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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평점 :

전 <노르웨이의 숲>,,,예전에
<상실의 시대>로 출간된 책을 두권 다 소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상실의 시대>와 <노르웨이의
숲>이 다른 책인줄 알고 구입을 했지요. 그 사실을 알고 당황하긴 했지만 번역가가 다르니 읽는 묘미가 다르겠죠?
이 책은 저에겐 참 읽혀지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20페이지 정도 읽고 있으면 일이 생겨서 책을 덮어야 하는 일들이 반복이 되는 바람에 이틀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오랫동안 숙제아닌 숙제처럼 제
주변에 어슬렁되게 했던 책입니다.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서른일곱 살
와타나베가 자신의 열아홉 시절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열아홉 시절,,,아직은 내가 어느 곳에 서 있는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사이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지요.
친구의 죽음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도망치는 것 뿐...!! 자살한 친구의 여자친구 나오코를 우연히 만나고,..미도리를 만나고,,,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잃어버렸던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몸부림치며 갈등했던 문제들 속에 어떤 이는 현실을 직시하고 한걸음 나아가지만 어떤 이는 아예 뒷걸음질
치며 생을 놓기도 합니다.
성장이라는 게 이렇게 아프기만 하다면 성장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나온 상황들이 조금은 극단적인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돌아보면 우리 주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니 어떤 부분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주 그래. 감정이
차올라서 울어. 괜찮아. 그건 그것대로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거니까.
무서운 건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할 때야.
감정이 안에서 쌓여 점점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거지.
여러 가지 감정이 뭉쳐서 몸 안에서
죽어가는 거. 그러면 큰일이야."(p200)
"아마도 아직은 이 세상이 낯설어서
그럴거야.
여기가 진짜 세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사람들도 주변 풍경도 왠지 진짜가 아닌 것 같아 보여"(p290)
저도 어떨 땐 세상이 참 낯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책에 나온 주인공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구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지만 (미도리나 나가사와) 어떤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세계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참 평온해 보이는 데 왜 나만 이방인
같은 생각이 드는거지?"라고 하는 듯이 말입니다.
나오코나 레이코는 와타나베를 통해 세상을 보지만,
나오코는 그 세상의 낯설음에 고개를 돌리고, 레이코는 세상이 자신을 반겨주지 않을지라도 한걸음 발을 내딛기를 결심합니다. 어떤 선택이든 모든
것은 자신의 몫이겠지요.
왜 제목이 <노르웨이의 숲>일까
궁금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같았어요. 어쩌면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에 대한
언급은 나오코가 요양하고 있는 병원에서 레이코가 연주하는 곡목으로 출현합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노래를 들으면 슬퍼져. 마치 깊은
숲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춥고 외롭고, 그리고 캄캄한데 아무도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는 나오코의 말에서 왜 제목을 바꿨는지 알 것 같아요. 사실 <상실>이라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을 비스킷 깡통이라고." (p419)
인생을 살다보면 무수히 많은 일들을 접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일 아닌 것이 큰 돌덩이가 되어 나를 짓누르기도 하고, 별일 아닌 일에도 격하게 웃고, 울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선명했던 색이 바래집니다. 점점 옅어져서 형체만 남겠죠.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남긴
흔적들, 홍역처럼 지나간 자국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걸 테니까 그 기억들은 소중한 한 부분일테지요.
환경적인 요인으로 100% 집중하진 못했지만,
후반부터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정기복이 별로 없는 주인공을 닮은 듯히 담담하게 써내려간 스토리가 부담없이 읽어내려가게 했습니다.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전적으로 되진 않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다음번에 읽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