 신성시하여 전통과 종교의 속박을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그에 따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황을 극복하고자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기술과 사회의 틀 속에서 찰나적 욕망만 좇으며 살아가게 만든 근대는 그런 비극적 조건을 심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아렌트도 받아들였으며, 근대의 인간은 진정한 좋은 삶을 꿈꾸기를 잊어버리고 스스로 만든 괴물의 노예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보았다.

 

 

이웃이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은 집은 집이 아니다.” 여전히 국적 없는 신세였던 아렌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독립은 유대인과 아랍인이 서로 굳건히 협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P.159

 

그러나 하이데거가 그런 비극적 상황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질을 회복하는 과제를 기본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모색한 반면, 아렌트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보다 매달렸다. 그래서 인간의 자유란 곧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성립되는 자유이며, 그런 자유를 부정하고 모든 사람의 생각을 하나의 의지에 통합하려 하는 파시즘은 정치가 아닌 폭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하이데거가 적어도 한때는 나치즘을 인간의 저열한 상황에서의 돌파구로 여겼던 반면, 아렌트는 파시즘에 맞서 싸우고, 피하고, 고발하는 삶을 살게 된다.

 

 

불꽃 같은 자유인이자 이방인이었던 한나 아렌트의 삶을 그리다.

 

 

그의 인생은 망명과 투쟁이었습니다. 아렌트는 1941년까지 프랑스에 머물며 반나치 운동 등에 참여하고, 슈테른과의 이혼, 하인리히 블뤼허와의 재혼 등을 겪다가 프랑스가 독일에 유린되자 한때 수용소로 보내지기도 했으나 가까스로 벗어나서 미국으로 갔다. 생활이 비로소 안정되면서 그녀는 본격적으로 학술 연구에 몰두하는데, 1951년에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내놓아 일약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서로 정반대의 이념을 가진 듯한 파시즘과 사회주의(스탈린식) 체제를 전체주의라는 틀로 묶고, 이들은 어느 것이나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고 광기와 공포로 지배하는 정치(아렌트가 보기에는 반정치)형태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야흐로 냉전이 시작되고 있던 당시 서방에서 큰 반응을 얻었고, 여러 사 회과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6가지 국면으로 나눠서 압축한 짧은 평전이다. 특히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킨 아이히만 재판을 출발점으로 삼아, 유대인 출신으로 겪은 가족사, 독일 철학의 거두 마르틴 하이데거와의 내밀한 관계, 자유의 삶을 향한 탈출과 망명의 행로, 그리고 정치사상가와 철학자로서의 최후에 이르기까지 각 장면들을 극적으로 구성해서 포착했다. 비록 짧은 평전이지만 압축된 이 6가지 국면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적 격랑의 드라마를 빈틈없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작품들이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면 이 평전을 먼저 읽기를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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