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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 샘! - 양장본 ㅣ 그림책 보물창고 47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가 두돌 무렵부터 자립심이 생기는지, 뭐든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다.
아직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가 손가락으로 마구 음식을 먹으면서 여기저기 흘리고 옷도 앞뒤 맞지도 않는데 입겠다고 우기고 양말도 제대로 신을 줄 모르면서 자기가 신겠다고 했던 기억들. 지나고나니 그것도 자라는 한 과정이었는데, 그 사실을 훨씬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하고 좀 조급한 부분도 있었고, 또 아이 나름대로 성장하려고 하는 그때에 조금은 귀찮아하고 아이 대신 해주려고만 했던게 아닌가 살짝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말이다.
4살 생일을 맞은 샘은 침대에서 내려와서 혼자 힘으로 등을 켤 수 있는지 시도해 보고, 옷장에서 옷을 꺼낼 수 있는지 시도해 보고, 욕실에 가서 이를 닦을 수 있는지 시도해보았는데 손에 닿지 않아서 모두 혼자힘으로 할 수 없다. 그때 할아버지의 선물이 도착하고 샘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어쩜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은 모습에 책을 읽는내내 아, 우리 아이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한 동화라고 할까.
제 손으로도 스위치를 켜려고 하거나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아 낑낑대던 모습,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제 손으로 제일 먼저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사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자랐구나 하는 감격도 있었지만, 왜 저렇게 기를 쓰고 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는걸, 나도 아마 그렇게 자랐을텐데, 아이가 높은데 있는게 손이 잘 안 닿는다면서 울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고 안간힘을 다해서 올라가려고 발버둥칠때 그만하라고 저지할 때가 있었던 것도 반성이 되었다.
아이들은 몸으로 성장하는 신체적인 성장 뿐만 아니라, 마음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 보면서 "꼭 네 모습 같다"라고 말해주며, "엄마가 이제 도와줄게"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생일을 맞은 샘에게 할아버지의 멋진 선물처럼, 우리 아이에게도 새로운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성장단계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도록 이 책이 많이 도와줄 것 같다. 부모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참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생일 축하해, 샘!"하고 읽어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