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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평점 :
1995년에 사망자가 500명 부상자만도 900명이 넘는 사고가 있었다. 어이없이 무너져 버린 삼풍 백화점...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우리의 뇌리에 박혀 있는 건 어이없게도 안타깝게 사그러든 생명들과 그 가운데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때문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자신의 몸을 내던져 구조작업에 뛰어든 구조대원들의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전해오면 가슴을 쓸어내려도 쉬이 진정되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도 태풍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봉사를 갔던 젊은 학생들이 갑작스런 쏟아진 비로 인한 산사태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가슴이 먹먹해지던지 한참을 멍하니 있었더랬다. 봉사하러 떠난 자식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을 부모들은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는가? 만감이 교차하며 가슴이 먹먹해져 옴은 아마 <싱크홀>이라는 책때문일것이다.
여행길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읽게 된 이재익 작가의 <싱크홀>...어떤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감동이 있다.
어쩌면 작가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재익 작가는 <카시오페아 공주><압구정 소년들><서울대 야구부의 영광>등으로 PD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싱크홀>은 작가의 일곱번쨰 장편소설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다.
김혁은 등반 전문가로 높고 험난한 산들을 골라서 등반하기에 몇달을 집에 못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한 한 가정에 가장이다. 말이 가장이지 가정은 거의 뒷전인채 산에 전념하기 떄문에 점점 가정에서 그가 차지하는 부분은 점점 줄어든다. 그 와중에 같이 등반하던 처남이 자신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좋아하는 산에 대해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의 세계 안에서 꽁꽁 숨어 폐인처럼 살게 된다. 딸과 부인이 지하 속 암흑에 파묻히기 전까지....
고아이지만 자신의 인생을 당차게 끌고 나가고 있는 플로리스트 서민주...그리고 서민주의 운명적인 상대인 대부업체 대표로 유명한 양회장의 아들 동호!!
우연으로 시작한 만남이 운명적 사랑이라고 확신하며 둘은 행복해한다. 자신의 여자가 땅 속에서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
대부업체 대표인 양회장은 일찍이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일념하에 물불 안가리고 세상을 헤쳐 나와서 지금의 모든 것을 이루었다. 돈이 쌓이는 높이만큼 아들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지만 돈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억지스러움으로 123층의 초고속 빌딩을 세우기에 이른다.
양회장의 야심작 시저스 타워 123층 초고층 빌딩..초현대식 감각으로 마무리한 디자인과 명품숍,주차장 크기...모든 것이 최고의 시설로 된 한국의 바벨탑이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시저스 타워가 오픈한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건물이 사라졌다. 땅 속으로 꺼져 버렸다...!!!!
<싱크홀이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 번 책을 집어든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떄까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끝까지 읽어내려가게 하는 흡입력에 놀랍다.그리고 읽는 독자들의 눈물샘까지도 책임진다. 또한 소설이 지닌 허구라는 특성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지는지 독자들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한없이 안타깝고 한없이 애처로워지는 마음 한 구석에 독자는 각자의 다른 인간상들을 보여준다.
전과 6범인 현태의 출현은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잔혹한 싸이코패스의 성격을 보여주며 독자들을 경악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이는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 행동을 하는 사람...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어린 약자를 보듬어 주는 이...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준비가 되어 잇는 이...!
현실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게 작가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도 건물들이 붕괴되는 일들이 벌어졌고 또한 벌어지고 있기에 더욱 생생감이 있는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의 옆에 있는 가족이~친구가~연인이~얼마나 소중한지.. 존재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독자들은 더욱 가슴 절절히 꺠닫게 될 것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감동과 사랑 그리고 희생이 있는 스토리이긴 했지만 단순하고 가벼운 느낌이 책의 여운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쉽다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