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대세의 눈물 - 세 개의 조국을 가진 이 남자가 사는 법
정대세 지음, 한영 옮김 / 르네상스 / 2012년 7월
평점 :
얼마전 힐링 캠프를 통해서 보았던 축구선수 정대세 선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방송을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예고편만 봤는데, 아마도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와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 자신의 국적을 물으면 재일(在日,일본어로는 '자이니찌')라고 한다고 한다. '재일은 어느 나라 국적도 아니고 일본인도, 한국인도, 그렇다고 북한 사람도 아니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실 나도 일본에서 우리 동포라며 반가워하시는 분들을 여럿 만나 보았다. 재일 동포 중에서는 상당수의 분들은 귀화하여 일본 이름으로 바꾼 분들도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한국 민단 소속으로 하여 살아가는 분들과 조총련계의 조선동포로 살아가는 분들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고 했고, 각각의 분들을 다 만나보았었다. 특히, 조총련 소속인 조선인(일본에서는 조선인으로 부른다)의 경우에는 원래 고향은 남한 출신이었지만 일본에서 상업을 할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조총련 쪽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대세 선수의 경우는 재일교포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한국 국적인 분이었고 어머니 쪽은 조선인(북한)이셨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경우에도 북한 출신은 아니고 해방 후 얻은 국적이라고 한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엔 어린 시절에는 무척 큰 혼란이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은 어림짐작은 했지만 책에서는 오히려 좀 담담하게 소개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릴적 부모님이 자녀 교육에 서로 다툼이 잦았다는 것과 결국 어머니의 강력한 주장으로 조선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경륜 선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스파르타식 교육과 피아노와 다양한 걸 배우길 원하셨고, 커가면서 점점 월드컵에 빠져 중학교때 축구를 처음 시작하게 되고 조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프로 축구를 꿈꾸게 된다는 이야기. 그리고, 잠시 국적 때문에 대표가 될 수 없다는 난관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여 조선 대표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매스컴에서 알려진 것과 같은 그의 활약과 이제 세계를 꿈꾸며 나아가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솔직히 그의 진솔한 마음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고는 느끼지만, 문체나 이야기 자체에서 몰입하기에 좀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린시절부터 주욱 써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들어내어서 그런지 감동이 좀 반감되었던 것도 같고, 그가 가진 한국인도 아니고 북한 국적을 둔 조선인도 아니고 또 일본인도 아닌 그의 국적에 갈등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한국 국적인 아버지의 의견보다 조선인으로써의 긍지를 지닌 어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일까. 그가 북한 대표 선수로 출장하면서 어느 순간 가장 큰 줄기가 된 조선인으로써의 긍지 같은 것도 뒷부분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어쨌거나 '정대세의 눈물'이라는 제목 속에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지만, 이제 그에게는 국적으로 인해 갈등하는 마음보다 세계 축구로 향한 뜨거운 열정만이 있을 것이다.
'인민 루니'와 같은 별명을 얻고 불도저같이 밀어붙여 축구계에 이름을 알린 그의 인생 전반의 이야기는 긍지를 가질만한 일이긴 하지만, 프로로써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전문가가 아닌 축구선수 정대세씨 본인의 글이라서 그런지 글에서 오는 감동은 좀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그의 앞날, 앞으로 더욱 멋진 활약으로 축구계에 전설로 이름을 날리길 바란다.